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주자 전면등장…비노주자 절치부심 문재인-안희정 '선의경쟁'때 친노분화 가속

지난 대선이 불과 일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야권의 차기 대선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친노(친노무현) 진영에서 민주당 문재인 의원에 이어 안희정 충남지사가 차기 대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친 가운데 비노(비노무현) 주자들은 "때가 아니다"라고 견제구를 날리는 것으로 역설적으로 존재감을 알리며 '마운드' 에 오르기 전의 몸풀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신당 창당의 깃발을 내건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독자행보가 민주당내 주자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다 향후 당내 주도권 경쟁의 1차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야권내 차기 대권경쟁이 조기에 점화된 것이다.

그 여파로 친노-비노간 갈등도 가열되는 흐름이다.

당내에서 먼저 시동을 건 것은 친노 쪽이다.

문 의원이 대선 회고록 출간과 북 콘서트 개최 등을 통해 차기 행보에 본격 나선 가운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던 안 지사도 17일 송년 기자회견에서 '장자론(맏형)'을 내세워 차기 대선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친노 내에서 상징성이 큰 두 사람의 관계가 '잠재적 경쟁자'로 바뀌면서 친노의 분화가 가속화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두 사람 모두 노 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이지만 문 의원은 변호사 시절 동업자로, 안 지사는 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는 등 걸어온 궤적은 다르다.

물론 안 지사가 명실상부한 차기 주자 반열에 오르려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 고지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문 의원의 대변인 격인 윤호중 의원은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지사 발언에 대해 "안 지사가 훌륭한 상속인이 되길 바란다.

물질적 유산은 나누면 반이 되지만 정신적 유산은 배가 된다"며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적통' 자리를 놓고 두 사람간 '선의의 경쟁'이 현실화한다면 친노내 세포분열도 불가피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 일각에선 친노 주자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놓고 친노가 '파이'를 최대한 키워 자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동안 '정중동' 행보를 보여온 비노주자들은 친노주자들의 전면 등장에 각을 세우는 한편으로 민생 현안에 대한 집중을 강조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며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정동영 상임고문은 SBS 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 안녕하지 못한 국민들은 차기 대선에 누가 나오나 관심 없다. 지금은 차기대선을 얘기할 때가 아니라 지도부의 중심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민은 박근혜정부가 이명박정부의 '시즌2'가 되기를 원치 않듯, 과거 민주정부의 '시즌2'도 원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손학규 상임고문도 지난 16일 송년 행사에서 문 의원 행보에 대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국민이 참으로 어려운데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도리"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서도 차기 경쟁이 조기에 예열되는 데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주요 인물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지지율이 형편없는 민주당이 국민의 주목을 받는 것은 부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전투구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를 둘러싼 정권의 침묵과 은폐에 대한 문제의식이 주자들의 조기 행보로 분출되는 측면이 있다"며 "당이 활기를 찾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재선 의원은 "연말정국의 초점이 흐려지고 자칫 '대권놀음 정당'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