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반발 부딪히자 폐지 발표 5개월 만에 부활

지난해 36회를 마지막으로 올해부터 막을 내린 대학가요제가 내년부터 다시 무대에 오른다. 최근 파업 아나운서들의 보복성 인사조치로 논란이 됐던 MBC의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지난 9월 25일 '2013 대학가요제 Forever' 제작발표회에서 유열 집행위원장(가운데)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16일 MBC 관계자는 “올해 폐지된 대학가요제 행사를 내년부터 다시 개최하는 것으로 방침이 결정됐다”며 “대학가요제의 초심으로 돌아가려 한다. 최근 아이돌 위주의 가요계와는 다른 대학생들의 순수한 가요제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내년 대학가요제는 그동안과 마찬가지로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개최될 예정이며 제작비 절감을 위해 캠퍼스 야외 특설무대 대신 방송사 공개홀 등의 내부 시설에서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MBC의 다른 관계자는 “폐지 당시에는 대학가요제의 소중함을 깊이 생각 못했던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재개 배경을 설명했다.

1977년 9월 제1회 행사가 열린 대학가요제는 수많은 스타를 배출함과 동시에 당시 젊은이들의 꿈에 무대이자 군사 정권 시절 그들의 해방구 역할을 했다.

그간 대학가요제에서는 제1회 대상을 받은 '나 어떡해'의 샌드페블즈를 시작으로 이범용, 높은음자리, 배철수, 유열, 무한궤도, 전람회, 이한철 등 국내 가요계를 주름잡은 많은 실력파 스타를 배출해왔다.

하지만 대형 연예기획사 출신 아이돌 그룹이 인기를 끌고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최근 영향력이 급격히 약화된 경향을 보였다. 이에 MBC는 결국 지난 7월에 2013년부터 행사를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대학가요제 출신 스타들이 '대학가요제 동창회'를 설립하고 전국 규모의 '2013 대학가요제 포에버' 공연을 펼치는 등 폐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대회 부활을 위한 크고 작은 노력을 벌여왔다.

시청률과 대중문화를 맞바꾼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던 많은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에 지지를 보내면서도, 향후 이같은 입장이 번복될까 우려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중앙뉴스 /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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