Ⅰ. 불확실성을 성장의 동력으로

“바람에 촛불은 꺼지지만 모닥불은 활활 타오른다. 무작위성, 불확실성, 카오스도 마찬가지다. 나는 당신이 이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활용하기를 원한다. 모닥불이 되어 바람을 맞이하라”

안티프래질(Antifragile)은 우리에게 <블랙스완>2으로 잘 알려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만들어낸 신조어이자 그의 저서명이기도 하다. ‘깨지기 쉬운’을 의미하는 프래질(fragile)에 ‘반대’라는 의미의 접두어 안티(anti)를 붙여 만들어낸 신조어로서 무질서와 불확실성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은 물론, 살아남고 번영하기 위해서 무질서를 원하는 특성을 뜻한다. 그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 히드라를 통해 이 개념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히드라는 영웅 헤라클레스의 위대한 공적으로 알려져 있는 ‘헤라클레스 12과업’ 속에 등장하는 큰 뱀이다. 히드라는 아홉 개의 머리를 갖고 있는데 머리 하나를 자르면 베어진 자리에서 새로운 두 개의 목이 생겨 난다. 안티프래질은 히드라처럼 위기가 닥칠 때 원래 상태보다 더욱 강해진다는 개념이다. 탈레브는 안티프래질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불확실성의 시대에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이 아니라 더욱 강하게 살아나는 모닥불처럼, 불확실성을 길들이며 강해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안티프래질은 점점 더 불확실해지는 경영 환경 속에 있는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점점 더 불확실해지는 경영 환경

기업에게 불확실성은 관리하기 어려운 위협요인이다. 기업이 당면한 불확실한 상황을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위기 관리 능력은 경영자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역량이다.

기술의 발전, 많은 카피캣3들의 등장, 업종의 경계가 사라진 경쟁, 그리고 파악하기 힘든 고객의 니즈 등 때문에 기업이 느끼는 불확실성에 대한 위기감은 점점 더 높아 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 모방의 시대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산업혁명 이후,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100년의 기술 발전의 역사 속에 비행기,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등이 인류의 역사 속에 등장하였다. 특히 IT는 기술을 한 단계 더 높이 발전하도록 기여하였고 인터넷은 다양한 비즈니스를 창조하고 세계를 하나로 만들었다. 미디어, 인터넷 및 SNS 등의 발달로 사람들은 경제, 정치, 사회 이슈들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상상을 뛰어넘어, 인류의 생활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어 놓았다. 전문가들은 기술의 발전 속도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술의 이전 속도 역시 빨라졌다. ‘카피캣’의 저자 오데드 센카 교수는 오늘날을 ‘모방의 시대(Age of Imitation)’라고 강조한다. IT의 발전, 인터넷 보급, 글로벌화로 기술과 지식은 체계화 되었고 그 이전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전략적 제휴, 모방 클러스터 확산 등으로 대규모 모방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들은 모방의 속도를 가속화시켰고 카피캣들은 급증했다. 1980년대 크라이슬러가 개발한 미니밴이 모방되는 데는 9년이 소요됐지만, 최근 GM이 개발한 소형차를 중국 기업이 모방하는 데는 겨우 1년이 걸렸다.

업종에 관계 없는 경쟁자의 위협

나이키는 1994년부터 1998년까지 5년 연속 3배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다가 98년부터 성장률이 둔화되었다. 시장점유율(Market Share)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위기 의식을 느낀 나이키는 성장률 둔화의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기존의 경쟁자로 인식한 타 스포츠 의류업체가 아닌 닌텐도와 같은 게임 때문이라는결론을 내리게 된다. 사람들이 여가 활동으로 운동 대신 실내에서 닌텐도 게임을 즐기다보니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운동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나이키는 산업의 경계와 상관 없이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전략적 사고를 하게 된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업종 안에서 치열하게 펼쳐졌던 ‘시장점유율(Market Share)’ 경쟁은 물론 업종간 경계가 사라진 환경 하에서 ‘고객의 시간점유율(Time Share)’ 경쟁 또한 기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영 환경은 기업들에게 누가 나의 친구인지, 누가 나의 적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무한경쟁 시대임을 말해준다.

