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위원회는 12일, 13일 양일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지방행정체제 개편 법안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고 4월 16일 특별위원회전체회의를 열어 통과시킬 예정이다. 지난 9일에 있었던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특위의 잠정 합의안을 두고 반대 의견이 쏟아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같은 당내 반발은 국가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인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지역사회, 학계 등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지역주민들에 대한 공론화 작업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에 기인한 것이다.

현재 특위가 잠정 합의한 특별법안을 살펴보면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지방의 문제임에도 지방을 거의 소외시키고 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중요한 문제를 대부분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에서 2006년 2년에 걸쳐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폐지된 국회 특위를 2008년 다시 설치하여 존속기간을 2번이나 연장해 가면서 내린 결론이 겨우 위원회를 설치하여 중요사항에 대한 논의를 거친다는 것이다. 위원회의 구성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27인의 위원 중 7인이 당연직으로 행정안전부장관 등 장관급 행정부인사이고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각각 8인씩 위촉하며 지방4단체협의회가 4인을 추천해서 구성하도록 되어있다.

결국 이는 과반수가 넘는 인원을 중앙부처가 장악하여 결정할 수 있는 구조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지방의 문제를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대표성과 정당성도 의문시되는 이같은 위원회에 국가의 근간이 되는 지방행정체제개편을 맡겨도 되는 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4년이 넘도록 막대한 국고를 써가면서도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문제를 정부위원회에게 다시 맡긴다는 것은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이런 부실한 법안에 대해서 반대 의견이 쏟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에는 전적으로 정치권과 정부에 책임이 있다. 학계와 시민사회, 선진국의 경험 등은 다층적인 지방자치계층이 불가피하고, 광역행정과 지역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군통합보다는 시·도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경실련에서도 수십차례에 걸쳐 정치권의 시대역행적인 개편안을 반대하였고, 주민자치와 지역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정부는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고 무리하게 도폐지, 시·군 통합을 강행해 온 결과 오늘의 졸속적인 법안과 이로 인한 분란을 자초한 셈이다.

이제 국회는 무책임하게 도의 지위를 비롯한 중요한 현안문제를 무책임하게 대통령소속 위원회를 설치하여 위임하려는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안을 폐기해야 한다. 또한 학계와 시민사회, 당사자인 지방정부와 주민이 동의하기 어려운 설익은 개혁방안을 법률로 밀어붙이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정치권은 학계와 시민사회의 논의를 지켜보면서 대체적인 개혁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 때 국회가 개입하여 결정하는
것이 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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