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에서의 귀환

생존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최초의 순간이었다
수대의 헬기가 본선의 주위를 맴돌며
이란군의 유무 피해 상황 등을 파악했다
잠시 후 미군 헬기에서 군인이 직접 내려와 국적 선명 화물의 종류 부상자 등을 확인하고
드디어 우리의 구조에 나섰다

▲ © 신영수 기자























우리는 퇴선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활활 타오르는 본선을 멀리하고
부상자 연장자 순으로 헬기의 한가닥 줄에 매달렸다
부근에 도착한 미군 구축함 xx호에 한사람씩 옮겨졌다
요란한 헬기소리와 번쩍이는 섬광 등의 불빛은 영화의 한 장면을 무색케 했다
우리는 xx호 에서 그들이 마련한 조촐한 파티에 따뜻한 대우를 받았고
전 선원 무사함을 확인하며
큰소리로 울부짖듯 외쳤다
나는 살아 있노라고 ----
그리고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

어느 정도의 긴장이 풀리자 우리는 서로의 차림새를 보고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몸만 다급하게 빠져나왔기 때문에
런닝.팬티.작업복. 등 행색이 말이 아니였으며
까맣게 그을린 얼굴은 아프리카 토인을 연상케 했다
심지어 2기사는 당직 교대후 샤워도중 알몸으로 탈출했기 때문에
얼굴의 비누가 안 씻겨 얼굴이 따갑다고도 했다
나도 거울을 보니 눈썹과 머리카락이 완전히 그을린 몰골이었다
갑자기 날아 든 비보에 걱정하고 있을 가족들을 생각하니
군함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나는 이란-이라크 전쟁구역인 페르시아만에는 가지 않고
안전한 홍해 쪽의 사우디에 간다고 공연한 걱정을 덜기 위해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고 출항했었다


▲ © 신영수 기자
























이튿날인 12월 xx일 오후 두바이항에 상륙하니
현지 대사관 .대리점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항해사들을 제외한 다른 선원들은 1차로 귀국하였다
두바이 외항에 예인해 놓은 본선에 올라가니
거주 구역은 형체를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전소 됐으며
갑판상 화물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특히 화물창에는 타이어에 불이 붙어 일주일 넘게 타는 바람에
구조회사의 진화작업이 많은 애로 사항을 겪기도 했다
수없이 많은 기관총 탄환으로 벌집이 된 선체와 외판을 관통한 18발의 직경 40~50cm의
로켓탄 구멍에 아연 실색했으며
이 정도의 엄청난 피해에도 불구하고 큰 인명사상없이 전 선원 모구가 무사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 후 화물은 공동으로 훼손으로
선박은 추정 전손 ( ctl )으로 처리되었으나
구조회사와의 구조료 분쟁으로 선박과 화물이 두바이 현지 법원에 가압류되어
하역작업이 지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공해상을 항해하는 비무장 상선을 무차별 공격하는 그들의 야만성과
인명의 살상을 노린듯 거주구역만 집중 공격하는 그들의 잔인함에 나는 치를 떨며
끓어 오르는 분노를 억제할 길이 없었다
뜨거운 사막의 나라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에 하역작업을 독려하면서
나는 사고후 수습기간을 이렇게 보내어야 했다
우리는 출항하기전 회사로 부터 추천항로 .항해방법.일반적 주의사항 등 많은 정보를 입수하고
나름대로의 준비도 했었지만
공격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 © 신영수 기자



























위의 모든것도 하나의 편법에 지나지 않을뿐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근본적인 안전대책은 결코 있을수 없을 것이다
이란 - 이라크 두 당사간의 전쟁인데
아무런 이해 관계가 없는 선원들이 왜 피해를 입어야 할까 ?
그 동안 승선 생활하면서 수 없이 듣고 보아온 해난 사고 였지만
해상 생활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내 자신이 직접 체험 했다
24시간 자연의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선박과
험난한 바다에서 자신과 싸워야 하는 외로운 해상생활에
내 인생의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데 대해 깊은 비애감을 느끼면서도
또 다시 바다를 찾지 않을 수 없는게 인간의 속성인가
아니면 바다의 매력인가

피격직후 이제 다시는 바다를 향하여
오줌도 누지 않겠다고 말하던 동료 선원들도
언제 그랬냐는듯 나 자신을 포함하여 대부분 또 다시 승선 했다
그것은 삶의 수단이기 전에
바다를 사랑하는 뱃사람들의 근성인지도 모른다
수백억의 재산을 관리.운항한다는 자부심과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수출의 일선에 섰다는 긍지와 보람으로
오늘도 거센 파도를 헤쳐 나아가고 있을 수 많은 동료들을 생각하며 이글을 올린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라고 했던가 -------------


▲ © 신영수 기자































하연 이를 드러낸 그 이란 병사의 무표정한 듯한 구렛나루를
먹이를 쫒아 날뛰는 맹수의 그것처름 살의를 느끼게 하는 번뜩이는 눈동자를
끔찍했던 그 충격과 함께
나는 영원히 잊지 목할 것이
다 -------------------------------

6.25 전쟁을 껶지 않은 전후 세대들이여 !
이처름 전쟁은 우리들의 삶을 비참함과
새로운 악몽속에 살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주시길 -----------

                                  중앙뉴스 / 신 영 수 기자/ youngsu4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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