파악하기 힘든 고객의 니즈

노키아 글로벌 컨설팅 부서장을 역임했던 토미 에이호넌은 국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모바일 제품의 경우 시장평균사이클이 15개월임에 반해 모바일 제품 하나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18개월이다” 라며 제품 개발 과정에서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 확보에 대한 기업의 어려움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부족한 시간 때문만은 아니다. 하버드 대학의 제럴드 잘트만 교수는 “말로 표현되는 고객의 니즈는 5%에 불과하다. 95%는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 드러나지 않은 95%의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신제품 실패 사례는 대부분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고객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한 제품이 나온다고 해도 이는 말 그대로 고객의 생각에서 나온 제품이다. 이러한 방법으로는 고객의 기존 생각을 뛰어넘는, 잠재적인 욕구를 발현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올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많은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과 고도의 조사 기법을 동원하여 고객의 니즈를 철저하게 조사하여도 경쟁사의 혁신제품의 등장으로 인해 크나큰 실패를 경험하는 이유이다. 고객 자신들도 모르지만 분명히 내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읽어내어 제품으로 만들어 고객의 손에 전달하는 것이 선도기업의 역할이다.

불확실성을 기회로

자사만의 핵심역량을 파악

피터 드러커는 “인간의 성과 창출 능력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에 좌우된다. 훌륭한 경영자는 사람들이 약점에 근거해서는 발전할 수 없음을 안다. 강점을 생산적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조직의 고유한 목표이자 과제이어야 한다”고 말하며 기업 자신만의 강점을 파악할 것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기업들은 자신들의 성공요인을 잘 분석하려고 하지 않거나 잘못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성공후에도 분석하라. 내리막길을 피하려면”에서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성공에 대해 ‘원인에 대한 질문 회피 증후군(failure-to-ask-why syndrome)’, ‘과잉 확신 편향(overconfidence bias)’,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4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기업들이 갖고 있는 ‘원인에 대한 질문 회피 증후군’을 지적하며 모든 리더들은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성공을 가능하게 하는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는 놀라울 정도로 드물다고 지적하였다.

창의력 넘치는 탄탄한 스토리와 현실감 있는 CG(Computer Graphics)로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꾸준히 흥행작들을 내놓고 있는 픽사에는 ‘부검(Postmortems)’이라는 프로세스가 있다. 작품이 완성되면 작품 제작에 참여한 모든이들을 대상으로 ‘부검’을 실시한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 시도한 것 중 반복하고 싶은 것 5개와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할 것 5개를 각각 선정하여 공유한다. 이 부검의 과정은 픽사가 만든 모든 작품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무리 성공한 영화라고 할지라도 ‘부검’의 프로세스를 피해갈 수는 없다. 성공에 대해서 보상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요소가 성공으로 이끌었는지 분석하고 전사적으

로 공유함으로써 자사만의 강점을 계속 키워나가려는 픽사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핵심사업’과 ‘핵심역량’을 구분

