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4월 들어 첫 주말인 4일 외부 정치 일정을 자제한 채 해군함정 침몰 사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전날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이 거행되고 천안함 선원의 시신이 처음 발견된 데다 부활절까지 겹쳐 최대한 경건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다만 한나라당은 국회 대정부 질문이 열리는 이번 주에도 정확한 진상 규명 및 사고수습 대책에 방점을 두는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군의 초동대응 부실 및 책임자 문책론을 꺼내 드는 등 더욱 공세적으로 전환할 태세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김성조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는 이날 헬기 편으로 백령도를 방문해 사고 수습현장을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표면적 이유는 사고 해역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던 어선이 침몰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지만 정치권이 괜히 나서 오히려 작업에 방해를 준다는 곱지 않은 국민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미경 대변인은 "지금은 온 국민이 함께 무한한 슬픔 속에서도 마음과 몸을 추스르는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사고를 놓고 각종 유언비어와 억측이 난무하는데 이는 국민 화합을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매주 일요일마다 여의도 당사에서 열었던 당직자 기자 간담회도 이날은 잡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또 이번 주 예정된 대정부 질문은 그대로 진행하더라도 국회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애도 분위기 속에서 취소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지방선거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3∼4일 이틀간 광역단체장 후보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7일 공천심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각 지역별 후보를 3명 이하로 압축, 경선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천안함 인양 등 군 당국의 사고 수습 과정과 여론의 흐름을 예의주시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천안함 사태가 실종자 수색에서 본격적인 진상규명 국면으로 넘어갔다고 보고 그동안의 `자제 모드'를 접고 공세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민주당은 조사가 아닌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과 지휘 책임자 문책론을 전면에 꺼내 들었다.

우상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고 발생 시간과 당시의 정황이 내부적으로 보고됐음에도 군과 이 정권은 시종일관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당시 상황을 있는 그대로 국민께 보고하고 지휘책임이 있는 국방부 장관과 차관을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우 대변인은 특히 "진상 은폐가 도를 넘었다"며 "기무사와 군수사대 등 전문성 있는 군 관계자가 참여하는 공정한 제3의 합동조사단을 만들어 조사가 아닌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번 주부터 그동안 미뤄놨던 정치 일정을 정상화하는 한편 대정부 질문 등을 통해 정부의 천안함 사고 은폐의혹과 부실 대응의 책임을 집중적으로 따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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