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와 일동제약 경영권 분쟁 일어날까?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린 일동제약은 17일 녹십자 의중부터 파악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동제약이 녹십자에 의한 적대적 M&A 가능성으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그 향배를 가늠할 양측의 행보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녹십자가 전날 공시를 통해 “장외매수를 통해 이호찬씨 등으로부터 일동제약 주식 304만3295주, 지분율 (14.01%)를 인수했다. 녹십자는 매입한 목적을‘경영 참여’로 명시했다.

녹십자는 이번 지분 매입으로 종전 15.35%에서 29.36%로 늘어났다. 현재 일동제약의 최대주주인 총수일가인 윤원영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34%다.따라서 녹십자는 추가지분 매입으로 총수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하게 됐다.시장에서는 녹십자(006280)의 적대적 M&A 가능성에 시선이 쏠려있다.

업계에서는 녹십자가 맘만 먹으면 일동제약 최대주주를 앞질러 최대지분을 보유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보고 있다.그 이면에는 '제3의' 주주인 피델리티 지분의 향배다.

현재 피델리티는 일동제약 지분 9.99%를 보유한 투자자다. 만약 녹십자가 제3의 피델리티와 연합할 경우, 현재 일동제약 윤원영 회장 일가와 지분차이가 불과 4.9% 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때문에 혹 녹십자가 피델리티와 연합을 모색한다면 지분 추월은 물론 경영권까지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녹십자의 이번 지분 인수 시점이 심상치 않은 점도 적대적 M&A 가능성 관측에 일조하고 있다.제약업계는“주총을 앞두고 녹십자가 은행에서 400억원 가량의 돈을 빌려가며 주식을 매입했다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일동제약은 작년 10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하고 임시주총이 예정된 이달 24일 중으로 기업 분할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짜놓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녹십자가 일동제약 임시 주총 전에 지분 매입한 배경은 결국 경영권과 연결되는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녹십자 관계자는 “우리의 공식적인 입장은 적대적 M&A와는 관련이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단순 투자자 입장이었다고 밝히며 우리와 일동의 사업 분야가 달라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기 위해 지분을 매입한 것뿐이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또한 녹십자는 이번 지분 매입과 일동제약의 임시주총 시점과도 무관하다는 입장도 추가로 밝혔다.

그러나 녹십자는 일동제약을 '동반자'라고 선을 그었지만 상대인 일동제약에게는 경영권 위협 요소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양측 간 경영권 분쟁도 배제할 수없다.

녹십자의 향후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 즉 일동제약 임시주총 전후 추가 지분 매입 여부 가능성도 배제를 못하게 됐다. 녹십자의 일동제약에 대한 ‘적대적 M&A’를 가늠할 바로미터는 바로 시점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일동제약이 경영권 강화를 위해 도모하고 있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기업 분할을 안건으로 열리는 24일 임시주총이 분수령이다. 이를 막기 위한 일동제약의 지분 매입 가능성도 열려있다.

결국 이 기간을 전후에서 녹십자의 의도가 드러날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녹십자는 각종 백신과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독점적 지위에 힘입어 자본력을 축적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동아제약(현 동아에스티, 동아제약 분할) 지분 4.2%를 사들였다 지난해 동아제약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모두 처분해 수백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15.35%였던 일동제약 지분율을 29.36%로 일거에 2배 가까이 늘린 것도 이런 자본력 덕분이다. 녹십자는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백신과 바이오 외 케미칼분야의 포트폴리오 확보에 부단히 노력해 왔다.

결국 이번 승부는 캐스팅 보트를 쥔 피델리티와 소액주주들의 태도에 달렸다. 현재 일동제약과 녹십자 측 모두 일반 주주들을상대로 위임장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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