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우건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산업은행에 대한 정밀 점검에 나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시절 '4대 천왕'으로 군림하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금융당국의 사정권에 들게 됐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건설에 대해 최근 회계처리 기준 위반 혐의로 감리에 착수했다.

통상적인 절차와 달리 심사 감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정밀 감리 절차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산업은행과 대우건설의 재무제표가 연결된 점을 고려해 대우건설에 대한 감리가 끝난 뒤 산업은행도 점검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에 대한 회계 감리가 향후 산업은행에 대한 특별 검사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대우건설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이 100% 지분을 가진 'KDB밸류 제6호 사모펀드'로 대우건설 지분 50.7%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산은 지주, 산업은행과 재무제표가 사실상 연결돼 있다"면서 "대우건설 분식회계 보고를 받고도 산업은행이 모른척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당국이 대우건설 건은 믿을만한 제보인데다 여파가 크다는 판단 아래 곧바로 감리 착수를 공개했다"면서 "대우건설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산업은행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우건설 의혹과 관련해 산업은행의 연관성을 들여다보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대우건설 감리 결과가 끝나지 않아 현재로선 산업은행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문제는 대우건설 감리 착수가 대규모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4대강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비자금 조성 의혹에 이은 대형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당시 수장은 정권 실세였던 강만수씨였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등 금융당국이 이명박 정부 시절 강만수 전 산은지주 회장의 위세에 눌려 있다가 정권이 바꾸면서 산업은행에 대한 본격적인 부실 청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감리 착수로 산업은행까지 엮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4대 천왕'으로 불리던 강만수 전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이 모두 금융당국의 사정권에 들게 됐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법규 위반 등 금융법질서에 도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들 4대 천왕에 대한 중징계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4대 천왕이 실세로 군림하면서 묵혀왔던 부실이 정권 교체로 드러남에 따라 금융당국이 자연스레 고강도 검사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윤대 전 회장은 최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사회 안건 자료 등이 미국 주총안건 분석기관 ISS에 제공된 것과 관련해 주의적 경고 상당의 징계를 받았다.

이어 국민은행 도쿄지점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 터지면서 금감원이 특별 검사에 착수해 추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승유 전 회장은 최근 하나은행 종합 검사에서 재직 시 과도한 미술품을 구매한 의혹으로 집중 점검을 받았다. 퇴임 후 별다른 자문 실적도 없으면서 막대한 고문료를 받은 점도 검사받았다.

이팔성 전 회장은 우리은행 불완전판매 의혹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의 '파이시티 사업' 신탁상품 불완전 판매 의혹에 대해 최근 특별 검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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