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北대사관 외신기자회견…"우리제안 적극 지지해달라"

"세계여론은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의 중대제안을 적극 지지해야합니다."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이틀 앞둔 29일 오전 주중 북한대사관이 중국주재 외신기자들을 대거 대사관으로 불러 북한 국방위원회가 최근 남한 측에 제안한 '중대제안'의 의미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는 모두발언에서 "많은 나라들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중대제안은 이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중대제안'의 배경과 내용을 30여분 간 설명했다.

[핫포토] 쪽배 타고 있으니 함께 타시기를 관련 이미지

그는 또 "뚜껑도 펼쳐보지 않고 볼 것이 없다는 식으로 좋은 책을 내던진다면 어떻게 되겠나"라며 이번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한국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북한은 지난 16일 국방위 명의로 '중대제안'을 발표하고 이달 30일부터 상호 비방·중상을 중지하자고 제의했지만 남한당국은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등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을 포함한 것 때문에 사실상 '위장평화공세'로 의심하고 있다.

지 대사는 회견도중 '조선반도 비핵화는 우리 공화국 정부의 변함없는 정책적 목표', '금강산관광과 문화협력 교류 활성화', '6자회담 지지' 등의 유화적 표현들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거듭 이번 제안의 진정성을 부각했다.

그러나 지 대사의 이날 발언은 역시 북한당국이 '중대제안' 이후 지속적으로 부각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에 초점이 모아졌다.

지 대사는 이날 "북남관계를 개선하는 데서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가로막는 기본장애물인 군사적 적대행위를 근절하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며 남한당국에 키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훈련 중지를 강하게 촉구했다.

핵문제에 있어서도 "남조선당국은 우리가 보유한 소중한 자위적 핵무력에 대해서 시기하기 전에 외세의 핵을 끌어들이고 동족을 해치는 위험천만한 행위부터 거두는 용단을 내려야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 대사의 이날 발언은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밝힌 내용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북한이 '중대제안' 이후 각국 외교관과 언론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국제여론전'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해외무대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남한에 대한 '중대제안'의 중요성과 진정성을 집중 부각하는 것은 결국 한반도 긴장국면이 해소되지 않거나 악화될 경우를 대비한 '명분 쌓기'에 목적이 있다고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분석했다.

주중 북한대사관은 지난 27일에도 베이징 및 서울에서 북한대사를 겸임하는 수교국 대사들을 대거 초청해 이번 기자회견과 비슷한 설명회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또 다른 소식통은 이날 지 대사의 외신기자회견에 대해 "평화공세 이상의 의미가 없다"며 평가절하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