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무리한 대체인력 투입” vs 코레일 “승무원 규정 지켰다”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일어난 80대 승객 사망 사고에 대해 철도노조와 코레일이 떠넘기기식 대응을 펼치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책임 회피를 위한 것인데 사망자에 대한 유족의 아픔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잘못에 대한 원색적 비난만 늘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철도노조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공사가 승객 안전을 위해 무자격자의 승무를 중단하라는 노조의 지속적인 요청을 무시한 결과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오른쪽)이 16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과천청사역 사상사고에 대한 철도노조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어 “이번 사고는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교통대 학생이 승객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출발 신호를 내려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노조 확인 결과 당시 출입문 기기나 개폐장치에 이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은철 철도노조 대변인은 “기관사는 전방을 주시하며 열차를 운행하기 때문에 차장은 사실상 모든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역할을 한다”며 “철도공사 직원이 차장으로 발령이 나도 신입은 최소 100시간, 경력자는 50시간의 훈련을 거쳐 단독으로 업무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과연 파업 대체인력이 이런 훈련과 교육을 받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코레일은 이날 노조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자사 서울사옥 임시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확인 결과 파업 대체인력인 해당 철도대학생은 규정을 지킨 것으로 확인됐다”며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 장진복 코레일 대변인이 16일 오전 서울 봉래동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지난 15일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사망사고 및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진복 코레일 대변인은 “승객의 발목이 문에 낀 상태로 열차가 출발해 사고가 났다고 하는데 열차는 10mm 이상 문이 벌어지면 출발할 수 없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이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사고 열차에 대체인력으로 탔던 대학생도 문이 닫힌 것을 확인했다고 했고 기관사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업 대체인력에 대한 교육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차장으로 등용하기 위해 일정 시간 이상 교육을 하도록 한 것은 맞지만 본부장이 필요에 따라 견습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철도대 학생들은 3일간 교육을 받았고 학교에서 실습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규정을 어긴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최근 잇따르는 사고에 대한 대책에 대해 묻자 “이번주 금요일까지는 현행대로 열차가 운행되지만 파업이 계속되면 승객 안전을 고려해 열차 운행을 더 감축하는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코레일과 철도노조의 이같은 기자회견은 대중들에게 더 큰 불신감만 심어주는 형국이 됐다.

‘내 잘못은 없다’는 식의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양 측은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사망자에 대한 향후 조치나 보상계획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더구나 코레일은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운행을 감축하겠다고 밝히며 서민들이 겪을 불편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

▲ 16일 경기 안양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과천 지하철 사고 피해자 김모(84·여)씨 빈소에 한 유족이 쓸쓸하게 앉아있다.

누군가의 실수로 혹은 잘못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80대 승객의 비명속에 귀를 막고 있는 철도노조와 코레일의 행태는 서민들의 주 이용수단인 지하철에 대한 안전불감증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다.

누리꾼들 역시 양 측의 이같은 입장에 분노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노조와 코레일의 다툼속에 불쌍한 서민만 희생된 것"이라며 "철도 파업속에서 힘없는 서민들만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의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중앙뉴스 /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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