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갑오년 말(午)띠 해다.

말은 12지의 열두 동물 중에 일곱 번째 해당한다.
12지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여러 모로 일맥상통한다.
개인의 운명과 미래를 12지의 열두 동물과 연관시켜 찾는 풍속은 우리 민족에게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그래서 해가 바뀔 때만 되면 그 해 해당하는 동물이 상징하는 의미와 상서로운 고리를 찾아 자신의 올해 운명과 연결시켜 본다.

12지 중 일곱 번째 동물인 말은 시간으로는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방향은 정남, 달로는 음력 5월에 해당한다.

말(午)에 해당하는 오시(11~13시)는 고조에 달했던 ‘양기’가 점점 기세를 죽이며, ‘음기’가 머리를 들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땅은 ‘음기’이므로 말이 땅에서 달리는 이 시간을 말과 연계시켰다고 역술가들은 말한다.

 12지의 열두 동물을 각 시간과 방위에 배열하게 된 데는 각 동물의 발가락수와 그 동물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에 따랐다는 설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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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부처님이 열반했을 때 도착한 열두 동물의 순서에 따랐다는 설도 있다.

2014년은 갑오년 말띠해다. 말이 상징하는 박력과 생동감은 우리 민족이 지닌 성향 그대로를 나타낸다. 말띠해 답게 올해 힘차게 도약하는 한국을 기대해본다.

자시(23~01시)는 쥐가 제일 열심히 뛰어다니는 때, 축시(01~03시)는 밤새 풀을 먹은 소가 한참 반추하며 아침 밭갈이 준비를 할 때,

인시(03~05시)는 하루 중 호랑이가 가장 흉악한 때, 묘시(05~07시)는 해 뜨기 직전에 달이 중천에 걸려 있어 그 속에 옥토끼가 보이는 때,

진시(07~09시)는 용들이 날면서 강우 준비를 하는 때, 사시(09~11시)는 뱀이 자고 있는 시간으로 사람을 해치는 일이 없는 때,

오시에 이어 미시(13~15시)는 양이 풀을 뜯어먹는 때, 신시(15~17시)는 원숭이가 울음소리를 제일 많이 내는 때,

유시(17~19시)는 하루 종일 모이를 쫓던 닭들이 둥지에 들어가는 때, 술시(19~21시)는 날이 어두워지니 개들이 집을 지키기 시작하는 때,

해시(21~23시)는 돼지가 가장 단잠을 자고 있는 때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태어난 시와 동물이 일치할 때 운세가 좋다고들 말한다.

그러면, 한민족의 정서와 밀접했던 12지가 오늘날에는 어떻게 전해지고, 그 중 일곱 번째인 말은 사람과 어떤 관계였을까?

말은 예로부터 상서롭고 신성한 동물의 상징이었다. 신성한 존재, 하늘의 사신, 중요 인물의 탄생을 알리는 영물 예언자적 존재, 죽은 사람의 영혼과 마을 수호신이 타는 동물 등 희망을 가져다주는 동물로 인식되어 왔다. 또한 이동수단으로서의 말이 지닌 민첩성과 순발력은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오랜 세월 한민족과 더불어 살아온 말은 우리 민족의 정신세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말과 한국인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패기와 도전으로 일구어낸 우리 민족의 역사, 그대로다. 그래서 말의 기운은 한국인의 정신과도 닮아 있고, 녹아 있다고 말한다.

말의 이미지는 박력과 생동감이다. 외견상으로 싱싱한 생동감, 뛰어난 순발력, 탄력 있는 근육,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 각질의 말굽과 거친 숨소리는 강인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현재 ‘다이내믹 코리아’의 힘찬 기상 그대로를 나타낸다.

말이 지닌 신성성은 우리의 건국신화 속에서도 전한다. <삼국유사> 권1 신라시조 혁거세왕조편에 보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신라 6부의 조상들이 각기 자제를 데리고 알천 언덕에 모여서 백성을 다스릴 덕 있는 임금을 세우려고 의논을 하고, 이에 높은 곳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니 양산 아래 나정 옆에 이상스러운 기운이 땅에 비치더니 거기에 백마 한 마리가 꿇어앉아서 절하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에 찾아가 보니 붉은 알이 있었고, 말은 사람을 보자 길게 울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그 알을 깨니 단정하고 아름다운 동자가 나왔다. 이 아이를 동천에 목욕을 시키니, 몸에서 광채가 나고, 새와 짐승이 따라 춤 추며 일원이 밝아졌다. 그래서 혁거세(赫居世)라 했다.’

