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회장 경영서 물러나

한때 재계 13위까지 올랐던 STX그룹이 14일 지주사였던 ㈜STX의 채권단 자율협약 체결 확정으로 해체 수순의 마침표를 찍는 모습이다.

작년 3월 초 해운 계열사였던 STX팬오션의 공개매각 추진으로 그룹 부실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지 10개월여 만이다.

핵심 계열사였던 STX조선해양이 같은 해 4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에 버금가는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로 전환했고 STX건설은 법정관리에 접어드는 등 그룹 와해 현상은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STX중공업과 STX엔진도 뒤따라 자율협약 체제 속에 편입됐고 6월 들어서는 STX팬오션의 매각마저 여의치 않자 이사회가 법정관리를 의결했다.

이 과정은 그룹이 공중분해되는 수순이기도 했다.

강덕수 회장이나 임원, 관계사간의 지분 소유는 쪼그라들고 STX조선해양을 비롯한 계열사들의 주인은 채권단으로 바뀌었다.

올해 1월 들어 지주사였던 ㈜STX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채권단 자율협약이 추진되고 이날 채권은행들의 동의서 접수가 완료되면서 옛 STX그룹의 외형은 더이상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샐러리맨 신화', '인수합병의 귀재'로 불리며 재계의 주목을 받던 강 회장도 경영에서 사실상 완전히 물러났다.

채권단의 압박 속에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이날 채권단이 '전문경영인을 선임한다'는 안건에 동의하면서 강 회장은 조만간 ㈜STX 경영에서도 손을 뗄 예정이다.

이제 강 회장에게 남은 직함은 STX엔진 이사회 의장직뿐으로, 경영에 구체적으로 관여할 만한 자리가 아닌 데다 이마저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1978년 쌍용양회에 샐러리맨으로 입사한 강 회장이 2001년 쌍용중공업을 인수한 뒤 범양상선(STX팬오션)과 대동조선(STX조선해양) 등을 잇따라 사들이며 재계 서열 13위 그룹을 일군 스토리는 비극적인 결말 속에 빛이 바랜 셈이다.

㈜STX는 이날 채권단이 자율협약 체제를 확정한 것을 계기 삼아 전문상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채권단이 배려해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에너지 사업과 원자재 수출입, 해운물류 등 사업 부문별로 역량을 강화하려면 기존 STX팬오션이나 STX중공업 등 ㈜STX가 무역상사로서 거래를 하던 옛 계열사들과의 거래 관계를 회복시켜 발빠르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옛 계열사와의 유기적 관계를 동원해서 회사의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낼 적임자를 전문경영인으로 뽑는 게 중요하다는 게 ㈜STX의 기대사항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