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최근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로 인해 전화 영업 중단에 이어 3개월 영업 정지처벌까지 맞게 되자 생존이 어려운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가뜩이나 대내외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초강경 제재로 생사기로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객 정보 유출로 금융사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적지 않기 때문에 불만을 표시하지도 못하고 속만 끓이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고객 정보 보호가 국가적 관심 사안인 만큼 금융사들이 당분간 고통을 분담하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보유출 카드사 '3개월 영업정지'…역대 최고 제재 카드사들은 과도한 대출 영업 등으로 국가적 혼란을 일으킨 2003년 카드 사태로 영업 정지를 당한 적이 있다.

이후 10여년간 카드사들은 자성의 기회로 삼으며 조금씩 몸집을 불려왔다.

2010년 이후에는 국민카드와 우리카드가 은행 조직에서 분사하는 등 카드산업이 다시 호황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1억여 건에 달하는 고객 정보 유출로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가 이르면 오는 14일부터 3개월 영업 정지를 당하게 된다.

이번 제재는 역대 최고 수위 징계다.

그만큼 카드업계를 단단히 손보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강하다.

이들 카드사의 최고경영자들도 이달 말이면 해임 권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카드사는 지난 한 달여간 300여만 건이 넘는 재발급 등에 투입한 비용만 500여억 원에 달해 올해 예상 순익을 대부분 까먹은 상태다.

앞으로 손해배상 비용까지 감안하면 카드사가 받을 타격은 훨씬 크다.

한 카드사의 관계자는 "고객 정보 유출 사안이 너무 커지는 바람에 현재는 아무런 금전적인 문제를 따지지 않고 재발급 등의 조치를 해주고 있으나 경영상으로 볼 때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망하는 카드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全 카드사에 해지 늘어…경영 위축 심각 이들 3개 카드사에 부과되는 영업정지 3개월은 사실상 '사형 선고'나 다름없을 정도로 큰 처벌이다.

고객이 생명인 금융사에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없도록 하고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마저 차단함에 따라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고객에 부여된 한도 내에서 카드론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고객의 결제 서비스 등을 유지하기로 했다.

더구나 이들 카드사는 영업 정지와 더불어 다른 금융사들처럼 오는 3월까지 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비대면 대출 모집이나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천~5천명에 달하는 기존 텔레마케팅 조직과 카드 대출 모집인 등 2천여명의 대면 조직까지 2~3개월 동안 고용 유지를 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미 부당한 텔레마케터 해고 금지와 더불어 영업 정지 기간에 불필요한 인력 감축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번 고객 정보 유출과 관련 없는 카드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카드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면서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하나SK카드 등에서도 고객의 해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카드사의 카드론, 현금서비스도 상당 폭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카드업의 최대 위기 국면"이라면서 "자칫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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