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이 군인공제회의 공사대금 계좌 가압류라는 돌발변수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끝내겠다는 채권단의 입장에 법정관리 코앞까지 내몰렸다. 올해 6월 갖은 진통 끝에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에 들어간 지 불과 반년만이다.

금융권에서는 5번의 매각 시도가 실패한 이후 채권은행들이 '끝'이 뻔히 보이는 지원을 해왔기 때문에 법정관리를 택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협력업체의 줄도산 등 쌍용건설의 법정관리로 몰아칠 후폭풍을 고려해 채권단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상장폐지 후 지원 VS 법정관리…연말이 고비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건설 채권단은 26일∼27일 각자 여신협의회 등을 열어 쌍용건설 출자전환과 신규지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측이 출자전환에 대한 채권단의 의견 제시 기일을 일단 27일로 잡았기 때문이다.

채권단 책상 위에 올라간 지원안은 2가지다.

2013회계연도 말까지 5천억원을 출자전환해 상장을 유지하는 '1안'과, 자본잠식을 일부만 해소하고 상장폐지를 하는 대신 3천800억원만 출자전환하는 '2안'이다.

문제는 더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이 어렵다는 채권단의 입장으로 1안은 물론 2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쌍용건설 지원 문제는 공사대금 계좌를 가압류한 군인공제회와, 가압류를 풀고 출자전환에 동참해달라는 채권단 간의 기싸움에 초점이 맞은 듯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군인공제회 관계자와 채권은행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어떤 '파국'을 맞게 될지 충분히 설명했다"는 것이 당시 금융당국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하지만 불과 열흘 남짓 사이 채권단의 분위기는 강경해졌다.

군인공제회의 가압류보다는 쌍용건설에 대한 지원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지원 자금을 6개월도 안 돼 출자전환해야 하는데다 지원금 가운데 군인공제회가 1천200억원 이상을 가져갈 것으로 보여 배임 논란도 제기된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지금 상태라면 채권단이 지원에 대한 의견 일치를 볼 수 없는 구도라는게 문제다"고 설명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도 "핵심은 쌍용건설이 이번 지원으로 끝까지 생존할 수 있느냐인데 내년에 추가 지원을 요구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며 "게다가 손실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 지원하는 것은 배임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경기 급랭…협력업체 줄도산 우려

쌍용건설 대주주였던 자산관리공사(캠코)는 2007년 1차례, 지난해 4차례에 걸쳐 쌍용건설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2월 부실채권기금 청산 이후 워크아웃을 신청해 10개월을 끌어온 쌍용건설의 구조조정에 대해 사실상 실패한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쌍용건설의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와중에 채권단의 손실은 계속 커졌고, 이번 추가 지원안에 채권단이 극적인 의견 일치를 본다고 해도 독자생존이 가능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워크아웃 결정도 결국 (채권단) 팔 비틀어 한 셈인데 그 결과가 결국 어떤가"라고 반문하며 "(지원을) 끊을 때가 됐다면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쌍용건설이 법정관리를 선택할 경우 1천400곳에 달하는 협력업체가 줄도산 위험에 처하게 된다.

자금여력이 부족한 일부 협력업체들은 대출을 받아 필요한 돈을 조달하고 있지만 쌍용건설이 이달 말까지 갚아줘야 하는 협력업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B2B대출)이 6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이 수주했던 해외 건설사업도 줄줄이 취소될 가능성이 크고 건설업계 체감경기가 얼어붙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다만 STX그룹과 동양그룹에 이어 쌍용건설까지 무너지며 적지 않은 후폭풍이 몰려오는 것을 막고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채권단에 지원을 독려할 가능성도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쌍용건설 살리기에 적지 않은 힘을 보탰던 금융당국이 다시 한 번 나서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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