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교장공모제를 통한 교장임용 학교를 대폭 확대하고, 교장자격증 취득자를 늘려 초빙교장의 공모경쟁률을 10:1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이는 기존의 교장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초빙교장제의 확대에 불과한 것으로 승진제도 개혁과 무관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정책이다.

애초 교장공모제는 ‘가르치는 일을 중심으로 학교를 변화시키고, 자격증과 상관없이 능력 있는 인사의 기회를 확대하고, 과도한 승진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여기에 최근 쏟아져 나온 각종 교육비리마다 학교장이 연루되면서, 교육비리 근절과 교장의 자질 향상을 위한 승진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교장공모제는 교장의 임기연장수단인 초빙교장제도로 변질되었다. 교장자격증 소지 여부에 상관없는 내부형공모제마저 교사의 교장 진출은 24.5%에 불과하며, 그나마 현 정부의 관련 규정 개악으로 그 비율은 급격히 줄어들어 유명무실해졌다. 이러한 결과는 현 정부가 근본취지에 맞는 교장공모제 운영이나, 교장승진제도 개혁의 진정한 의지가 없다는 것만을 확인시켜 준다.

이번에 교과부가 발표한 ‘교장자격증 소지자 확대⇒초빙교장의 공모경쟁률 강화⇒유능한 교장 확보’라는 계획은 교장공모제의 근본취지와 ‘인사. 승진구조의 모순⇒교육 비리의 발생⇒공교육의 질 저하와 불신’이라는 비참한 교육 현실의 근본 원인을 애써 무시하고, 따라서 잘못된 해결방법을 제시한 헛발질에 불과하다.

교과부는 여전히 ‘승진 경쟁⇒교장자격증 취득⇒교장 자질 보장⇒임용경쟁 강화⇒유능한 인재’라는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과부의 인식이 옳다면 지금까지 치열한 승진경쟁을 뚫고 교장이 된 인물들이 벌이고 있는 ‘교장비리 퍼레이드’의 원인부터 해명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원평가가 없어서라는 이유를 들고 싶다면 지난 수십년 간 유지되어 온 교원평가제도인 근무평정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답해야 할 것이다.

교장자격증을 소지했다는 것만으로 결코 교장의 질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설사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초빙교장이 되었더라도, 가르치는 일을 중심으로 학교를 변화시켜야 하는 교장의 역할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교장자격증 취득 전에 거쳐야 하는 교감 승진과 장학사 임용제도의 문제, 이들의 승진과 자격증 취득을 좌우하는 상급자의 ‘근무평정’이라는 부조리한 교원평가제도의 개선방안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교장자격증 소지자 확대는 ‘교사들의 교장자격증 소지여부’를 교사의 무능과 유능을 가늠하는 사회적 기준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 이는 오히려 가르치는 일에 전념해 온 교사들마저 ‘교장자격증 소지만’을 위해 상급자가 좌우하는 근무평정에 목매달게 만들 것이며, 내친 김에 승진 경쟁구조에 뛰어들어 ‘가르치는 일과 무관한 경쟁’만을 격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교육비리는 교장자격증 획득과 교장임용 과정에서 낭비한 자신의 물질적, 정신적 에너지의 보충 성격이 강하다. 또한 승진의 대가에 대한 기대심리로 승진경쟁을 벌이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장자격증 유지와 확대, 승진기회의 확대와 경쟁의 강화라는 제도 개선은 교장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교사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소홀히 하도록 만드는 공교육의 퇴행과, 교육비리의 확대재생산으로 귀결될 뿐이다.

‘교장’이란, 교사의 승진경쟁과 교육활동의 종착역이 아니라 가르치는 일의 또 다른 방식의 접근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또한 ‘교장’이란, 가르치는 일에 전념에 해온 많은 교사들의 열정과 긍정적 힘을 학교운영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보직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교과부의 발표는 교장승진제도의 근본적 개선을 통해 교육개혁과 공교육 신뢰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뜻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교육계 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과 갈등을 추가시켜 줄 것이다.

교과부는 퇴행적 제도개선 방안을 철회해야 한다. 교과부는 지금이라도 교장선출보직제도의 시범운영과 일정 경력 이상의 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내부형공모제를 확대 추진해야 한다. 교과부는 더 이상 공교육을 망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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