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 사각지대 놓인 서울시 수도 계량기 검침원

위장 도급·불법 파견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시 수도 검침원과 계량기 교체원들이 초법적이고 비인간적인 근로 조건에 내몰려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 수도 검침을 대행하고 있는 검침원들이 용역업체의 채용 과정에서 ‘근로자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는 등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를 방치해 왔고, 검침 업무 위탁 업체의 임금 체불과 위장도급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12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중부수도사업소 분회에 따르면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산하 중부수도사업소와 용역계약을 맺은 창원토탈시스템㈜과 ㈜만석공영은 지난해 7월 수도 검침원을 채용하면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으며 이와 상응하는 어떠한 행동과 단체 구성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도록 했다고 밝혔다. 서약서는 근로기준법과 노동3권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문제의 서약서는 서울시 지침을 토대로 용역업체가 만들었다. 뒤늦게 문제점을 인식한 중부수도사업소는 지난달 말 노동조합에 공문을 보내 서약서 등에 대해 잘못한 사항을 시정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부수도사업소 분회의 주장에 따르면 수도 검침원들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 근무하도록 한’ 근로계약서와 달리 매월 한 주의 토요일과 일요일을 빼고는 ‘빨간날’에도 검침 업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은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지난달 10일 중부수도사업소 분회는 용역업체와 서울시를 상대로 “지난 1년4개월 동안 지급되지 않은 시간외 수당(1인당 860만원)을 지급하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중부수도사업소를 포함해 서울시 8개 수도사업소의 일을 대행하고 있는 수도 검침원들은 330명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이 휴일에도 일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시 전체 검침원들의 ‘체불임금’은 3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용업업체인 강능조 창원토탈시스템㈜ 대표는 “검침원들이 평일에 해야 할 검침 업무를 다 하지 못해 토요일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요일엔 일을 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안운길 중부수도사업소장 역시 “토요일과 일요일 업무를 포함해 포괄적으로 임금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욱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요금관리부장은 “기본적으로 용역업체와 검침원의 문제다”며 선을 그었다.

서울시는 경영 효율화를 내세우며 2001년부터 용역업체에 수도 검침업무를 위탁했지만 ‘위장도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세현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직차장은 “중부수도사업소가 날마다 개인휴대용단말기(PDA)를 통해 검침원들에게 구체적으로 검침 업무를 지시하고 교육, 채용, 징계를 비롯한 대부분의 일에 지침을 줘 개입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은 이번주에 서울시와 중부수도사업소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내고 위장도급 의혹을 고발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가 입찰자들에게 내건 '용역계약 특수조건' 문서를 보면, 위탁 업체들은 교체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일정액에 대하여 성과가 없더라도 지급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서울시가 위탁 업체의 저임금 지급을 묵인 또는 적어도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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