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모집인은 그동안 연 50조에 가까운 대출 실적을 올리며 금융회사의 소매금융 부문에 대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왔다.

대출모집인은 간소한 절차를 통해 소비자의 대출 편의를 제공하고 영업망이 부족한 금융회사에 대한 접근성도 높였지만, 부작용 또한 심심치 않게 초래했다.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규제와 금융회사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폐지·축소하도록 한 것은 대출모집인이 일으키는 폐해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권 대출모집인, 불법영업에 정보유출까지 관련 이미지

◇금융권 대출모집인 2만명…50조 대출

영업망이 적은 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은 적은 비용으로 비교적 손쉽게 대출을 모집할 수 있는 수단으로 대출모집인을 활용해 왔다.

금융당국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최근 그 수가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2011년 말까지만 해도 전체 금융권에 걸쳐 활동한 대출모집인은 2만2천여명에 달했다.

은행(5천953명)만 6천명이었고 할부금융은 8천55명에 이르렀다.

저축은행(4천429명)과 보험(3천618명) 등도 대출모집인을 활용했다.

당시 대출모집인을 통한 모집실적은 52조8천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대비 32%(13조원) 증가한 규모로, 대출모집인 제도를 활용하는 금융회사 신규 가계대출의 27%에 달한다.

6개월 뒤인 2012년 6월 말에는 2만여명의 대출모집인이 활동했다.

2012년 상반기 중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모집 실적 역시 24조1천억원으로 총 가계대출의 28.5%에 이르렀다.

이 중 은행이 전체 실적의 3분의 2(17조4천억원)를 차지했고, 점포망이 취약한 저축은행·할부금융·보험 등은 가계대출의 50% 이상을 모집인을 통해 취급했다.

대출모집인은 모집 대가로 해당 금융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데, 2012년 상반기 중 대출모집 수수료 지급액은 총 3천억원(3천122억원)을 넘었다.

평균 수수료율은 1.29%로 1억원의 대출을 모집하면 129만원을 받는 셈이다.

◇"○○은행 직원인데요…"

불법영업에 정보유출까지 대출모집인 수가 늘어나고, 금융사 간 대출모집 경쟁이 치열하면서 이들에 의한 불법영업 역시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타사 대출모집인·대부중개업자·무등록업자 등과 다단계·연계영업을 하기도 하고, 금융회사 직원으로 오인케 해 대출을 유도하기도 했다.

대출모집인과 재위탁 관계인 중개업자 등을 통해 저신용자로부터 대출을 미끼로 불법 수수료를 편취하기도 하고, 허위·과장광고 등으로 대출신청을 유도하기도 했다.

수수료를 받은 뒤 연락을 끊는 대출사기도 번번이 일어났다.

여러 금융회사로부터 고금리 대출을 받는 다중 채무자에게 접근해 은행의 저금리 대출로 일괄 전환해 주겠다고 유혹한 뒤 불법적으로 사채업자의 자금을 알선하고 중개수수료를 속여 빼앗는 사례도 발생했다.

대출 신청인으로부터 개인신용정보 조회 동의서를 받지 않았는데도 무단으로 개인신용정보를 조회하는 것은 허다하다.

특히, 대출모집인 운영은 항상 고객 대출정보 유출에 노출돼 왔다.

금융회사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법인에 소속된 경우 금융회사의 관리·감독이 미치지 않아 언제라도 대출 정보가 담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최근 한국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대출모집인을 통해 고객 대출정보 13만여건이 유출된 것은 이 같은 개인정보 보호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모집한 개인정보가 범죄 집단에 넘어가게 되면 제2, 제3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있다.

◇금융당국, 대출모집인 규제 강화

대출모집인 수가 늘어나고, 문제점도 발생함에 따라 금융당국은 그동안 금융회사의 대출모집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왔다.

2010년 2월 '대출모집인 제도 모범 규준'을 처음 만들어 대출모집인 자격시험 도입·교육과 함께 대출모집인 등록 및 취소업무 관리를 강화했다.

금융회사로 하여금 대출모집인 관리를 위한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하고, 소비자 피해 발생시 손해 배상도 명확히 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2012년에는 대출모집인 관리·감독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을 만들어 대출모집인 등록을 의무화하고, 설명의무 등 판매행위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다.

과도한 경쟁을 통해 발생하는 높은 수수료가 고객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대출금액의 5%로 제한하기도 했다.

아울러 금융회사의 대출모집인 운영에 대한 현장점검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불건전 모집행위에 대한 피해사례 홍보를 통해 피해 예방도 강화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출모집인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내부 유휴 인력을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대출모집인에 따른 폐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대출모집인 제도에 문제가 많이 발생했던 만큼 은행권에서도 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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