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휴게소 살인 사건’ 피해자 故 채홍덕 감독으로 밝혀져

전 남편에게 건네준 돈을 받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40대 남성을 살해한 ‘용인휴게소 살인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다. 피해자는 공연예술가 채홍덕 씨로 전 부인이 180만원에 의뢰한 심부름 센터 직원들의 흉기를 찔려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주진화 용인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용인휴게소 살인 사건에 대한 사건의 내막을 밝혔다.

앞서 5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전 남편에게 준 돈을 받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40대 남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로 이모(27·무직)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 등 일당 3명은 지난해 9월 이모(40)씨로부터 “전 남편에게 위자료와 생활비를 포함한 1억원을 받아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이후 지난 4일 오후 3시 30분께 이씨 일당은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에서 채씨를 납치해 흉기로 4~5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 과장에 따르면, 신고자는 어떤 남성이 3명의 건장한 이들에 의해 강제로 차에 실려 갔다고 경찰에 제보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4시경 중앙고속도로 대구 방면 남양주요금소 부근에서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추격전을 벌인 끝에 일당을 붙잡을 수 있었다. 차 안에서 채씨를 발견했지만 대퇴부 동맥이 끊겨 과다출혈된 채 숨져 있었다고 주 과장은 설명했다.

경찰 조사결과, 비극의 시작은 채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피아니스트 이씨가 온라인 심부름 센터에 접속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심부름 센터를 통해 이씨와 연결된 일당들은 모두 돈에 관심이 있어 채씨를 감금·협박해 돈을 더 뜯어낼 계획이었다. 이들은 앞서 이씨에게 의뢰비 1천만원을 요구했지만 180만원의 착수금을 받고 행동에 돌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당들은 범행 1시간 전 사업 문제로 할 얘기가 있다며 채씨를 서울 신림역 인근으로 불러내 차량으로 납치한 뒤 미리 봐 둔 경북 안동의 빈집으로 향하다가 용인휴게소에서 채씨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달아나려 하자 살해했다.

주 과장은 “해당 온라인 심부름 센터의 운영자를 찾았지만 가명일 뿐더러 이씨가 통화했던 휴대전화 번호도 대포폰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현재 이씨는 이런 결과를 가져올지 몰랐다며 많이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찰나의 결정으로 제3자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한 젊은 예술가는 결국 단돈 180만원에 목숨을 잃었다. 사건을 의뢰한 전 부인 이씨도, 일을 맡아 행동에 옮겼던 심부름 센터 직원들도 모두 돈에 눈이 멀어 이같은 끔찍한 참극을 부르게 됐다.

숨진 채홍덕 감독은 중대 연영과를 졸업해 각종 실험연극을 무대로 올린 순수예술 연출가다. 최근에는 영화연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며 주변 지인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한편 사건 직후 고(故) 채홍덕 감독의 죽음에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동문들은 살인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위원회를 조직하고 지난 7일 서명운동을 벌여 관심을 모았다. 이 서명에는 강성진, 김태우 등 중대 연영과 출신 연예인들도 다수 동참한 바 있다.

[중앙뉴스 /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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