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옥 마련 열풍 속에 LS·금호아시아나·삼성 '기업타운'으로 이사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정들었던 빌딩을 나와 속속들이 이사에 나서고 있다. 길을 나선 이들이 정착한 곳은 바로 각 그룹의 계열사들이 한데 모인 이른바 ‘기업타운’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9월 신문로로 본사 사옥을 이전하면서 신문로시대를 열었고 삼성그룹 역시 서초동에 ‘삼성타운’을 조성해 서초시대를 열었다. 이뿐 아니라 롯데그룹은 서울시의 대규모 부지의 용도변경 허용 방침에 따라 서초동에 위치한 롯데칠성 물류센터 부지에 그동안 염원해왔던 ‘롯데타운’을 형성할 수 있게 돼 이곳에 사옥을 건설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같이 각 기업들이 ‘기업타운’을 형성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 제고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 불고 있는 ‘기업타운’ 바람을 들여다봤다.

“한국에 부는 ‘기업타운’ 바람”
LS, 금호아시아나, 삼성 등 국내의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그동안 정들었던 빌딩을 떠나 각 그룹의 계열사들이 한데 모인 이른바 ‘기업타운’에 정착하고 있다.      ©조신영 기자

기업문화 만들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기대

국내 대기업들의 ‘타운’ 형성 바람 속에서 제일먼저 새로운 둥지를 튼 것은 LS그룹.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LS는 그간 계열사별로 건물을 임대해 사용해오다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2,700평 부지에 지상 17층, 지하 3층 연면적 1만5,700여평 규모의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을 건설하고 지난 5월23일 준공식을 가졌다.

지난 2006년 첫 삽을 뜬 이후 2년만에 완공된 LS타워에는 지난 4월 LS의 주력 계열사인 LS전선과 LS산전 임직원 1,000여명이 입주를 완료했고, 연말까지 협력회사 등이 추가를 입주하면 식구가 1,500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LS의 신사옥 마련은 LG그룹에서 분리된 후 제각각 떠돌던 계열사들이 한 곳에 모여 ‘LS그룹’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들고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LS는 계열사간 일체감 조성을 위해 매년 개최하는 R&D(연구ㆍ개발) 행사를 LS타워에서 열고, 분기마다 열리는 그룹 임원회의도 LS타워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구자홍 회장은 준공식에서 "LS의 태동지로 볼 수 있는 이곳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다"고 말하며 신사옥 이전에 따른 긍정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 금호아시아나의 메인타워(왼쪽)와 퍼스트타워(오른쪽).   ©금호아시아나그룹 제공
금호아시아나 "광화문의 문화 명소되길‥"


금호아시아나는 광화문 기존 사옥(퍼스트타워) 맞은편에 본관(메인타워)을 세우고 9월22일 준공식을 가지면서 본격적으로 신문로 시대를 열었다.

지상 29층, 지하 8층의 규모의 메인타워는 전략경영본부, 금호건설, 금호타이어, 금호석유화학 등이 입주했으며 기존 사옥인 퍼스트타워에는 대우건설, 금호생명 등이 자리를 채워 ‘금호타운’을 형성했다.

최근 몇 년 새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국내 대규모 인수·합병전에 참여한 후유증으로 ‘유동성위기설’에 시달리기도 했던 금호아시아나는 인수·합병의 본격적인 시너지를 기대하면서 이 같은 이사를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외의 기대를 반영하듯 메인타워 준공식에서 박삼구 회장은 “새로 준공한 금호아시아나 메인타워를 기반으로 향후 500년 기업 역사를 만들겠다”고 말하며 △사업구조 안정화 △건실한 재무구조 구축 △아름다운 기업문화 창달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금호아시아나의 ‘금호타운’ 조성에는 한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기업 위상을 키우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인근 건물 중 최고 높이와 화려한 야간 경관 조명으로 광화문의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는 금호아시아나의 메인타워는 건물 뒷면 외벽에 LED 소자 69,000개로 이루어진 폭 23m, 높이 91.9m 세계 최대의 디지털 아트 캔버스 ‘LED 갤러리’를 설치했다. 또한 건축 외장재로 도예가 신상호의 아트타일 작품을 활용했고 메인타워 로비에 설치예술가 존 폴 필립의 작품을 설치하는 등 예술작품들을 통해 문화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회사측 관계자는 “이 건물이 단순한 사무공간이 아니라 광화문의 문화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했다.

