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통신사업으로 쪽박 금융사업 품고 몸집 불려 재계 10위 재진입 '눈앞'



이석채 전 회장으로 인해 내홍을 격고있는 KT가 민영화 이후 유선사업의 정체로 자산 규모가 감소하다가 2010년 이후 금융사업을 중심으로 덩치를 키워 재계 순위 10위권 재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T가 통신부문에서 최초로 1천억대의 적자를 낸 것은 통신부문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한 결과다.

14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 그룹를 대상을 조사한 결과, KT의 공정자산은 지난해 34조8천억 원을 기록해 재계순위 1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이는 2004년 28조7천700억 원에 비해 23%가 늘어난 금액이다.

같은 기간동안 국내 10대 그룹의 총 자산이 371조 원에서 1천70조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KT의 외형성장은 상대적으로 매우 더디게 진행된 셈이다.

KT는 지난 2004년도에 자산 28조2천700억 원으로 삼성, LG, 현대자동차, SK에 이어 재계 5위를 차지했다. 2005년에는 롯데에, 2006년에는 포스코에 따라잡히며 재계순위 7위까지 떨어졌고 2년 후인 2008년에는 GS와 현대중공업에도 자리를 물려주고 이듬해에도 금호아시아나와 한진에 자리를 내주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다른 그룹들이 경쟁적으로 자산을 불려나가며 덩치를 키운 것과 달리, KT는 주 업종으로 대표하는 통신사업에 발목이 묶여 외형성장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스마트기기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유선매출이 위축됐고 2008년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6천여 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등 조직 슬림화에 나선 것도 재계에서 밀려나게되는 이유가 됐다.

2010년에는 총 자산이 27조990억 원으로 2004년보타 오히려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탈(脫) 통신기업’을 표방하며 2011년 이후 비통신기업들을 인수하기 시작하면서 자산규모가 빠르게 증가했다.

BC카드를 인수한 KT캐피탈의 매출이 2011년 1조 원에서 2012년 3조4천억 원으로 늘어났고 KT렌탈도 금호렌터카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이에 힘입어 2004년부터 2011년까지 7년여 동안 28조 원대를 머물던 KT 총자산은 2012년 32조 원으로 수직상승했고 지난해에는 34조8천억 원을 기록, 재계 10위인 한화(35조9천억 원)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2004년 7개 업종 11개 계열사만 거느리고 있던 KT가 2014년 현재 16개 업종 53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대형 그룹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통신 매출 비중은 오히려 2004년 91.5%에서 2012년에는 70%까지 줄어들었다.상대적으로 금융 등의 업종 매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2.7%를 차지한 금융업이 제 2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KT의 이러한 행보는 KT에 투자하고 있는 많은 투자자들에게는 행복한 일일 수 있겠으나, KT를 사용하고 있는 1633만 명의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는 다소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통신사업은 단순히 ‘사업 그 이상의 의미’이기 때문이다.이동통신을 포함한 통신산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분류된다.

공공기관의 주요 정보를 이용할 때에도 인터넷 등의 통신시스템이 기반이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재난·재해 시 문자메시지를 통한 알림이 제공되기도 한다.

얼마 전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정보수집이 폐지되면서부터는 기업의 홈페이지에 가입하려고 해도 휴대전화를 통한 본인인증이 필수처럼 자리잡기도 했다.

그런데 KT가 비 통신 사업으로 성장을 하게 되면 통신사업 투자 및 발전에 인색하게 되거나 소위 ‘돈 되는’ 사업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KT는 현재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이 자산 매각으로 인해 10대 그룹에서 탈락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10위권 재진입이 유력시되고 있다.

재계순위 9위인 한진이 매각예정인 총 4조 원 가치의 S-oil 지분과 부동산을 예정대로 처리하면 한화와 KT가 한 계단씩 올라서며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0대 그룹에 이름을 올릴수가 있게된다.

공기업으로 출발한 KT가“비통신사업에 뛰어든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으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는 추세다.

한편 통신의 대표주자격인 KT가 통신사업 투자에 인색해지고 경쟁 통신사가 먼저 성공한 기술을 베껴 흉내내기에만 집중한다면 매출의 70%를 책임지고 있는 KT로서도 현 통신시장에서의 2위 자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난 13일 발표된 바와 같이, KT가 통신부문에서 최초로 1천억대의 적자를 낸 것은 통신부문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보다는 부정이 앞선다.

KT가 ‘재계 10위 내 진입’과 같은 눈 앞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KT에게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려주는 사업을 장기적으로 탄탄하게 유지하는 것이 회사를 위해 좀 더 발전적이라고 충고를 하고 있다. 이제 선택은 KT의 몫이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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