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일본의 아베 수상의 표정은 너무나 굳어져 있어서 전 세계가 다 놀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야스쿠니든 어디든 그까짓 신사 참배나 한 번 하면서, 대일본 제국의 1인자의 얼굴이 왜 저렇게 굳어져있는 것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본인에게 있어서 신사 참배는 종교의식이 아니라 일종의 생활습관입니다. 우리가 중학교 학생이던 일제 시대에는 그래서, ‘일본 놈’의 식민지에 산다는 사실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던 우리들에게 한 달에 한 두 번은 평양에 있던 ‘조선 신궁’에 참배하는 것을 강요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왜 문제가 됩니까? 그 신사에는 도죠 히데기를 비롯한 태평양 전쟁의 원흉들의 위패가 안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본이 연합군에 패망한 뒤에는 고위급 인사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그 일본이 패전 70년이 다 된 오늘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여, 군대를 절대 가질 수 없도록 되어 있는 일본 헌법을 뜯어 고치겠다는 것이고, 그리하여 경제 강국에서 군사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입니다. 진주만이 폭격되던 날 살아있던 미국인들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아서(그리고 살아 있어도 정치의 일선에선 다 밀려났기 때문에) 아베는 의기양양, 다시 세계 제패의 야욕에 불타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오늘 1930년대, 40년대의 한국이나 중국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아베는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일제 36년에 한국인이 일본 군국주의자들 때문에 받은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습니다. 중국 난징에 가면 ‘난징 대학살 기념관’이 있어, 1937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에 무려 30만의 죄 없는 중국인을 학살한 현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입이 백 개가 있어도 일본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오늘, 일본의 양심은 어디에 있는가, 개탄하여 마지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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