핵심사업과 핵심역량은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코닥이 몰락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많은 전문가들은 사양산업이 되어가는 핵심사업인 필름 분야를 포기하지 못한 점을 지적한다. 핵심사업인 필름 분야에 매몰되어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였다.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하고도 기존에 주력하던 필름 사업에 대한 믿음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의 개발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필름사업에서 얻어왔던 이익을 유지하고 싶어했다. 이러한 코닥의 생각은 디지털화에 대한 대응 전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5년 경쟁사인 후지가 필름 사업 부문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과 달리 코닥의 필름 부문 매출은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코닥은 필름이 필요한 디지털 카메라인 어드밴틱스 프리뷰(Advantix Preview)를 출시하게 된다. 사진을 찍으면 카메라 뒤쪽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즉시 사진을 확인 할 수 있는, 필름이 결합된 디지털 카메라였다. 필름이 필요 없는 강점을 갖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면서 추가로 필름을 구입하고 싶어하는 고객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2012년 1월, 코닥은 법정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변화에 적응하는 자가 강한 자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하여야 한다. 생각지도 못한 경쟁자가 출현하여 사업을 무너뜨리는 적이 되기도 한다. 진짜 경쟁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살아남기 어렵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항상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만을 내포하는 것은 아니다. 잠재적 경쟁자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불확실한 경영 환경 하에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져올 자신만의 핵심역량을 파악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영원한 강자가 없는 ‘불확실성’은 기업들에게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다윗이 승리했듯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기업에게도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 역시 자신의 핵심역량을 알고 활용할 줄 아는 자만이 잡을 수 있다. 다윗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갑옷과 칼 대신 돌멩이를 들고 골리앗에 맞서서 싸웠다. 다윗은 양들을 돌보며 늑대로부터 양을 지키기위해 돌팔매로 늑대를 수없이 쫓아내야 했기 때문에 돌팔매는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와 상대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었기에 다윗은 승리할 수 있었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돌멩이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앞에 서 있는 거인의 약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진화론의 제창자인 찰스 다윈은 “살아남은 종이 가장 강한 것도 아니며, 가장 현명한 것도 아니다.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종이 살아남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점점 더 불확실해지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영원한 기업의 존속과 안정을 보장해줄 수 있는 산업, 제품, 전략,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가고 있다. 불확실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변화에 맞춰 적응해나갈 때 기업은 불확실성속에서 살아남고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높아져만 가는 불확실성에서도 자사(company), 고객(customer), 경쟁자(competitor)를 재정의하고 활용해가며 자신을 키워나간 더 강해진 기업들이 있다. 바람 앞에서 촛불이 아닌, 모닥불이 된 기업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Ⅱ. 불확실성 속에서 강해진 기업들

화장품을 만드는 필름회사, ‘자기 변신’의 후지

1980년대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은 필름업체들에게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대응에 따라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였고 성장을 위한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 앞에서 무너진 코닥과는 달리, 후지에게 디지털화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후지는 과감하게 기존 사업을 포기하고 위협에 대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 동안 회사의 주력 부문이었던 필름 부문을 중 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평판 디스플레이, 화장품, 제약 등으로 사업확장을 시도했다. 다만 무조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FTD원칙인 ‘우리가 가진 기술 중에서 필요한 성분을 밸런스 있게 배합하여(formulation) 필요한 장소에 (targeting) 필요한 형태로 제공한다(delivery)’에 따라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이를 위해 우선 현재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을 꼼꼼하게 검토하였다. ‘우리는 무엇을 갖고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창의를 더해 기업이 갖고있는 자산을 응용하여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였다.

필름 기술 자체는 사양 기술이다. 그러나 설립된 이후 80년 가까이 필름을 제작하며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는 사업 다각화에 적용되었다. 후지는 필름을 연구하며 터득한 20만개의 화학물질 데이터와 기술을 적용하여 의료기기와 의약품, 화장품부터 광학렌즈와 액정패널(LCD)용 필름까지 진출하였다. 가장 놀라운 변신은 필름과 화장품에 쓰이는 기술이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화장품 산업에 진출하였다는 것이다. 피부의 탄력을 강화시키는 콜라겐은 필름의 주성분이다. 또한 콜라겐에서 정제한 ‘젤라틴’ 역시 필름을 이루는 감광유제(emulsion)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항산화 기술 역시 필름과 화장품 산업 모두에 적용된다. 여성들이 두려워하는 피부 노화와 마찬가지로 필름의 빛 바램 현상 역시 자외선으로 인한 산화 현상 때문이다.

