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채선물 포지션 따라 국채금리 변동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동향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 국내 국채금리의 급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26일 국내 채권시장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채선물 투자 행태에 따라 국채금리의 변동성이 커지는 이른바 '왝 더 독'(Wag the dog) 현상이 채권시장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왝 더 독' 현상이란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으로, 선물매매에 의해 현물시장이 좌지우지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5월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깜짝 인하했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를 전후해 국채 선물 포지션을 급격하게 바꿔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출렁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외국인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직전인 지난해 4월 17일부터 5월 2일까지 국채 선물을 6만7천계약 순매수했는데 이 기간 국고채 3년물의 금리는 0.19%포인트 떨어졌다.

외국인들은 이후 5월 9일부터 6월 28일까지는 13만8천계약의 국채 선물을 순매도했는데 이로 인해 국고채 3년물의 금리는 0.33%포인트가 급등했다.

지난해 12월19일부터 올들어 지난 7일까지도 외국인들은 3만3천계약의 국채선물을 순매수했는데 역시 이 기간 3년물 국고채의 금리는 0.03%포인트 떨어졌다.

반대로 1만4천계약을 순매도한 8일부터 지난 20일까지는 금리가 0.04%포인트 올랐다.

국채선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래 비중은 지난 2011년 일평균 2조7천억원으로 9.3%에 불과했으나 작년엔 일평균 3조9천억원으로 비중이 15.5%로 확대됐다.

하지만 이는 증권(62.7%), 은행(16.9%)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비중이 크지 않은데도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채선물 거래를 헤지목적이 아니라 단기투자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유한 현물채권의 금리변동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선물에 투자하는 국내 기관투자자와 달리 외국인투자자들은 현물 투자 없이 선물에만 투자하는 투기성 거래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외국인들의 선물투자에 따라 현물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자주 나타남에 따라 국내 국채금리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을 예상하고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순매도 포지션을 구축하면 국채금리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가계부채나 장기채권 평가손실 등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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