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15만kW의 비상발전기 활용 예산 125억원이 최초로 확보됐다. 매년 반복되는 블랙아웃의 공포를 벗어나기에는 부족한 예산이지만, 국가적으로 매우 중대하고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이번을 계기로 비상발전기 활용을 2~300만kW 수준까지 늘려간다면, 전력수급 안정에 기여함은 물론 탈원전의 획기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원전을 더 지을 수도, 안 지을 수도 없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후쿠시마 재앙 이후 촉발된 탈원전의 세계적 추세, 원전 기술의 원천적인 불완전성을 고려하면 원전을 더 지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지만, 제조업이 많은 산업구조와 에너지 자원은 없지만 소비는 높은 상황을 고려하면 원전을 무조건 안 지어야 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상발전기 활용은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전국의 아파트, 빌딩, 공장 등에는 2,091만kW, 원전 21기에 버금가는 비상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 중 1,000kW급 이상만 544만kW에 달한다. 이 중 일부라도 잘 활용하면 국가에너지 수급 전략을 전면 다시 세울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난 6월부터 비상발전기를 활용하자는 주장을 꾸준히 해 왔다. 상임위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정부를 상대로 정책을 제안했고, 기자회견과 방송 출연 등을 통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론과 여론의 관심을 끌어내는 노력을 해 왔다.

이런 노력 끝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제안을 받아들여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예산안을 마련했고, 국회에서 마침내 예산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국회의원이 정책을 제안하고, 정부가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내년 15만kW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2~300만kW 수준까지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이미 민간에서 150만kW 수준까지 참여의사를 밝혔고, 실행상황에 따라 충분히 더 많은 참여가 가능한 상황이다. 비상발전기 활용은 동계·하계 전력피크시 수급 안정에 기여하고, 원전과 화석에너지에 의존했던 국가 에너지 믹스 구성의 새로운 탈출구가 될 것이다. 게다가 원전 1기(100만kW) 건설에 3조 이상이 드는 막대한 국가 재정 부담을 2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여 나갈 수도 있다.(100만kW 기준 비상발전기 건설비용 1,620억원)

정부는 여전히 원전을 늘리자는 공급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원전비리 사건으로 국민적인 불신이 극에 달하고, 원전 고장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원전을 더 늘리자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한 도박에 다름 아니다. 이미 수명연장한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부터 폐로를 위한 수순을 밟고, 비상발전기 활용을 늘려 원전 비중을 줄여나가야 한다. 정부가 비상발전기 활용을 대폭 늘리고,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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