후지는 사진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산화를 억제하는 항산화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필름의 산화 현상을 막는 항산화 성분인 ‘아스타잔틴’을 화장품에 활용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후지의 라이프 사이언스 연구소가 생명과학, 헬스케어 분야의 핵심 기술을 접목하여 화장품 브랜드인 ‘아스타리프트’가 탄생하였다. ‘80년간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후지필름이 만든 화장품’이라는 컨셉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후지는 FTD의 원칙을 가지고 ‘필름’이라는 핵심사업이 아닌 ‘기술’이라는 핵심역량에 집중하면서 불확실한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급격한 디지털 물결 속에서 세계 3대 필름회사 중 코닥과 아그파는 쓰러졌지만 후지만은 위기 속에서 변신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고객을 재정의’하여 경쟁자도 성공의 수단으로, 나이키

“중국 송나라에 엄동설한에도 손이 얼지 않는 약을 만드는 비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있었다. 사람들은 이 약을 사서 겨울에 비단을 찬물에 헹굴 때 사용했다. 소문을 들은 나그네 둘이 은전 백 냥을 주고 이를 구입하여 오나라 왕에게 바쳤다. 왕은 이 약을 전쟁에 나선 군사들의 동상 방지제로 사용했다. 오나라 군사는 겨울 전투에서 월나라에 대승을 거둔다. 오나라 왕은 크게 기뻐하며 두 나그네에게 많은 봉토와 높은지위를 내렸다. 똑같은 ‘얼지 않는 약’이지만 이 두 나그네는 ‘고객’을 바꿔 동네 부자 에 그치지 않고 한 나라의 제후가 될 수 있었다”

고객을 재정의하여 성공한 기업이 있다. 바로 나이키다. 나이키는 닌텐도를 계기로 산업의 경계와 상관 없이 누구나 자사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전략적 사고를 하게 된다. 이에 따라 고객 또한 새롭게 정의한다. 단순히 스포츠용품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가를 활용하는 모든 사람으로 확장하게 된 것이다. 나이키가 충족시켜야 할 고객의 욕구 역시 확장하게 된다. 단순히 좋은 품질의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아닌 건강하고 싶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로 새롭게 정의한다.

고객과 고객의 욕구를 재정의한 나이키는 직원들의 창의를 활용하여 혁신제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창의라고 하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안에 대해 풍부하게 경험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나온다. 기업의 내부 인력만큼 자사 제품, 경쟁사, 관련 기술, 고객가치, 시장 동향에 대해 연구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점에서 내부 인력들이야말로 미래 지향적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다. 나이키의 R&D센터인 이노베이션 키친(Innovation kitchen)은 직원들의 단순하고 엉뚱한 상상들을 발전시켜 혁신적인 아이디어 제품들로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탄력 있는 밑창을 만들기 위해 와플 기계에 고무를 부어 넣는 무모함(나이키 와플 시리즈), 날 수 있는 신발을 만들기 위해 밑창에 스프링을 달아 보겠다는 직원의 엉뚱함(나이키 샥스), 직원들의 무모하고 엉뚱한 아이디어를 기꺼이 수용하는 창의적인 조직 문화에서 나이키의 혁신제품은 탄생한다. 2012년 성공적으로 진행된 혁신적인 실험인 ‘플라이니트 레이서(Flyknit Racer)’와 ‘퓨얼밴드(Fuel Band)’ 역시 직원들의 작고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된 것이다. ‘모든 불필요한 부분을 없앤 혁신’인 플라이니트의 시작은 ‘고무 밑창을 붙인 양말’의 형태였다. 그러나 이노베이션 키친은 이 무모하고 엉뚱한 제안을 받아들여 ‘갑피와 밑창이 하나로 이루어진 플랫폼’이라는 혁신 제품을 탄생시켰다. 퓨얼밴드 역시 하나의 아이디어로, 한 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최초 아이디어였던 ‘테니스용 머리띠’에서 최종적으로 ‘팔찌’ 형태의 상품화가 되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어디에 착용할 것인가?’, ‘어떤 색깔, 어떤 재질로 할 것인가?’ 등의 고민 속에서 수많은 아이디어들과 프로토타입들이 만들어지고 실패했다. 이러한 기다림의 바탕에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실패를 창의로 가는 하나의 과정임을 받아들이는 나이키의 조직문화가 있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직원들은 경쟁자, 기존 산업이나 제품이라는 제약 없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2007년, 나이키는 ‘고객의 시간점유율(Time Share)’에서 더 강력한 경쟁자인 스마트폰을 만나게 된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고객과 고객의 욕구를 재정의한 나이키에게 위협이 아니라 기회가 되었다. 나이키는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검색, 오락, SNS를 즐기는 사람들을 스마트폰과 SNS를 적극 활용하여 나이키와 함께 운동하도록 만들고 있다. 잠재적 경쟁자를 성공의 수단으로 만든 것이다.

