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이 30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을 두고 채권단은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쌍용건설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되도록 경영 상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추가 자금지원도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유일한 해답은 이미 법정관리 신청으로 굳어진 상태였다.

채권단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쌍용건설 스스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도록 기다린 셈이기도 하다.

채권단이 쌍용건설 지원을 꺼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 부담과 배임 소지다.

채권단은 그동안 쌍용건설을 가리켜 '돈 먹는 하마', '밑 빠진 독'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동결되는 쌍용건설에 대한 채권단의 자금은 6천800억원, 이 가운데 3천200억원은 상환이 불투명한 무담보채권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쌍용건설에는 3천800억~5천억원의 추가 출자전환과 3천억원의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다.

이미 2천450억원의 출자전환이 이뤄진 것까지 포함하면 1조원을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어가야 하는 셈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쌍용건설은 내년에 또 돈을 달라고 할 게 명확하다"며 "답도 안 나오는 상황에서 더 끌고 가봐야 서로 힘만 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회계법인 실사 결과 쌍용건설은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더 높게 나왔다. 계속 자금을 지원하느니 청산시키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뜻이다.

금융당국과 쌍용건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당국과 주채권은행이라는 '책임감'에 채권단의 지원을 모색했지만, 역시 속내는 자포자기 상태였다.

우리은행은 이날 "금융당국과 함께 채권단의 지원을 도출하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결정이 지연됐다"고 안타깝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우리은행 관계자는 "채권단이 자금 지원에 합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채권단의 지원 기대를 일찌감치 접었음을 시사했다.

채권단 내에선 "홀가분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번 워크아웃이 채권단의 의지보단 정치적인 고려와 당국의 '팔목 비틀기'로 강행됐다는 방증이다.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는 "솔직히 바라는 바였다"며 "금융위원회나 청와대에서 (법정관리를) 원하지 않아 난감했는데 잘 됐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쌍용건설의 법정관리가 개시될 경우 적극적으로 기업 회생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우리은행은 "협력업체 연쇄 도산을 막고 해외 사업장 완공을 위해 법정관리 조기 졸업을 추진하고, 필요한 지원은 채권단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B2B 채권) 등 협력업체의 거래 은행에 할인어음의 대환 등 유동성 지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해외사업장에 대해선 회사가 발주처와 적극적으로 협상토록 하고,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지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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