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동물원 직원입니다" 서울대공원은 지금 인권 사각지대
"나도 동물원 직원입니다" 서울대공원은 지금 인권 사각지대
  • 채성오 기자
  • 승인 2013.12.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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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바뀐 공무직 사육사들.."같은 일하고도 차별대우"
지난달 24일 탈출한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어 숨진 사고가 발생한 서울대공원이 16일부터 23일까지 1천만원을 들여 맹수사 잠금장치 130개를 비롯해 동물사에 880개 잠금장치를 새로 설치했다.

당시 사고가 내실 문이 제대로 잠기지 않아 벌어진 것이라 당연한 조치이지만, 사람이 목숨을 잃은 뒤에야 개선에 나선 것을 두고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지적이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동물사별로 여러 종류의 자물쇠를 사용하고 있어 휴대나 사용이 불편했다"며 "문 개폐시 문을 닫지 않아 동물의 공격이나 탈출의 위험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서울대공원의 취약점은 비단 동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동물들을 사육하고 관리하는 대공원 사육사들의 권리 역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비정규직 보호의 일환으로 일부 기간제 공무원들에 대한 정규직화를 실시했다. 이에 서울대공원 아래 네 가지 유형의 공무원들이 일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는데, 그 대우는 천차만별이다.

 '한 지붕 네 가족'에도 서열은 있다?

서울대공원의 사육사들은 현재 기능직 공무원 21명, 계약직 공무원 27명, 공무직(무기계약직) 23명, 위탁직 4명 등의 형태로 고용돼 있다. 고용형태가 제각각인 75명의 사육사들이 서울동물원 소속 전체 338종 2천698마리의 동물과 곤충을 돌본다.

하지만 이들은 같은 업무를 맡으면서도 고용형태에 따라 급여와 처우가 다르다. 계약직 사육사는 계약직 공무원 ‘마’급에 준하는 급여를 받고, 공무직은 호봉에 따라 임금을 받는다. 이들 사이의 급여는 최대 10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사육사들의 업무 만족도와 소속감이 크게 차이나는 이유다.

특히 공무직 사육사들은 기능직과 계약직 사육사가 누리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직 사육사들은 시간외수당을 일절 못 받는다. 예산 문제로 인해 공무직 사육사에게는 시간 외 수당이 책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초과근로를 한 공무직 사육사들은 아예 퇴근시간을 기록하지 않고 그대로 귀가한다.

게다가 공무직 사육사들은 서울시 행정 포털사이트에서 아이디를 만들 수 없다. 개인 컴퓨터도 지급되지 않는다. 또한 기능직·계약직 사육사들은 유니폼을 연 2회 지급받지만, 예산이 책정돼 있지 않은 탓에 공무직은 연 1회만 지급을 받고 있다.

더불어 지난 10월에는 수목을 관리하는 공무직 신규임용자들에게 "기밀을 누설하는 것은 이적행위로 동기여하를 막론하고 반국가적 행위임을 자인하고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임을 서약한다"는 내용의 보안서약서 작성을 요구해 온 것으로 확인돼 심각한 인권 침해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공무직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대기실, 샤워시설이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임시 가설물로 설치된 것이 드러나며 평등권 침해 조치로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의 개선을 권고 받았다.

이에 대해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지난 24일 중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무직 사육사들에 대한 처우는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반박했다.

서울대공원의 한 관계자는 “정규 시간외에 초과 근무를 한다면 공무직 사육사들도 당연히 그에 합당한 임금을 지급받는다”며 “현장근무가 많은 사육사들의 업무 특성상 서울시 행정포털에서 직무를 수행할 일은 거의 없다. 만약 필요할 경우에 아이디를 만드는 것을 막지는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유니폼 연 지급 횟수 차이에 대해서는 “기능직과 계약직 사육사들이 공무직에 비해 유니폼을 한 벌 더 받은 것은 지난해 기업에서 협찬 받은 것을 말하는 것 같다”며 “공무직에게만 지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지난해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들이 공무직으로 전환되기 전에 나온 것이라 별도의 지급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공무직 사육사들에게도 별도의 피복비 예산이 책정돼 있어 기능·계약직 사육사들과 같은 횟수로 유니폼이 지급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공무직 사육사들의 근로 환경 개선 권고안에 대해서는 “개선안 권고를 받고 서울시 예산과에 강력히 건의했다”며 “낙후된 시설에 대해서 조만간 리모델링과 증축 개편안이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물원에서 위탁직으로 일하는 사육사들은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다. 현재 서울대공원 어린이동물원에는 위탁업체에서 근무하는 4명의 사육사가 있다.

지난 2009년 서울시는 시범 삼아 위탁업체 ‘애니피아’에 어린이동물원에 있는 꼬마동물사와 가축사를 외주화했다. 이후 서울동물원과 서울시는 다른 동물사까지 추가로 위탁을 주는 것을 검토했다가 노조의 반발로 중단했다. 해당 업체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4년째 동물사와 가축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계약기간 2015년 1월까지다.

현재 위탁업체에서 일하는 사육사는 서울동물원에서 일하는 사육사 가운데 가장 낮은 임금인 월평균 130만원을 받고 있다. 올해 10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9월 기준 362만원, 임시·일용근로자의 임금은 136만원이다. 위탁 사육사의 임금은 상용근로자의 36%에 불과하다.