나이키는 조깅을 하는 소비자들이 항상 음악을 듣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나이키+아이팟 키트’를 출시하여 대성공을 거둔다. 더 나아가 ‘나이키 플러스’를 통해 나이키 운동화 밑창에 센서를 달아 이를 아이팟에 연동시켜 아이팟에 운동량이 기록되도록 하였다. 운동화 밑창에 센서를 달아 얼마나 달렸는지 SNS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하게 하여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을 하듯 경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2012년에는 손목에 차는 ‘나이키 플러스 퓨얼밴드’를 출시하였다. 나이키의 혁신을 대변하는 퓨얼밴드는 하루 동안의 활동량을 측정하는 팔찌로서 걷거나 뛰는 모든 움직임이 운동거리 및 시간, 칼로리 소모량 등으로 측정되어 팔찌의 LED 화면에 표시된다. 아이폰과 동기화하면 운동량을 그래프로 볼 수 있고, 페이스 북과 트위터로 다른 이용자와 운동량을 비교할 수도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바탕으로 나이키는 미국경영 월간지 패스트 컴퍼니 (Fast Company)가 선정한 ‘2013년 50대 글로벌 혁신기업(The World’s 50 Most Innovative Companies 2013)’에 1위로 선정되었다.

잠재적 경쟁자인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디지털 집단으로 성장한 사례에서 볼 수있듯이 나이키에서는 경쟁자도 직원들의 상상을 실현시키는 도구가 된다. 나이키는직원들의 창의를 바탕으로 단순한 스포츠용품 업체가 아닌 ‘기술, 데이터, 서비스’ 기반의 디지털 집단으로 나아가고 있다.

골리앗을 이긴 다윗, ‘선도기업들을 위협’하는 넷플릭스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주요영상매체나 고객의 콘텐츠 소비행태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처럼 영상콘텐츠사업은 불확실성이 높다. 이러한 불확실한 환경하에서 넷플릭스는 선도기업들에 도전해가며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켜가고 있다.

넷플릭스는 온라인 DVD 대여업체에서 콘텐츠 유통기업으로 변신하였고 이제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며 콘텐츠 제작업체로 그 비즈니스 모델을 진화시켜가고 있다.

온라인 DVD 대여업체에서 콘텐츠 유통기업으로의 변신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스팅즈는 어느 날 대여한 DVD를 늦게 반납했다가 연체료 40달러나 물게 되었다. 연체료에 기분 나빠하던 그는 ‘기존 DVD 대여 체계의 불편함을 해소해보면 어떨까?’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넷플릭스의 ‘온라인으로 DVD 대여 신청을 하고 우편을 통해 배달 받는 비즈니스 모델’의 시작이었다.

당시 블록버스터가 DVD 대여산업을 독점하고 있었다. 1985년 설립된 블록버스터는 2000년대 중반까지 25개국에 9000개 매장을 두고 4300만 회원을 보유한 초대형 DVD 대여업체로서 2002년 시장 가치는 50억달러(약 5조3000억원)에 달했다.

1997년 헤스팅즈는 새로운 방식의 DVD 대여업체인 넷플릭스를 설립하였다. 사업모델은 다음과 같다.

