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룡 대사, 여유있고 차분하게 1시간 회견, '건재 과시'

주중 북한 대사관, 한국 언론에도 이례적 취재 허용 관련 이미지

주중 북한대사관이 오늘(29일) 외신 대상 기자회견의 취재를 이례적으로 우리 언론에도 허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언론이 베이징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 직접 들어가 취재한 것은 최소 8~9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9·19 공동성명이 탄생한 2005년을 전후해 6자회담이 한참 긴박하게 돌아가던 때에는 드물게 북한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일부 한국 기자들이 참석한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은 초청 대상이 아니었다.

중국의 신화통신, 중앙(CC)TV 등 관영 매체와 미국, 영국, 일본, 러시아 등 외국의 주요 통신·방송사를 대상으로 초청장을 보내 사전등록된 경우에 한해 현장 취재가 허락됐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주요 방송사와 일부 신문사 취재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전 9시 이후 북한 대사관 앞에 모여들었다.

북한 대사관 측은 명단에 있는 기자들을 먼저 들여보내고 나서 기다리던 한국 취재진들의 입장을 허용했다.

애초 우리 취재진을 초청한 것은 아니었지만, 현장에서 취재를 허용한 것은 남측과 국제사회를 향해 평화적이고 유화적인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 취재진뿐만 아니라 다른 외신기자 역시 대사관 청사에 들어온 것이 대부분 처음이어서 취재 외에 기념사진을 찍고 주위를 둘러보는 등 신기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늘 회견은 오전 10시쯤 부터 대사관 본관 2층의 소규모 강당에서 꼬박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중국, 한국, 미국, 영국, 일본, 러시아 등 전 세계 주요 매체의 취재진 100여 명의 열띤 취재경쟁 속에 시작된 회견은 지재룡 대사가 직접 진행한다는 사회자의 소개로 시작됐다.

취재진은 지 대사가 등장하자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그의 모습을 담느라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북한의 신년사 내용과 중대제안을 소개해 나가자 지 대사 좌우에 배석한 2명의 통역사가 중국어와 영어 순으로 그의 발언을 차례로 통역했다.

통역을 포함해 50분에 달하는 긴 모두발언에 이어 기자들에게 질문 기회가 주어졌다.

회견은 지 대사가 북한에서 처형된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측근 인사로 알려진 탓에 또 다른 주목을 받았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지 대사의 향후 거취가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자신감 있게 전 세계 주요 매체를 불러놓고 회견을 한 것으로 볼 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지 대사의 당분간의 거취에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북한 대사관 본관 정문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적색카펫이 깔려 있고 1층 로비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과 김정일 위원장의 활동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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