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매달 최저치를 갈아치우자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픽스가 1년 사이 0.5%포인트 이상 떨어지면서 고정금리 대출이 변동금리 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이자를 더 내는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변동금리 대출 쏠림 현상이 재연될 조짐이다.

17일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예금은행 가계대출(잔액 기준)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월 현재 21.7%로, 올해 6월 23.2%를 기록한 이후 넉달 연속 하락했다.

가계대출 신규취급액 가운데 고정금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1월 50.5%에서 올해 10월 16.0%로 급감했다. 2011년 7월 이후 2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과 저금리 기조 속에 올해 초만 해도 적격대출 등 장기·고정금리 대출은 변동금리 대출을 밀어내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동금리 대출이 다시 인기를 끄는 것은 기준금리로 쓰이는 코픽스가 매달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올해 1월 기준으로 2.99%를 기록한 이후 9월을 제외하고는 계속 하락, 11월에는 2.60%까지 떨어졌다.

잔액 기준 코픽스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며 11월 2.91%를 기록했다.

신규와 잔액 기준 코픽스 모두 2010년 도입 이래 최저치다.

반대로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올해 6월 2%대 후반에서 이달 3.4%대까지 상승했다.

변동금리 담보대출과 고정금리 담보대출의 금리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A은행의 아파트담보대출 최저금리를 적용받은 차주(借主)가 1억원을 작년 11월 변동금리(신규취급액 기준·6개월 회전) 조건으로 빌렸다면 금리는 4.34%에서 3.51%로 떨어지고 월이자는 36만1천원에서 29만2천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같은 고객이 같은 시기에 고정금리(4.05%)를 택했다면 이자는 매달 33만7천500원으로 똑같다.

이 때문에 은행 영업점에서는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고객들이 변동금리 하락세를 언급하며 불만을 드러내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불만스럽게 말하는 고객들이 일부 있다"며 "변동금리로 갈아타려면 중도상환수수료가 얼마나 나오는지 묻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들은 변동금리 대출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 만큼 금리 변동 가능성과 고객 자신의 대출 계획을 꼼꼼히 따져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3년 이내에 대출을 갚을 가능성이 크다면 중도상환수수료 감면 조건이 나은 변동금리 대출이 유리할 것"이라며 "다만, 고정금리 대출은 이자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어 장기·분할상환을 원하는 고객이나 대출액이 큰 고객에게 유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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