“가입자가 매달 배송 받고 싶은 DVD 개수만큼 정액 요금을 지불한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대여목록을 선택해두면 하루 뒤에 우편을 통해 DVD와 반송봉투가 배송된다. 비디오를 본 후 반송 봉투에 DVD를 담아 반환하면 대여 목록에 예약되어 있는 다음 차례의 DVD가 배송된다.”

넷플릭스는 오프라인으로 운영하기에 피할 수 없는 약점들을 개선하여 오프라인비디오 테이프 대여에 익숙한 고객을 온라인 DVD 대여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첫째, 연체수수료를 없애 버렸다. 기존 대여 시장에서 연체수수료는 전체 매출 의 15~20%를 차지하고 있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수입원이었다. 그러나연체수수료는 고객들에게는 분명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다. 넷플릭스는 연체수수료라는 불쾌한 경험 대신 먼저 빌린 DVD가 도착해야만 예약한 다른 DVD를 보내주는방식으로 고객들의 빠른 반납을 유도했다. 빠른 반납에 대한 가치 있는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고객들의 행태를 바꾼 것이다. 연체수수료로 인한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별도의 매장이 필요 없는 온라인 마켓으로 운영비를 낮췄다.

둘째,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구비하였다. 영상매체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의 블록버스터는 콘텐츠가 다양할수록 재고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콘텐츠의 양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었다. 인기작 위주로 대여하는 블록버스터와는 달리 재고비용에서 좀더 자유로운 온라인의 넷플릭스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구비하여 고객들을 만족시켰다.

2000년대 중반 DVD 사업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자 넷프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을 계획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DVD를 대여하는 것보다 실시간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보려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기존 가입자에게 추가 비용 없이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Watch Instantly’를 함께 제공하여 기존 DVD를 이용하던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올 수 있게 하였다. 신규 서비스 제공 시 발생하는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아 소비행태를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의 이탈을 막고 고객 입장에서는 새로운 트렌드에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는 효과를 가져왔다.

넷플릭스는 고객의 기호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시도하여 인기를끌었다. 고객이 홈페이지에서 어떤 메뉴를 클릭했으며 과거에 어떤 영화를 빌렸는지 등을 바탕으로 데이터베이스를 제작,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골라주는 ‘씨네매치’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고객의 80% 가량은 추천 목록에서 본인이 볼 영화를 고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객이 즐겁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교류의 장을 제공하였다. 이처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콘텐츠 구매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골리앗과도 같은 존재였던 블록버스터는 2010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상이 디지털로 달라졌지만 블록버스터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가게를 뜻하는 `벽돌과 시멘트 반죽(brick and mortar)`을 고수했다”며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전했다.

새로운 도전,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미디어 기업으로

‘하우스 오브 카드’

현대 미국 정치의 내막을 다루는 정치 드라마로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하였다. 제65회 에미상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비롯한 3관왕을 차지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콘텐츠도 훌륭하였지만 이 드라마는 고객들의 이용형태를 파악하여 방영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기존 방송사들처럼 시간을 정해두고 한 편씩 공개하며 방영한 것이 아니라 전편을 온라인에 모두 공개하였다. 바쁜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시청자가 심야나 주말에 시리즈물을 몰아서 시청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광고가 없고 모든 수입을 가입자의 월 이용료에 의존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시청 형태를 반영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이는 기존의 방송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 역시 기존 방송 채널과 같은 채널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자체 콘텐츠의 경쟁력이 충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시작에 불과하지만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역시 콘텐츠에 투자해 유료채널을 만들고, ‘아마존’ 역시 프라임 회원을 상대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는 등 콘텐츠를 직접 제작을 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며 미디어 기업의 변곡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기존 방송사들에 대한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Ⅲ. 기업 경영의 춘추전국시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대였다. 이 시기에 주나라의 왕은 명목상의 왕이었고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에 제후국들은 각자 영토 확장을 위해 침략과 정복 전쟁을 일삼게 된다. 철저한 양육강식의 ‘난세(亂世)’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춘추전국시대는 혼돈으로만 가득한 시기였을까?

