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제52호 발간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 이수기는 이슈와 논점에서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입법적 대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발간했다.

1. 리베이트 규제 강화의 필요성

(1) 시장실패로 국민부담 가중

일반적으로 리베이트는 대금감액의 한 방식으로 오랜 상거래 관행에 해당한다. 거래행위란 당사자간 상호 교환을 통한 이익 추구행위이며, 그 과정에서 거래 당사자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호객행위’를 하게 되고, 고객에게 유·무형의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리베이트의 성격과 규모이다. 리베이트는 거래에 수반되는 제 비용과 함께 궁극적으로 거래가격에 포함되는 형태로 전가되어 시장의 공정거래질서를 저해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시장질서 내에서 의약품가격이 가지는 신호(Signal)로서의 제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이른바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 일반 상품과 달리, 그 제조 및 유통과 가격 결정이 특이한 형태로 이루어져 시장실패의 문제를 필연적으로 내재하고 있다. 막대한 초기투자 자본을 필요로 하는 산업적 특성으로 거대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제약사가 ‘규모의 경제’를 누리면서 시장질서의 헤게모니를 쥐게 된다. 유통 및 가격 결정과정에서도 이른바 ‘제3자 지불과 결정(Third Party Payers and Decision Makers)' 시스템으로, 소비 주체가 의약품의 선택과 가격지불과정에서 거의 배제되고, 제3자인 의료인 등이 대신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시스템은 유통과정에서 불법 리베이트의 관행이 작동되는 유인이 되고 있다.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의약품시장에서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약 2조 1,8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는 바, 이는 10조원 이상에 달하는 국내 제약산업 시장규모의 약 2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와 같은 리베이트 수수는 건강보험약제비 증가로 귀결되어 궁극적으로 유통질서뿐만 아니라 취약한 보험재정의 주된 부담요인이 되는 것으로 인식된다.

(2) 현행 규율체계 미비

현행법상 리베이트를 규율하는 근거 법령으로 「의료법」 및 「약사법」 등의 보건의료 관련 법령과, 일반법으로는 「형법」 및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그러나 현행 보건의료 관련 법령의 규율체계는 리베이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일 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수령자에 대한 처벌 장치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리베이트 수수행위는 은밀하게 이루어져 범죄구성요건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형법」 및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로 리베이트 수수행위를 실효성 있게 규율하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즉, 「형법」상의 배임수재죄는 의료기관 개설자 등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수뢰죄는 민간의료기관 종사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의 불공정거래행위는 의료기관 개설자 등에 의한 리베이트 제공 강요가 입증되어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련 의료기관 개설자 및 민간의료기관 종사자 등도 모두 처벌대상이 되고 리베이트 제공 강요에 의하지 않더라도 이를 취득한 경우에는 처벌할 수 있는 등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획기적인 입법적 조치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최근 정부는 ‘의약품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 도입과 함께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의료법」, 「약사법」 및 「의료기기법」 등 리베이트 규제 강화를 위한 관련 법률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심의중인 입법적 대책의 쟁점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① 쌍벌죄 도입 즉, 리베이트를 제공한 자뿐만 아니라 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처벌을 강화하고, ② 자격정지 등 현행 행정처분의 요건을 보다 명확히 하며, ③ 과징금부과 및 ④ 신고포상제도를 새로이 도입하는 방안 등이다.

2. 리베이트 쌍벌죄 도입

현행 관련 법령에는 리베이트 제공자에 대한 처벌규정은 두고 있으나 수령자에 대한 명시적인 형벌규정이 없다.

「약사법」은 제47조에서 의약품 판매업자 등이 유통질서 확립에 필요한 사항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이에 따라 「약사법 시행규칙」에서 의약품 도매상 등에게 리베이트 제공 금지의무를 부과하면서 위반시 업무정지 및 품목허가 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약사법」 제95조는 이와 같은 행정처분과 별도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에, 리베이트 수령자의 경우에는 자격정지 등의 행정처분은 가능하지만 이들을 직접 형사처벌하는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리베이트 제공자뿐만 아니라 수령자도 형사처벌 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려는 관련 입법안은 타당한 정책방향으로 판단된다. 다만, 처벌대상 리베이트의 범주와 벌칙의 정도에 관하여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리베이트의 범주와 관련하여 의료인 등은 대금결제기간, 거래량 및 결제수단에 따른