▲ "태평로 시대 안녕~”
삼성이 지난 11월21일 업무지원실의 서울 서초동 신사옥 이사를 끝으로 사실상 태평로 시대를 최종 마감했다.  ©조신영 기자
국내 기업타운 중 최대 규모 ‘삼성타운’


올 상반기 특검을 비롯한 이건희 전 회장 퇴진 등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삼성은 ‘뉴삼성’ 출항과 함께 각 계열사를 한 곳으로 불러들임으로써 침체되어있는 그룹 분위기를 살리고 새로운 전기를 맞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삼성그룹은 최근 주요 계열사들이 32년간 머물던 태평로를 떠났다. 이들이 새롭게 정착한 곳은 바로 서울 서초동 1320번지에 위치한 신사옥. 신사옥의 건물명을 짓는 작업이 내년 초에 계획돼 있기 때문에 이른바 서초동 ‘삼성타운’으로 불리는 이곳은 단일 그룹 빌딩으로는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A, B, C동 등 3개 동으로 구성된 삼성타운은 연 면적이 38만9,000㎡나 되며 빌딩 소유 기업을 기준으로 삼성생명빌딩(A동)과 삼성물산빌딩(B동), 삼성전자빌딩(C동)으로 구성됐다.

삼성은 서초동 신사옥을 전자·제조 계열사를 중심으로 조성하고 지난 11월17일 입주를 마감했다. 지난 32년간 사용했던 태평로 사옥은 금융계열사들을 입주시킨다는 방침이다. 서초동 삼성타운의 A동은 삼성생명을 기준으로 삼성중공업ㆍ삼성경제연구소ㆍ삼성에버랜드ㆍ삼성사회봉사단ㆍ삼성토탈이, B동은 삼성물산 건설·상사부문이, C동은 삼성전자ㆍ삼성코닝정밀유리ㆍ삼성전기ㆍ삼성SDIㆍ사장단협의회ㆍ업무지원실 등이 입주했다. 특히 기획조정실 해체 이후 계열사 간 의사를 조율하고 업무를 조정해 왔던 사장단협의회는 11월 26일 삼성전자빌딩 꼭대기인 43층에서 첫 회의를 가졌다.

삼성은 이번 ‘서초시대’ 개막과 함께 분위기 쇄신을 위한 대대적인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본사 사옥을 이전하면서도 LS, 금호아시아나와는 다르게 이를 떠들썩하게 자축하고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당초 재판 일정대로라면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가 12월 10일쯤 이뤄져야 하지만 일각에서 12월 말이나 해를 넘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시기적으로 엇박자가 났기 때문. 더욱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더불어 주력사업인 반도체, LCD의 급격한 수익성 하락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하지만 삼성은 이 전 회장의 재판이 마무리 되는 대로 대대적인 사장단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해 서초에서 ‘제3의 성공신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롯데타운의 꿈‥서초에서 영글까?


금호아시아나와 삼성의 기업타운 형성에 맞물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롯데그룹이다. 최근 서울시의 대규모 부지의 용도변경 허용 방침에 따라 7만㎡에 이르는 롯데칠성부지가 용도변경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롯데칠성부지가 상업용지로 변경되면 현재 250% 용적률은 800%로 대폭 늘어나,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설 수 있다. 롯데칠성부지는 지하철 2호선 교대역과 강남역 사이에 위치한 노른자위 땅인데다 인근에 삼성타운까지 위치해 강남권의 새로운 중심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은 2006년 이 자리를 백화점과 호텔, 오피스타운 등으로 꾸미는 이른바 ‘롯데타운’ 개발 계획안을 서초구에 제출한 상황. 일각에서는 이미 롯데칠성 서초동 부지를 '롯데타운'으로 개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았고, 롯데가 현재 통합본사가 없다는 점을 들어 삼성타운을 능가할 대규모 사옥 등장을 점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칠성부지는 다양한 개발 방안이 검토됐으나 용도변경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것이 없다”며 “롯데타운과 사옥 건설 등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사옥 마련에 분주한 대기업들

LS, 금호아시아, 삼성 뿐 아니라 국내 타 대기업들 역시 현재 신사옥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 역시 숙원 사업이던 사옥 마련에 성공했다. 현대그룹은 서울 종로구 연지동 삼성카드 본사 사옥을 198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월6일 밝힌바 있다. 현대그룹은 내년 1월말께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면 건물 보수 등을 거친 뒤 5월부터 현대상선 등 가능한 전 계열사를 순차적으로 입주시킬 예정이다.

또 현대중공업은 10월 중순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 구본관을 철거하고 17개월 만에 신축본관을 준공했다. 이 건물은 지상 15층 지하 2층 규모로 본관에는 총무부 구매부문 등 경영지원본부와 조선설계부문 등 41개 부서가 입주했다. 현대중공업의 이같은 신사옥 마련은 회사 규모가 커지고 연구개발을 위한 시설 개선이 불가피했기 때문. 현대중공업은 신사옥이 회사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지역 랜드마크로도 작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e중앙뉴스기사제휴사=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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