이 신화 속에 나오는 말은 영물(靈物) 내지는 하늘의 사신역할을 하는 신마(神馬)로서의 백마였다.

이것은 신라 고분 천마총에 나오는 백마와 일치하고 있다.
백마는 왕이 타는 영험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하늘의 사자로서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동명성왕과 주몽 등이 탄생할 때에도 말이 나온다. 백제가 망할 때도 말이 나타나 흉조를 예시해준다던가, 왕의 죽음을 알려주는 등의 신성한 존재로 등장한다.

 그만큼 신성한 존재로서의 말이 고래로부터 인간과 관계를 맺어왔다.

말은 살아서는 인간의 이동수단으로, 죽어서는 고기로 인간에게 도움을 주어온 친숙한 동물이다. 고대 신화에서는 인간과 하늘을 연결하는 영물이며 사신 역할을 한 신성한 동물로 여겨져 왔다.

신화에 나오는 말은 신성성을 지닌 반면 12지의 세시풍속에서는 매우 친숙한 동물로 인간에게 다가온다. 새해 들어서 가장 많이 하는 놀이인 윷놀이는 다섯 마리의 동물들이 말판을 차지하고 있다. 도, 개, 걸, 윷, 모는 각각 돼지, 개, 양, 소, 말을 상징한다. 말이 상징하는 모가 다섯 단계를 직행하며, 가장 민첩한 동물 그대로를 반영한다.

정월 들어 첫 오일(午日)을 ‘상오일(上午日)’ 또는 ‘말 날’이라 한다. 옛날에는 말을 숭상했으므로 상오일에는 말에게 제사 지내고 찬을 따로 주어 위로했다. 이 날은 ‘오불점개’라 하여 지붕을 이지 않는다. 말 날의 풍속으로는 고사를 지내거나 장을 담그고 김장을 하기도 한다.

또 우리 민족은 혼인을 할 때 궁합을 보는 일이 많다. 이 때 말띠의 여자, 특히 병오년(丙午年)에 태어난 여자는 백말띠라 하여 기가 세서 팔자가 사납다고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오(午)는 화성(火性)이어서 성질이 급한데, 또 화성인 병(丙)이 겹쳐 있어 나쁘다는 것이다. 오히려 역으로 말이 강한 양성이라는 데서 액귀나 병마를 쫓는 방편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조선 왕조의 왕비 중 말 띠 해에 태어난 인물이 많았다.
성종의 후비 정현왕후, 인조비 연열왕후, 효종비 인선왕후, 현종비 명성황후가 모두 말띠였다.

조선 왕실에서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몰라서 ‘말띠 왕비’를 간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지금 우리가 아는 정도의 말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없었던 것 같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그의 논문 <말 관련 민속문화와 전통사회>에서 ‘말띠의 고약한 속신이 우리나라에 토착한 것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였다.

일본에서는 말해에 태어난 사람은 기질이 세어 말띠해에 여자가 시집을 가면 남편을 깔고 앉아 기세를 꺾기 때문에 말띠 태생의 부인을 경원하는 습속이 예전부터 있어왔다.

이러한 일본의 속신이 일제 강점기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내년이 청말띠에 해당되는 해이므로, 이 해에 태어나는 여자애는 팔자가 사납다는 속설이 있다고 말한다.

천간(天干)인 갑(甲)은 청색을, 지지(地支)인 오(午)는 말을 뜻해 갑오년을 청말띠해라 부른다. 이도 일제 강점기 시대에 열도에서 건너온 풍습이 아닌가 여겨진다.

유달리 열두 동물의 풍속을 많이 찾는 우리네 생활이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현대인에게 싫든 좋든 전해지고 있다.

올해는 다시 ‘말의 해’다. 1년 동안 말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

말의 해에 말의 힘찬 기상 등과 같은 말의 좋은 속성만 그대로 이어받아 올해는 더욱 발전하는 갑오년 한해가 되기를 모두에게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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