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청년층 고용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채용시장 여건은 올해도 쉽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매출 규모가 큰 기업들도 채용예정 규모를 작년보다 소폭 줄인 데다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아 중소·중견기업의 경영 여건이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정년연장,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는 중소기업의 고용부담을 더욱 늘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향후 내수시장 회복세에 따라 청년층 취업 여건이 개선될 여지는 있다.

◇대기업 채용 1%대 소폭 감소 전망

대다수 기업의 구체적인 채용계획은 아직 확정되기 전이지만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로 보면, 올해 청년 취업시장 전망은 어둡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함께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일자리 기상도'를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을 확정한 243개사의 채용 예정 인원은 3만902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방식의 조사에서 나온 3만1천372명(288개사 채용계획 확정 응답)보다 1.5% 감소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좋은일연구소가 지난달 중순 상위 500대 기업을 상대로 대졸 신입 공채계획을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는 응답기업 293사 가운데 152개사가 1만4천378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동일 기업의 작년 총 신규채용 규모(1만4천545명)보다 1.1%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대기업이라도 매출 규모가 떨어지는 기업은 상황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잡코리아 변지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채용동향은 대기업 내에서도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며 "매출 기준 상위 100대 기업은 신규인력 채용이 꾸준히 있는 편이지만 그 아래 기업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채용 기상도 '흐림'

전체 사업체 종사자의 87%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의 채용전망은 대기업보다 훨씬 어둡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자료 분석을 마치지 못한 상태지만 중소기업이 채용이 작년보다 약 7%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관측했다.

잡코리아가 지난달 중순 직원수 300명 미만 중소기업 16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메일 설문조사에서도 '직원을 채용한다'고 답한 기업은 45.1%에 불과했다.

미정은 14.8%였으며 '채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0.1%나 됐다.

중소기업중앙회 전현호 인력정책실장은 "중소기업 채용은 올해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년연장과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으로 기업의 비용부담이 늘어 경기가 크게 살아나지 않는 이상 사람을 더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대기업 위주로 참여 의사를 밝힌 데다 경력단절 여성이나 재취업 중장년층이 주요 대상이어서 청년층의 신규 고용 확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정부 "고용지표 개선 전망"…경기회복이 관건

반면 경기 흐름이 나아지면서 고용 여건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경제전망 발표에서 취업자 증가 폭이 작년 38만명에서 올해 45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회복과 내수증대, 고용률 70% 로드맵 추진에 따라 전통 서비스업과 보건·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고용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작년 39.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경기개선 흐름이 이어지면서 청년층 고용 역시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작년 9월 청년 취업자 수가 16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11월과 12월에는 청년 고용 증가 폭이 각각 5만4천명, 5만3천명으로 2004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 판단 근거다.

실제 공공부문은 일반 기업보다 좀 더 양호한 채용전망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잠정 집계한 2014년도 공공기관별 신규채용 계획을 보면, 공공기관 전체 채용 규모는 작년보다 1천329명 늘어난 1만6천701명 수준이다.

안전행정부가 밝힌 올해 국가공무원 선발규모 역시 전년보다 412명 늘어난 4천160명으로 2008년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그러나 공무원을 제외한 공공기관 일자리가 예정대로 늘어날지 두고 봐야 한다. 규모가 큰 LH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한전 등은 정부의 부채감축 대상에 포함돼 상황에 따라 고용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 따른 잠정 채용계획과는 달리 실제 기업들의 채용인원은 향후 경기회복에 따라 영향을 받을 여지가 크다.

대기업이 2∼3월 구체적인 채용계획을 공고하면 중소기업들도 경기 흐름을 보고 뒤따라 실제 채용인원을 확정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취업포털 사람인 관계자는 "3월 공채시즌에 돌입하면서 대기업이 인원을 확정하면 중소기업은 분위기를 보고 그 이후에야 채용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며 "전망대로 경기가 나아지면 중소기업도 일 할 사람이 필요한 만큼 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크루트 관계자도 "작년까지는 경기불황이 직접적으로 채용에 영향을 미쳤으나 올해는 글로벌 채용경기 역시 조금씩 회복 중이어서 어느 정도 희망적인 기대를 가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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