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각종 부실 및 실적 부진에도 4대 금융그룹 경영진이 연봉 삭감 등 고통 분담을 하지 않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해 성과급 반납을 약속했던 일부 경영진마저 약속을 지키지 않아 금융당국은 4대 금융의 성과 체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실태 점검을 할 방침이다.

이들 금융그룹 경영진의 버티기는 최근 금융감독원 수장 연봉이 7천만원 가량 깎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하반기에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와 전체 은행을 대상으로 임원의 불합리한 연봉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였다.

이후 이들 금융사에 연말까지 성과보상체계 개선안을 제출하라고 했다. 그러나 연말까지 자구 계획을 제출한 곳은 지방은행 1곳 뿐이었다.

지난해 10월께 임원 연봉의 10~30%를 깎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던 4대 금융과 은행들이 각종 비리 및 부실 파문이 어느정도 가라앉자 일제히 '모르쇠'로 돌아선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말까지 임원 성과체계 개선안을 내라고 했으나 지금까지 4대 금융과 대형 은행 중에 이행한 곳은 없었다"면서 "연봉과 관련해 말만 요란하고 실천에는 인색한 금융사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선안을 제출하지 않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정밀 실태 점검을 벌여 강력히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평균 연봉은 20억원 수준이다. 30억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

2012년 국민은행 등 4대 시중은행장의 평균 연봉은 세전 기준으로 성과급과 기본금을 합쳐 7억7천8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들 금융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고액 연봉에 대한 비난이 커지자 임원 급여의 10~30%를 삭감하겠다고 공언했다.

금융기관별로는 신한금융이 회장과 행장 급여를 30%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나온 게 없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 절차가 있어 다소 시일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KB금융은 회계법인의 컨설팅 결과와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지난해 하반기 평가보상위원회에서 임원 급여체계를 개편하기로 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하나금융도 외부기관에 컨설팅을 의뢰해 급여 체계를 점검하겠다고 했으나 진전이 없는 상태다.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보다 경영진 연봉이 적다면서 삭감 요인이 없다는 의견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성과체계 개편은 이사회를 거쳐야 하므로 2월 정도에나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도 성과급 반납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민 전 행장은 지난해 11월 국민은행 사태가 커지자 "제가 받은 성과급을 언제든지 반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민 전 행장이 성과급을 반납하겠다고 말한 게 아니라 국민은행 사태와 관련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질 것이며 성과급도 반납할 의사가 있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35억원이라는 과도한 퇴직금을 받았다는 논란이 일었던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퇴직금 일부만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금융사를 총괄 감독하는 금감원 원장의 연봉은 올해부터 7천만원 깎였다. 부원장은 5천만원, 부원장보는 4천만원이 삭감됐다. 업무추진비도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금감원장의 연봉은 2천6천여만원, 부원장은 2억2천여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공기업 수장들의 연봉이 공공기관 합리화 차원에서 대폭 깎인 것처럼 금융그룹 또한 어느 정도 고통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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