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추운 겨울에 이어 혹독한 봄날 어떻게 할꼬?
건설업 회사채 시한폭탄 폭발력 누구도 장담 못해..21곳 4월 만기 1.2조, 상반기 3.1조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이 장기간에 걸친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 상반기에 돌아오는 조 단위의 만기 회사채 때문에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게 됐다.

국내 500대 기업에 포함된 대형 건설사들이 감당해야 할 만기회사채는 상반기에만 3조 원대에 달한다. 이 가운데 1조2천억 원이 4월에 몰려 있어 한차례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여 건설업체들로서는 혹독한 봄날을 맞게 될 전망이다.

특히 신용등급이 A등급 이하인 건설사들은 차환발생이 어려워 자산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할 방침이지만 이조차도 녹록치 않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500대 기업에 포함된 24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21개 기업에 총 3조1천억 원 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조사대상 건설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8조2천억 원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 대한 만기회사채비율은 평균 38.8%였다. 평균치만 보면 차환발행이 안 되더라도 현금성 자산을 처분해 회사채를 상환하고도 남지만 회사에 따라 사정은 천차만별이다.

올 상반기에 도래하는 만기회사채 규모가 현금성 자산보다 큰 건설사가 6곳이나 되고 2개 건설사는 만기회사채가 현금성 자산의 80%대에 이를 정도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 특히 만기회사채 물량이 1조2천억 원이나 몰려 있는 4월에는 여러 건설사가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신용등급이 높은 건설사들은 예년처럼 차환발행을 통해 만기회사채를 돌려막겠다는 생각에 다소 느긋한 편이나 그렇지 않은 건설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태”로“부동산 경기가 다소 풀리고 있다지만 여전히 좋지 않다보니 중견건설사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에 국한되겠지만 자체 자금 마련에 실패한 건설사들은 은행차입금인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도 업계의 시각이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전체 차환발행 금액 중 기업이 20%를 자체 상환하고 나머지 80%는 산업은행이 인수한 뒤 이를 금융투자업계(10%), 채권은행(30%), 신용보증기금(60%)이 각각 분담해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회사채 신속인수대상 기업들은 주채권은행과 자구이행계획약정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대주주 지분매각과 경영진 교체 등의 제의를 받게 된다. 따라서 해당 건설사들은 경영권 상실 위험마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상황이 가장 어려워 보이는 곳은 한화건설(대표 김현중, 이근포)로 4월 2천300억 원이 몰려 있다. 문제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08억 원에 불과해 만기회사채비율이 324.9%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화건설 관계자는 “올해에도 현금 상환 없이 차환발행을 할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다음으로는 동부건설(대표 이순병)을 들수있다.동부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48억 원 보유한 반면, 만기회사채는 1천300억 원에 달해 만기회사채비율이 237.2%을 기록했다. 동부건설은 동부익스프레스 지분매각을 통해 이를 상환할 방침이다.

이어 두산건설(대표 양희선)의 만기회사채비율은 199.3%, 한라(대표 정몽원) 153.1%, 코오롱글로벌(대표 안병덕) 113.2%, 계룡건설산업(대표 한승구)이 105.8%로 이들 건설사들이 갖고 있는 현금성 자산을 다 처분해도 상반기에 만기되는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형편에 놓여있다.

더군다나 이들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모두 A이하라는 것 때문에 사실상 차환발행이 어려운 만큼, 자산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이 밖에 롯데건설(대표 박창규)과 현대산업개발(대표 박창민)의 만기회사채비율이 80% 이상으로 높은 상태인데, 일단 유보자금과 차환발행을 통해 대응을 방침이다.

또 한양(대표 박상진) 66.1%, 한신공영(대표 태기전) 59.3%, 고려개발(대표 김종오) 48.5%, 태영건설(대표 김외곤) 48%, 쌍용건설(대표 김석준) 42.6%, SK건설(대표 조기행, 최광철) 42.4%, 대우건설(대표 박영식) 41.1%로 나타났다.

이중 SK건설은 3월 도래하는 1천600억 원 규모의 만기회사채에 대해 차환발행을 우선적으로 시도한 후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현금상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건설(대표 정수현)은 1조2천억 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한데 반해 만기회사채는 1천억 원에 불과해 만기회사채비율이 7.7%로 가장 낮았다.

이어 대림산업(대표 김윤)이 10%, GS건설(대표 임병용) 11%, 삼성물산(대표 최치훈) 26.4%, 서희건설(대표 곽선기) 31.3%, 현대엠코(대표 손효원) 38.7%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 만기되는 회사채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롯데건설로 4천500억 원이다. 뒤이어 현대산업개발 3천500억 원으로 많았고, 삼성물산 3천억 원, 두산건설 2천350억 원, 한화건설과 한라가 2천300억 원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도래하는 만기회사채는 월별로는 1월 1천억 원, 2월 5천400억 원, 3월 5천940억 원, 4월 1조1천850억 원, 5월 2천400억 원 6월 5천270억 원이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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