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20∼25일 이산가족 상봉 합의, 시설점검단 7일 방북…상봉 행사 후 인도적 문제 논의 추가 접촉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해 5일 판문점에서 연 적십자 실무접촉은 순조로운 협의 진행 속에 예상보다 훨씬 빠른 4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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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에 접촉을 시작한 양측은 모두 3차례의 수석대표 간 접촉과 2차례의 전체회의를 거치며 4시간22분 만인 이날 오후 2시22분께 합의서 작성과 서명을 완료하고 실무접촉을 끝냈다.

1∼2차 수석대표 접촉은 10∼15분, 3차 접촉은 불과 1분 만에 끝났다는 점은 양측의 이견이 크지 않고 협의가 순항했음을 보여준다.

양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시작할 때부터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은 오전 전체회의에 앞서 "이번 첫 만남이 북남 사이의 관계 개선을 위한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입춘을 맞았지만 아직 겨울 날씨는 쌀쌀하다"며 "올해 북남 사이의 첫 접촉을 통해서 북남관계 개선의 따뜻한 춘풍을 안아오는데 우리 적십자 단체들이 앞장서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은 "상봉을 기다리는 이산가족들에게 기쁜 소식도 알려드리고 남북관계에 서로 믿음을 쌓고 협력하는 계기가 되도록 같이 노력해나가자"고 답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관련한 실무적 문제에서는 양측 모두 일정 부분 양보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대 쟁점이었던 상봉 시기에 대해서 우리 측은 원래 제안한 대로 오는 17∼22일을 주장했다.

그러나 북측은 내부 사정을 이유로 사흘 뒤인 20∼25일을 제의했고, 우리측은 이를 수용했다.

방문단이 머무를 숙소에 대해선 우리측이 겨울철 난방 등을 이유로 시설이 좋은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로 하자고 했고, 북측이 동의했다.

지난해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 추진 당시 북한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채 비워둔 해상호텔인 해금강 호텔과 현대생활관 숙소를 우리 상봉단의 숙소로 고집해 마찰이 빚어졌다.

상호 비방·중상 중지와 선제적 군사 적대행위 중지 등을 주장하는 북한의 소위 '중대제안'에 대해 북한 대표단은 이날 언급은 했지만 쟁점화하지는 않았다.

양측은 또 지난해 추석과 같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무산 사태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우리 대표단이 당시 북한의 합의 위반에 유감을 표명했지만, 북측은 이와 관련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할 뜻을 비쳐온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 이번 접촉에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북측이 우리 제의에 호응해왔고, 그동안 우리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답을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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