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총선'급 선거로 주목받는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일정이 전면 조정될 상황에 처했다.

여야가 선거 날짜를 바꿔 올해 선거횟수를 3차례(6월 지방선거, 7월 및 10월 재·보선)에서 2차례로 줄이자는 데 공감하고 있어서다.

조정 방식은 7월 재·보선을 앞당기거나 늦추는 것이다.

17일 현재 새누리당은 일정을 앞당겨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일정을 늦춰 10월 재·보선과 통합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잦은 선거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정치 피로감을 줄여보자는 취지이기는 하지만, 기왕에 정해져 있는 선거일정을 닥쳐서야 급작스럽게 변경하겠다는 것은 '땜질식' 대응이라는 비판의 소지도 있다.

이를테면 이번에는 공직선거법을 손질하더라도, 4년 후 다음 지방선거 때부터 적용하는 것이 제도의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현행 선거체계 어떻기에 = 공직선거법은 연간 두 차례(4월·10월) 재·보선을 실시하되 총선이나 대선이 있으면 동시에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2년의 경우 두 차례 재·보선이 각각 4·11총선 및 12·19대선과 함께 치러졌다.

다만 지방선거에 대해선 일종의 '특례'를 통해 별도로 재·보선이 시행된다.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광역의원·지방의원·교육감 등을 무더기로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 관리의 부담이 크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는 연간 세 차례 선거가 치러지는 구조다.

여야는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2월 임시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굳이 선거를 많이 치르며 비용을 낭비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워원회에 따르면 그간 국회의원 재·보선에는 지역구 1곳당 약 10억원의 관리 비용이 소요됐다.

여기에 각 정당 및 후보자별 선거운동 비용까지 고려하면 지역구 1곳당 수십억원이 들어간다.

여기에다 잦은 선거가 유발하는 유권자들의 '정치 피로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전국 단위의 지방선거를 치르고 나서 불과 한 달여 만에 또다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을 반길 유권자들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 여야 엇갈린 셈법 = 문제는 7월 재·보선을 어떻게 조정할지의 방법론을 놓고 여야의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6월 지방선거에 합쳐 동시에 시행하자는 견해이고, 민주당은 10월 재·보선에 합치자는 주장이다.

서로 다른 정치적 '셈법'에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실제 7월 재·보선이 10곳 이상에서 치러지며 판이 커질 경우, 여야에 미칠 파문은 사뭇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여당으로서는 7월 재·보선을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면 야권의 정권심판론 공세를 조금이나마 차단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현 지도부의 5월 임기종료에 따라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는 일정 추진에도 한결 숨통이 트이게 된다.

반면 민주당으로서는 재·보선 일정을 늦추면 10월 재·보선의 판을 더욱 키울 수 있고 그만큼 '정권심판론'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고려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7월 재·보선을 통해 원내 기반을 다지려는 '안철수 진영'을 견제하는 효과를 노린다는 관측도 있다.

◇ 安측 "꼼수" 비판…잠룡들 행보에도 일정부분 영향 = 당장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안철수 의원 측은 여야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의 금태섭 대변인은 논평에서 "여야 의원들의 불법이 없었다면 애초에 혈세를 낭비해가면서 재·보선을 치를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당리당략에 의해 법을 개정해 선거 날짜를 자의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눈속임이자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새정치추진위 윤여준 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는 어떻게 상황을 현명하게 활용하고, 또 어떤 전략과 인물을 내세우느냐가 중요하지 시기를 앞당기고 미루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여야의 선거 시기 조정 논의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장외에 있는 여야 대권주자들의 행보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야당의 요구대로 7월 재·보선이 10월로 미뤄진다면 3연임 도전을 포기한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사직 임기를 마친 뒤 원내 재진입을 시도하기까지 일정 기간의 '여유'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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