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잊어라 낙하산 인사 없이 KT맨으로 간다
주요 경영진에 사내 인사 대폭 발탁 KT새노조  "경영진 책임 강조" 환영

황창규(61) KT 신임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내부 인사를 단행하며 KT체질 변화를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황 회장은 27일 주주총회에서 거대 통신 기업 KT를 이끌 수장으로 선임되자 마자 새로운 조직도를 발표했다.

 '인사 내홍'을 앓고 있는 KT의 현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자신의 '친정'인 삼성전자나 현 정권 출신을 철저히 외면했다. 그간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아온 표현명 T&C부문 사장을 비롯해 김일영, 김홍진 사장 등 이석채 전 회장의 핵심 인물들을 내부 인사들로 대폭 교체했다. 또 청와대 대변인 출신으로 커뮤니케이션실장을 맡아온 김은혜 전무 역시 물러난다. 'MB 낙하산' 논란의 가운데 있었던 이석채 전 회장의 체제와 확실한 선긋기에 나선 것이다. 

황 신임 회장은 조직 구조도 대폭 개편했다. 그동안 KT그룹 내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코퍼레이트센터를 없애는 대신 '미래융합전략실'을 신설해 미래 KT의 큰그림을 그렸다. 당장 '낙하산 인사' 탓에 크게 늘어났던 지원조직 임원급 직책을 절반으로 축소하는 한편 전체 임원수도 27% 줄이기로 했다.

대신 이들 인력을 현장으로 재배치해 영업력을 강화 한다. 조직 전반을 단순하고 수평적인 구조로 만들어 통신사업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현장과 지원부서, 임원과 직원간에 소통을 활성화하겠다는 황 회장의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

이날 이뤄진 임원급 인사만 보더라도 현장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상무보 승진자 가운데 현장 근무자 비율을 지난해 22%에서 45%로 2배 이상 늘렸고, 임원 33%가 현장에서 승진하기도 했다.

KT는 각 부문장에도 "KT 내부 경험이 풍부하고 직원들의 신망이 높은 통신전문가를 전격 발탁했다"고 밝혔다.

1986년 KTF에 입사해 시너지경영실장을 지낸 남규택 부사장을 마케팅부문장(사장)에, 역시 같은 시기 입사한 오성목 부사장을 네트워크부문장에, 2011년 KT에 입사해 G&E부문 국내영업총괄을 맡아온 신규식 부사장에게 글로벌&기업(G&E)부문장을 맡기는 등 각 부문장에 내부 인사를 발탁했으며 커스터머부문장에도 KT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 전문가인 임헌문 전 전무를 영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IT부문장에 김기철 부사장, 융합기술원장에 이동면 전무, 경영기획부문장에 한훈 부사장, 경영지원부문장에 한동훈 전무, CR부문장에 전인성 부사장을 임명하는 등 주요 부문장도 모두 내부 인사로 채우며 내실을 기하는 분위기다.

반면 표현명 T&C부문 사장을 비롯해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 사장, 김홍진 G&E부문 사장 등 이석채 전 회장 핵심 경영진들은 모두 명단에서 빠지며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사장급 경영진은 모두 물러나거나 계열사로 인사가 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황 회장은 이날 기술경영인 출신답게 형식적인 취임식을 생략한 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이노베이션센터를 가장 먼저 찾아 '광대역 LTE-A', '이종망간 병합' 등 통신 기술 문제를 직접 챙겼다. 

황창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치열한 통신시장 환경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KT 서비스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최고의 기술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노조와의 관계도 편안해 보인다.

그동안 이석채 체제에 비판적이었던 KT 새 노조도 황 회장의 이런 행보를 크게 환영했다. KT 새노조는 이날 논평에서 "황 회장은 KT 위기 원인을 '통신서비스의 환경 변화' 등 외부에서 찾기보다 '경영진의 1차적 책임'을 강조했다"면서 "무차별적으로 낙하산 인사들을 끌어들여 전횡을 일삼은 것으로부터 현장 중심의 소통을 강조한 것으로 우리는 이해하며 매우 적절한 진단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해 황 신임 회장의 인사 시스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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