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말 실수에 대해 하루 새 두 차례나 해명하고 사과했다.

신용카드 정보유출에 따른 부적절한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질론까지 대두되자 불똥이 엉뚱하게 튀는 것을 막고 논란을 조기에 수습해 이번 사건으로 흔들리는 경제팀을 다잡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현 부총리의 첫번째 해명은 오전에 나왔다.

그는 이날 오전 8시 정부 서울청사에서 새해 첫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 발언을 통해 "어제 제가 소비자 정보제공에 대해 말한 게 일부 언론에 보도됐는데 (이번 사고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금융소비자의 96%가 정보제공 동의서를 잘 파악하지 않는 관행을 지적한 것으로, 금융소비자도 앞으로 거래 시 좀 더 신중하자는 취지에서 말했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이와 별도로 전날 부총리 발언을 문제삼은 언론 보도에 대해 비슷한 해명자료를 오전 10시50분에 냈다.

부총리가 관계자에게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고 시급한 것은 국민 불안감 해소와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거다.

그러나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서 현 부총리에 대한 강도높은 비난이 이어졌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했고 심재철 최고위원은 "국민의 염장을 지르고 성난 민심에 불을 지르는 발언"이라며 현 부총리의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 한정애 대변인은 "우리는 정보 제공에 동의한 것이지 정보 유출에 동의한 게 아니다. 이런 구분도 못하는 분이 경제부총리로 앉아 계시다는 사실이 굉장히 가슴 아프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악화되자 현 부총리는 한발 더 나가 대국민 사과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부총리는 오후 4시15분께 대변인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에서 "제 말의 당초 의도와는 달리, 불안과 불편을 겪고 계시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금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번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엄격히 묻도록 하겠다"며 "어제 발표한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 재방방지 대책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집행해 안심하고 금융거래를 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부총리가 두 차례나 해명하고 사과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는 뜻이다.

또 내달 업무보고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수립 등 큰일을 앞두고 자신의 발언을 주워담지 않고서는 자칫 경제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부총리의 문제 발언은 22일 나왔다.

이날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이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책임 문제를 묻자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지고 걱정만 하는데, 현명한 사람은 이를 계기로 이런 일이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의 관계자 문책 방침을 천명하면서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며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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