통일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각 국 군주들은 자신들만의 부국강병책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철제 농구, 우경, 관개 시설이 보급되고, 농업 생산력이 크게 증대되었다. 또한 각 군주들은 자신의 지배를 합리화 시켜주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 사상이 필요했다. 지식인들은 다양한 시각에서 사회적 혼란의 원인을 찾고 해결책들을 내놓았다. 이러한 치열한 탐색 과정을 통해 노자의 도가(道家), 공자의 유가(儒家), 묵자의 묵가(墨家)로 대표되는 제자백가가 등장하게 된다. 중국 사상사에서 가장 빛나는 시대를 열었다. 역설적이게도 혼란스러운 사회가 풍요로움과 다양한 사상을 꽃피우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기업 경영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다.

1990년 포천 500대 기업 중 2010년까지 500대에 남은 기업은 24%에 불과하다. 노키아, 코닥 등 영원할 것 같았던 많은 선도기업들이 무너졌다. 혁신제품을 내놓아도 금방 경쟁 기업들이 복제한다. 업종 간의 경계가 사라진 경쟁으로 누가 적이고 누가 친구인지 알 수 없다. 고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던시대는 끝났다. 스티브잡스는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아직 적히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것이 우리의 일”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경영 환경에 위협의 요소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가장 혼란스러운 춘추전국시대에 사상이 꽃 피웠듯이,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살아 남으려는 기업들의 노력 끝에 애플의 ‘아이폰’,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인 ‘에어 멀티 플라이어’ 등 고객이 상상하지도 못한 혁신제품들이 탄생했다.

과거의 기업들은 고객의 목소리를 담아 좋은 제품을 제공하면서 경쟁자와는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그러나 불확실성 속에서 더 강해지는 기업들을 보면 과거의 기업들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필름을 만들던 후지는 자신의 산업이 사라지는 경영 환경 속에서 핵심사업을 고집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핵심역량에 집중하여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가며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나이키는 업종 간의 경계가 무너진 경쟁을 일찍이 인식하고 고객과 고객의 욕구를 재정의하였다. 혁신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존 제품, 고객, 경쟁자와 같은 제한을 두지 않고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존중한다. 아무리 엉뚱하고 무모한 상상일지라도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조직문화가 나이키를 단순한 스포츠용품업체에서 디지털 집단으로 나아가게 만들고 있다. 선도기업이란 주어진 경영 환경에 최고로 적합하게 적응한 기업이다. 그러나 환경이 변하면 그 강점이 약점이 되어버린다. 넷플릭스는 선도기업의 약점을 공격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 DVD 대여업체에서 시작하여 콘텐츠 유통기업으로 변신하였고 그 후에는 콘텐츠 제작업체로 그 비즈니스 모델을 진화시켜가고 있다.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는 “확실성의 세계는 기업가가 필요 없는 세상이다”라고 말했다. 세상이 정해진 원칙에 따라 움직여서 예측 가능하다면 기업가들의 역할은 사라지게 된다. 기업가들이 불확실성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은 그 어원에서도 잘알 수 있다. 18세기초 경제학자 리샤르 캉티용을 중심으로 한 프랑스 정치경제학자들이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기업가(Entrepreneur)의 어원은 ‘위험을 감수하거나 모험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새로운 아이디어나 발명을 성공적인 혁신으로 바꾸고 그러한 능력이 있어 해내는 사람’을 의미한다.

기술의 발전, 많은 카피캣들의 등장, 업종의 경계가 사라진 경쟁, 그리고 파악하기 힘든 고객의 니즈 등 때문에 기업이 느끼는 불확실성에 대한 위기감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가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경영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 기업 경영의 춘추전국시대, 방향을 알 수 없는 혼란스럽고 거센 바람이 촛불 같은 기업에게는 재앙이지만 모닥불 같은 기업에게는 더 활활 타오를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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