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정당공천제"  여당의 철밥통인가?

오는 6.4 지방선거는 자치단체장,기초 의원, 교육감을 뽑는 선거다.이번 지방 선거에서 여야는 선거 방식을 놓고 견해 차이가 있어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당헌·당규 개정 특위가 7개 특별시·광역시의 기초의회 폐지와 광역단체장,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지방자치제도 개편안을 제시했다.

개편안에는 기초단체장과 시군의회 의원의 정당공천제는 현행처럼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후보 당시의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뒤집은 것이다.

지방자치의 근원이 되는 기초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이상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의 자질 부족과 토착 비리, 기초단체장과의 유착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개편안을 들여다보면 기초단체장 후보를 뽑을 때 상향식 정당공천제를 시행하고 특별·광역시 구(區)의회를 시의회에 통폐합한다는 내용이다.

먼저 새누리당이 아예 기초의회는 현행처럼 유지하되 구의회는 폐지하자는 안을 내놓자 민주당이 반대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새누리 당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는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민주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논의를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이며 대선 공약 파기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논란과 분란이 이뤄질 수 있는 새로운 제안보다는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공통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우선적으로 합의해 내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는 주장과 함께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도 교육은 정치에서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관 헌법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대에도 새누리당은 구의회를 폐지하기로 당론을 모으고 있다.

구의회가 단체장을 견제 감시하기는 커녕 지역 토호세력들과 야합해서 지역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새누리당은 단체장 정당 공천에 대해서는 현재처럼 유지하되 임기는 현재 3번 연임에서 2번 연임으로 재임 기간을 최대 8년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역 단체장이 다음 선거를 의식해 예산과 인사를 선거용으로 편법 운영하는 등 개인 영향력이 너무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단체장들이 "(임기를) 너무 오래하면 그 지역자체가 아집에 빠질 가능성이 있으며 토호세력들과 야합을 해서 그 지역발전이 오히려 더디게 진행 될수가 있다고 했다.

하나같이 타당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당 차원의 최종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그러나 개편안을 두고 정치권의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수순이 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향식 공천제는 선거를 앞두면 어김없이 거론되는 정치권의 단골 메뉴일 정도로 공감대를 갖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 이행에 대한 입장 정리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더욱이 새누리당은 향후 12년간 세 차례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부작용을 검토해 보완하자는 당 정치쇄신특위안과도 엇박자를 내고있다.

민주당은 정당공천 폐지 요구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정당공천이 폐지될 경우 책임정치·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고 지방 토호세력에게 유리해 지역 유지들의 소왕국이 되는 것은 물론 신인·여성의 진출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버리기가 싫어서일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는 정당의 책임정치 구현, 공직 후보자에 대한 사전검증 등을 이유로 지난 1995년 단체장, 2006년 기초의원에 도입됐다.

하지만 중앙당과 국회의원들의 공천권 행사로 지방이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지방자치제의 근간이 위협 받는 등 역기능으로 인한 부작용도 많이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생활권이 같은 대도시에서 구(區)별 기초의회를 유지하는 것은 낭비적 비능률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2010년 여야는 구의회 폐지를 담은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안’에 합의했지만 폐지에는 결국 실패했다. 이해관계가 얽힌 국회의원들과 구의원,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 때문이다.

기초단체 공천제도 문제가 많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기초의회 의원과 단체장을 사병화(私兵化)하고 ‘돈 공천’ 및 ‘줄서기’도 횡행하고 있다.

이런 폐단에 비춰 볼 때 기초단체 정당 공천제는 폐지하는 게 낫다. 지난해 12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51.6%로 절반을 넘고있다.

여기에 교육감 선거도 예외는 아니다.소속 정당을 확실히 하기 위해 광역단체장과 러닝메이트로 뛰도록 하거나 선거 대신 임명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교육감 선거를 통해 일어나는 비리 소지를 없애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러닝메이트제로 간다고 해도 막대한 선거비용을 둘러싼 비리를 뿌리 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생각이다.

말도많고 탈도 많았던 공정택,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줄줄이 사법 처리된 것도 교육감 직선제와 관련이 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평생 교육계에서 일한 후보들이 무슨 수로 몇십억 원의 선거 비용을 조달 할지가 의심스럽다. 2010년 당선된 시도교육감 16명 중 8명이 현재 비리로 처벌됐거나 수사를 받고있는 실정이다. 직선제 교육감은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populism)에 휘둘려 교육개혁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교육감 선거제도가 확정되지 않아 출마 예정자들이 적잖은 혼란을 겪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가 직선제인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했지만 여야는 물론 교육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달라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교육감 선거는 번호 추첨만 잘하면 당선되는 `로또 선거'로 불리고 있다. 공약이나 인물보다는 투표용지 기재 순서가 당선을 좌우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교육계나 교육단체는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감 직선제가 돈 선거로 혼탁해지고 있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7일 공청회를 열고 이달 말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교육감 선거의 뼈대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새 방안을 들고 나온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다.

이전의 약속은 접고 새로운 약속을 만들자면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라는 것을 아느지 모르는지 귀를 기울여 들어볼 때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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