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 등 지도부들은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어떻게 민주노총 건물을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

경찰은 22일 서울 중구 민노총 사무실을 12시간 가까이 뒤졌지만 허탕을 쳤다. 경찰은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탈출을 했는지 갈피도 못 잡고 있다.

경찰은 이날 수색을 벌이기 전 이미 "김 위원장 등이 건물을 빠져나갔다"는 첩보를 접하기도 했지만 신빙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이날 체포영장 집행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노조 지도부가 민노총 사무실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민노총 사무실에 머물며 그곳에서 기자회견을 했고 이틀 전인 20일에도 민노총 사무실 내부를 오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또 휴대전화 등 통신수사를 통해 위치 추적을 해 봐도 이들이 그곳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경찰이 건물 주위를 둘러싸고 철저히 검문검색을 했기 때문에 지도부가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22일 새벽 김 위원장 등 지도부가 이미 건물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든 경찰의 검색 포위망을 빠져나갔다는 얘기가 된다.

이 대목에서 2008년 조계종에 피해 있다가 이날과 같은 경찰의 삼엄한 포위망을 뚫고 도주했던 촛불집회 수배자들의 사례가 '오버랩'된다.

그들은 당시 카니발 승합차와 1t 트럭 짐칸 등에 몸을 숨기고 경내를 벗어났다.

이번에도 철도노조 지도부는 건물에서 나오는 차량을 이용해 도주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건물에서 나오는 일부 차의 트렁크까지 열어보는 등 검문을 했지만 모든 차량을 샅샅이 검문하기는 쉽지 않다.

경찰은 노조 지도부의 통신 추적을 통해 그들이 건물 안에 있다고 봤지만 그들이 건물을 떠나기 전 전화기를 다른 이에게 줘 혼선을 줬을 수도 있다.

철도노조의 주장과 달리 이날 경찰의 수색 과정에서 빈틈을 노려 도주했을 수도 있다.

민노총이 경향신문 건물의 13∼16층에 세들어 있는데 경찰의 수색은 13층부터 시작됐다.

하층에 있는 다른 입주사는 수색 대상이 아니었다.

경찰이 13층 민노총 사무실 진입에 성공하고 나서 일부 문이 잠긴 사무실을 바로 수색하지 않고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가 지도부가 없는 것을 알고 다시 내려오는 등 다소 혼선을 겪는 모습도 목격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체포조가 건물 1층에 진입할 때, 민주노총 사무실이 시작되는 13층으로 올라갈 때 조합원들이 맹렬히 저항했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사람들이 빠져 이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격렬한 저항으로 경찰의 신경을 집중시키고는 다른 통로로 지도부를 탈출시키는 성동격서식 전술에 당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건물 차량 통행이 제한된 상태에서 어떻게 1층 문을 걸어서 통과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경향신문 건물이 원래 방송사 건물로 쓰여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는 점에서 이들이 경찰의 수색을 피해 아직 건물 내부에 숨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일부 사무실의 천장까지 뜯어봤지만 끝내 이들을 찾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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