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벽'에 해 넘겨…'외촉법' 가까스로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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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개혁법안과 새해 예산안 처리를 연계한 여야의 '빅딜'이 외국인투자촉진법이라는 돌발변수를 만난 12월 31일은 국회가 온종일 요동친 하루였다.

여야는 국회 국정원개혁특위에서의 논란을 끝내고 가까스로 국정원 개혁안을 통과시켰으나 '외촉법 암초'를 만나면서 시간을 끌다가 결국 예산안 처리에서 해를 넘기고 말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법안·새해 예산안 처리시한이었던 12월30일 합의에 실패했으나 31일 아침이 되자 서광이 비쳤다.

여야가 심야협상에서 사실상 개혁안을 타결지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국정원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원 개혁법안이 마침내 통과되자 '제야의 종'이 울리기 전에 새해 예산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졌다.

그러나 오후 들어 외촉법을 놓고 야당이 시끄러워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경제활성화 역점 법안으로 밀었던 외촉법을 민주당 지도부가 국정원 개혁안 처리와 맞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당내에서 확산되면서 부터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 외촉법에 반대하는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동료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이어 의총에서 이 법안의 처리에 반대하는 발언이 속속 터져나오면서 국회 일정은 사실상 멈춰섰다.

특히 법안 처리의 마지막 관문인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이 외촉법을 막아섰다.

박 위원장은 "이 법만큼은 내 손으로 상정할 수 없다"고 반대를 굽히지 않았다.

3시간여의 민주당 의총에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전병헌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를 찾아가 추가 협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연내에 예산안만 처리하고 국정원 개혁법안과 외촉법 처리를 새해로 미루자는 역제안을 하기도 했고, 한때 여야 법사위원들이 외촉법과 상설특검,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연계시키는 중재안도 내놓았지만 모두 무산됐다.

민주당은 결국 오후 10시께 김한길 대표의 결단으로 외촉법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예산안의 연내 처리는 물 건너간 상황이 됐다.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의총장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린 뒤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최경환 원내대표와 고성이 오가는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박 의원이 몽니를 부리는 것은 마치 완장을 둘렀다고 해서 무소불위의 월권을 행사하는 셈"이라면서 "국민이 박의원의 할리우드 액션에 레드카드를 보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법사위 개최에 앞서 여야 의원들이 외촉법 대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권성동 의원이 박 의원을 향해 "박 의원 한 명 때문에 국회의원 300명이 볼모로 잡혔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날 법안·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현오석 부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하루종일 국회에서 대기해야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7시간 가량 국회에 머물렀으나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지자 일단 공관으로 돌아갔다.

외촉법의 소관 부처인 유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가 자정 직전 가까스로 외촉법을 가결하자 민주당 의원들에게 큰 절까지 했다.

청와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박준우 정무수석 등도 국회로 출동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설치와 관련법 통과를 위해 최경환 원내대표와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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