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 일본은 어쩔 수 없는 나라인가 보다. 일본 전체를 싸잡아 말해서도 안 되고 더구나 일본국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정부를 대표하는 총리가 일을 저질렀으니 달리 말하기도 어렵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이중성을 가지지 않은 정부는 없다고 하겠지만 일본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

한때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그 위상이 하늘을 찌를 듯 높아가더니 10년 넘게 불황의 늪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일본의 저력은 크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상하면서 2위에서는 밀려났지만 일본의 절대적 위상은 선진국 중에서도 상위권이다. 일본의 원조를 기다리는 후진국들도 많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알아주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은 일본이 경제적으로만 넉넉해서가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폭넓은 행태를 보여주어야만 명실상부하게 선진국 반열에 드는 것이다. 문화적인 행태는 국가가 가지고 있는 도덕성을 어떻게 실현하고 실천시키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공연(公演)요소는 진짜 문화가 아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상호 이해하고 존경할 수 있는 태도를 보여줄 수 있을 때 그 나라는 문화대국으로 인정된다. 문화대국으로서의 위상이 정립되었을 때만 그 나라는 이제 어느 나라로부터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일본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전쟁범죄국가이다. 그들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추축국을 이루고 전 세계를 향하여 침략전쟁을 일으킨 사실은 명백히 범죄로 단죄되었던 사항이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이를 인정하고 전쟁이 끝나고 6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기회만 있으면 참회와 반성의 뜻을 표하고 있다.

독일의 브란트총리는 폴란드를 방문하여 나치 희생자 무덤에 꽃을 바치며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뜻을 표하여 세계인의 얼었던 가슴을 녹여줬다. 이번에 3선 임기를 시작하는 메르켈총리도 유대인 희생자들을 찾아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폴란드와 이스라엘 같은 나라에서 그렇게 해야 된다고 강박한 일도 없다. 스스로 알아서 선조들이 저지른 죄과를 사심 없이 털어놓는 것이다.

나치가 저질렀던 범죄에 비해서 일본은 더 악독한 범죄를 저지른 나라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악행을 하나도 빼지 않고 저질렀다. 조선을 송두리째 집어삼키고, 독립 운동자를 죽이며, 젊은 청년들을 전쟁 총알받이로 내몰았다.

만주에 설치된 731 부대에서는 조선 광북군을 체포하여 생체실험으로 무참하게 살육했다. 게다가 모든 조선민족에게 창씨개명을 강요하여 조상의 얼까지 없애 버렸을 뿐더러 조선어 말살정책으로 일본말과 글만 쓰도록 교육시켰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식민지 국가가 존재했지만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것처럼 성과 이름을 바꾸고 나라 글과 말까지 빼앗은 나라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만행이었다. 군국주의의 단말마적 광행(狂行)으로 진주만을 폭격하고 미국과의 일전을 겨뤘지만 원자폭탄 세례로 무조건 항복하기 까지는 수많은 희생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전쟁범죄를 일으킨 주범들을 전쟁 후 승전국들의 전범국제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14명의 전범과 위패를 몰래 야스쿠니 신사에 안치한 일본정부는 이들을 영웅으로 받들며 참배해왔다. 나카소네, 고이즈미 등 전범의 후손들이 총리를 맡았을 때는 직접 참배했다.

장관이나 국회의원의 참배와 달리 총리는 정부를 대표하는 위치여서 파장이 컸다. 지금의 아베 역시 전범의 후예인데다 극우 성향을 북돋우는 사람이지만 국제관계를 고려하여 직접 참배는 자제할 줄 알았다. 현재의 한국, 중국과의 관계가 매우 소원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 1주년을 맞이하여 전격 참배를 단행했다.

그까짓 일본 총리가 참배하든 말든 관계없다는 태도를 보일 수도 있지만 전쟁피해국인 한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에서도 아베의 행동에 대한 비판이 크다. 설마 했던 미국까지 나서자 일본은 당황하여 특사를 파견하는 등 부산을 떤다. 어떤 극언으로도 아베를 규탄하는 말로는 부족하다. 한국은 비교적 온건한 표현을 쓰면서도 매우 격앙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예 ‘아베’뒤에 총리도 붙이지 않을 정도다.

일본이 막가파로 나가면 우리도 막갈 수밖에 없다. 일체의 대일교섭을 중단하고 저들의 태도를 살펴보자. 과거의 행태에서도 일본은 강경외교에 약한 측면을 보여준다. 일본이 우리와 함께 세계 평화를 지향하는 자세를 보여줄 때 악수해도 늦지 않다. 세계의 여론은 우리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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