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8년 1월 미국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가 북한에 나포됐을 때 미국 정부가 대규모 군사공격 계획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린든 존슨 행정부는 푸에블로호 나포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로 북한이 남침할 경우에 대비한 핵공격 시나리오까지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워싱턴대 부설 국가안보문서보관소가 최근 공개한 기밀 해제 문건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 등은 푸에블로 나포 직후 북한에 대한 여러가지 보복 조치를 검토했다.

이들 시나리오 가운데는 북한 항구 봉쇄를 비롯해 북한 군사시설에 대한 공중폭격, 비무장지대(DMZ) 폭격, 푸에블로호가 억류된 원산항 외곽 인근 무력시위 등이 포함됐다.

또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허위 정보를 소련측에 흘리는 방안도 검토됐으며, 정보기관들은 이들 시나리오를 실행했을 경우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무부가 북한을 상대로 평화적 해결을 위한 막후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국방부는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것에 대비해 북한 공군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대규모 공습이나 핵공격을 검토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포 4개월째인 1968년 5월 14일 작성된 국방부 문서에 따르면 율리시스 샤프 당시 미국태평양지구총사령관은 북한의 침공에 대비한 세부 비상계획을 세웠으며, 이에는 재래식 무기와 함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포함됐다.

'프레시 스톰'(Fresh Storm)이라는 시나리오는 전술 전투기와 B-52 폭격기가 한국 공군과 공동으로 북한 공군 기지에 대한 전면 폭격에 나서는 것이었으며, 작전명 '프리덤 드롭'(Freedom Drop)은 미군 전투기가 북한군에 대해 핵폭탄을 투하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프리덤 드롭' 시나리오에는 최고 70킬로t의 핵탄두가 이용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들어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는 또 존슨 대통령이 비밀리에 지명한 소위원회가 푸에블로호의 임무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이를 연방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클라크 클리퍼드 당시 국방장관이 이를 폐기할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밖에 중앙정보국(CIA)이 푸에블로호 나포 직후 2명의 북한 출신 인사들을 상대로 협상 전략 등에 대한 조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푸에블로호는 1968년 1월 23일 승무원 83명을 태우고 북한 해안에서 40㎞ 떨어진 동해의 공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 초계정 4척과 미그기 2대의 위협을 받고 나포됐다.

북한은 11개월 후 승무원들을 모두 송환했지만 함선은 보내지 않은 채 '전리품'으로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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