거래가격의 차이는 상거래 과정에서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므로 처방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불법 리베이트와 구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범죄구성요건의 명확화와 관련하여, 의료인 등은 리베이트의 유형으로 ‘노무’, ‘편익’ 또는 ‘그 밖의 경제적 이익’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의견인 반면에, 정부는 금지대상이 되는 리베이트의 유형을 법률 또는 하위 법령에 세부적으로 열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를 회피하기 위한 새로운 유형의 리베이트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와 같은 Positive 방식의 입법 보다는 리베이트로 보지 아니하는 경제적 이익 제공행위의 유형을 하위 법령에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Negative 방식의 입법을 통하여 견본품 제공 등 의약품 홍보·마케팅을 위한 최소한의 활동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쌍벌죄를 도입하는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약품 상거래의 현실에 맞게 처벌대상 리베이트의 범주를 보다 정교하게 획정할 필요성이 있다. 리베이트의 유형 역시 보다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규범 수범자의 예측가능성과 권리보호에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벌칙의 정도는 과징금 부과 및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의 정도를 함께 고려하여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입법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3. 자격정지 요건 명확화

현행 관련 법령은 의료인 등이 불법 리베이트를 받을 경우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죄형법정주의 견지에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 제66조제1항에서 ‘의료인의 품위 손상행위’에 대하여 1년의 범위에서 자격정지를 명할 수 있으며,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서 ‘직무관련 부당 금품 수수행위’에 대하여 2개월의 자격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약사법」은 제79조제2항에서 ‘윤리기준 위반’ 등의 행위에 대하여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자격정지를 명할 수 있으며, 「약사법」 시행규칙 제6조제1항에서 ‘업무 관련 부당 금품 등 수수행위’에 대하여 2개월의 자격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행 규정체계는 행정입법의 ‘일반적·포괄적 위임 금지원칙’에 위배되는 입법으로 보인다. 더구나 범죄와 형벌은 법률로 정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죄형법정주의는 처벌법규의 위임은 일반 법률사항보다 더욱 제한되고 위임의 경우에도 수권 법률의 규율밀도를 더욱 강하게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관련 규정은 의료인 등의 ‘품위 손상행위’ 또는 ‘윤리기준 위반행위’ 등과 같이 범죄구성요건을 추상적으로만 규정함으로써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자격정지 대상인지 규범 수범자가 법률 규정만으로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중대한 하자가 존재한다.

따라서 「의료법」 및 「약사법」 등에 자격정지 요건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성이 있다. 자격정지처분은 의료인 등의 권리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법률적 근거를 명백히 밝히는 것은 궁극적으로 의료인의 권리보호에도 기여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4. 과징금 부과제도 도입

과징금은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 등의 부당이득을 환수함으로써 리베이트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형사법적 처벌만으로 규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과징금부과 제도 도입이 거론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중처벌의 문제와 과징금 규모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첫째, 과징금은 행정상 제재금이고 범죄에 대한 국가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이 아니므로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벌금이나 범칙금 이외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도 과징금은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을 기초로 하여 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금’이라는 기본적 성격에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성격이 부가되어 있는 것이므로, 법률에서 형사처벌과 아울러 과징금의 병과를 예정하고 있더라도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둘째, 과징금 규모는 여타 관련 법률과의 균형 등을 고려하여 과징금 상한액이 비례의 원칙 및 과잉금지의 원칙 등 헌법상 일반원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입법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법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그리고 위반행위로 취득한 경제적 이익의 성격과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법률에서 대체적인 과징금 부과기준을 설정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과징금 부과사유가 과태료 또는 벌금의 부과사유와 가급적 중복되지 않도록 구분하여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5. 노블리스 오블리제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는 일반 제조업과 다른 의약품 시장의 특성 등으로 인하여 선진국의 경우에도 고질적인 정책과제이다.

현재 검토 중인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 도입이 일종의 유인책이라면 쌍벌죄 도입 및 과징금 부과 등은 강화된 제재수단으로 볼 수 있다.

제재강화라는 정책수단이 고도의 직업윤리에 충실히 따르며 묵묵히 본분을 다 하는 다수의 일반 의료인 등의 저변 정서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입법 및 정책 결정이 반드시 관련 이해당사자간의 ‘양해’ 내지 ‘합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의료인 등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에 입각한 직업윤리의 긍정적 기능은 적극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도외시할 경우 필연적으로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은 우리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작금의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구미 선진국에서 지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이들의 ‘공동체의식(Community Spirit)’ 함양에 주요 동인(動因)이 되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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