동물원 사육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애니피아에 소속된 사육사들에 대해 불법파견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사육사는 파견이 가능한 직종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지시는 애니피아 소속 관리자가 해야 한다. 하지만 위탁업체를 담당한 서울동물원 A팀장이 수시로 시설물·청결관리·동물관리 등 업무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업무지시는 위탁업체에서 일하는 반장이 따로 하고 있다”며 “그런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시와 서울동물원은 계약이 끝나는 2015년부터 위탁업체가 운영하는 꼬마동물사와 가축사를 직접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위탁을 줬지만 계약이 끝나는 대로 직접운영하고, 사육사를 직접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접고용 대상은 애니피아에 위탁 고용된 4명의 사육사 중 정년을 넘긴 사육사와 곧 이직을 앞둔 사육사를 제외한 2명이다. 이들은 2015년부터 2년 동안 기간제 근로자로 일한 후 2017년 1월부터 공무직 사육사로 전환된다.

이같은 서울대공원의 차별적 처우에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처우가 다르거나 근로조건이 열악하면 조직문화에 긍정적이지 못하다”며 “서울대공원의 인사·총무 담당자들이 고용형태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서울시에 적극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비전문 사육사 인사 이동..제2의 '로스토프 사태' 부르나

이러한 사육사들의 고충은 공무직이나 위탁직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사육사들은 언제나 인명 사고를 겪게 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달 24일 호랑이 탈출로 끔찍한 사고를 일으킨 서울대공원은 20년 이상 곤충을 사육하던 이를 하루 아침에 맹수사로 보직 이동시켜 ‘무리한 인사 제도’라는 논란을 낳은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조류 사육사를 코끼리 사육사로 보직 이동시킨 황당한 인사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 서울대공원 사육사가 코끼리에게 물을 뿌려주고 있다.  

앞서 7년 동안 코끼리를 담당한 사육사와 스리랑카인 사육사가 동시에 사직하자 대공원 측은 조류 사육사를 긴급 투입했다. 이에 동물원 사육사들은 사육사 교체 후 코끼리가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공원 내부 문건 보고서에 따르면 “코끼리가 사육사가 바뀐 것을 알고 있고, 수컷인 가자바는 지시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코끼리 칸토는 성질이 사납고 발정기 때 시설물을 파손하는 매우 위험한 개체”라고 명시돼 있다.

더불어 안영노 서울대공원장이 취임한 뒤 동물원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코끼리 이동시 안전장구인 보정틀이 없어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동물원 사육사들은 동물원에서 가장 다루기 힘들고 위험한 동물로 코끼리를 꼽고 있다.

한 코끼리 사육사는 “코끼리가 동물 중 최고 위험한 동물”이라며 “동물이동시 필수장비인 보정틀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록에도 조류 사육사였던 현 코끼리 사육사와 신규 입사한 사육사는 현재까지 대동물관 코끼리 담당 사육사로 근무하고 있다.

결국 서울대공원은 코끼리를 사육한 경험이 전무한 사육사를 안전장비 없이 근무지에 투입하며 또다시 인재를 부를 위기에 놓여 있지만, 별다른 대책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주먹구구식 인력 배치로 인한 전문인력 관리 소홀

당초 서울동물원은 호랑이 숲 공사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어린이대공원과 광릉국립수목원에 호랑이 위탁사육을 검토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올해 1월 27일 대공원장 지시사항 372호에 따르면 “호랑이 숲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랑이 등 동물이 공사 소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서울동물원이 호랑이 숲 공사로 인해 사고 발생 위험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데도 곤충 사육사인 심 사육사를 맹수사로 보낸 것이다.

인사와 관려해 심 사육사는 지난 8월 대공원장·동물원장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잦은 업무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장기근무자에 대한 공정한 인사를 해 주셨으면 한다”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로 부서 이동으로 이뤄지는 인력 배치는 어느 조직이든지 임금만큼이나 직장인들의 최고 관심사다.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업무에 투입되면 직무 만족도와 업무 효율성이 올라간다. 조직 내 수평적 이동이라고 할 수 있는 전직에 대한 신중함이 필요한 이유다.

전직의 최우선 원칙은 ‘적재적소의 원칙’이다. 능력과 적성을 바탕으로 우수한 인재를 가장 잘 맞는 자리에 배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곤충 연구만 해오던 심씨에겐 호랑이 우리 관리는 맞는 자리가 아니었다.

서울동물원 측은 한 자리에 오래 있을 경우 생기는 매너리즘을 막기 위해서 순환배치를 하고 있다지만 업무 연관성과 직무 안정성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정명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부환경 변화로 인력 이동이 필요해도 상황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인력을 가져다 쓸 게 아니라 합의와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서울대공원의 인력 배치는 충분한 상의도 없이 인력을 마음대로 가져다 썼다는 점에서 동물원 측이 기본적인 복무 규율도 안 지켰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순환보직을 하더라도 한 분야에서 오래 전문성을 쌓은 사람이라면 관리·감독직으로 보내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자신이 모르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다른 분야로 이전하는 것이 효과적인 인력배치는 아니다.

전문인력들도 임원급이 되면 순환보직을 시키긴 하지만 이는 관리능력과 혁신능력을 키워 어떤 직능군을 맡겨도 성과를 내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른 분야에서 전문성을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쌓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공원의 사고는 이 같은 인적자원 관리의 기본을 무시해서 빚어진 참사였다.

공사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감안해 간담회 때 나온 건의사항을 동물원이 받아들였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공공운수노조 서울대공원공무직지회 관계자는 “동물원측에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요구해 왔지만, 원칙도 없는 주먹구구식 인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공원의 인권 침해 의혹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10월 민주노총 산하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 과천지회 소속 청소 용역직원 28명은 용역업체의 현장소장이 지난 8월 말 청소직원을 감금 폭행하고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대공원 측에 사과와 현장소장의 처벌을 요구했지만 서울대공원 측이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만 되풀이하자 이날 공원장실 점거에 들어간 바 있다.

안타까운 인명사고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시설 확충과 인력 관리에 힘써야 할 서울대공원이 오히려 인권에 대한 경각심을 깨닫지 못하고 있어, 사육사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중앙뉴스 /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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