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안 되는 무능한 장관이 주는 교훈

인사청문회 때부터 부적절한 언행으로 자질논란을 빚었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결국 해임됐다.그동안의 언행을 볼 때 해임이 곧 사필귀정(事必歸正)이 아닐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의 해임 건의를 받자마자 즉각 수용이라는 민첩함을 보였다. 윤 전 장관으로서는 불명예이며 스스로 자진 사퇴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이 같은 사례는 역대 정권 중 딱 한 번 있었을 정도다.과거 2003년 고건 총리 시절 최낙정 당시 해수부 장관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연이어 물의를 빚자 총리가 해임건의를 했고 최 전 장관은 취임 14일 만에 옷을 벗었던 사례가 있다.윤 장관 경질의 직접적인 이유는 당연히 부적절한 언행으로 잇단 설화를 양산해낸 본인의 책임이 크다.

윤 장관의 부족한 자질과 업무 이해도 등은 5년 만에 부활한 해수부의 수장으로서의 역할에 못 미쳤다.따라서 그를 발탁해 기용한 박근혜 정권의 부담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청와대가 이처럼 신속하게 윤 장관의 해임을 단행 한것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밀봉인사' 잡음이 집권 2년차를 맞는 지금의 박근혜 정부에게 악재로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일수도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경고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열린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공직자들에겐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윤 전 장관이 설화(舌禍)로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기식 인사중의 한사람이 윤 전 장관이다. 윤 전 장관은 첫 등장부터 이슈메이커로 정치권에 등장했다. 언론에 노출된 윤 전장관은 자신 스스로가 언론에 부담을 느껴 취임 초기 언론 기피하는 태도마져 보여주었다.이는 결국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로 이어지면서 스스로가 언론에 갇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런 현상은 정부 부처를 책임져야하는 여성 수장으로서 리더십에도 문제가 생겨 조직 내부까지 자신의 색깔을 입히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번 기가꺽긴 윤 장관은 ‘뭘 해도 안 되는’ 장관으로 낙인 찍혀 갔다. 외모 구설수까지 겪으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는 노력도 했고, 연구원 출신으로 해양 정책에도 열성을 보였지만 정작 국감에서 드러난 윤 장관은 ‘무능한 장관’이었다.

부활된지 얼마되지 않아 신설부처와 다름없었던 해수부는 이번 사건을 더 적극적인 대응과 대안을 마련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를 못한것이 해임의 원인일수도 있다는 일부 정치권의 시각도 있다.설날에 발생한 사고였기에 더욱 민심의 질타가 더했다.때문에 박대통령의 인사논란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집권초기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행 사건과 더불어 최근 윤 장관의 경솔한 행동과 현오석 경제부총리 자질논란 등이 붉어지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만신창이가 됐다.

전국을 떠들석하게 만든 카드사 정보유출 문제에 대한 안이한 정부의 태도 역시 논란이 돼는 등 여론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권의 고민은 깊어만 갔고 어떤 식으로든 들끓고 있는 국민과 여론을 달래야 했다.

박 대통령이 윤 전 장관에 대한 정홍원 국무총리의 해임건의를 즉각 수용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6·4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 앞둔 상황에서 민심과 동떨어진 각료들의 실언을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방증(傍證)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참에 총리와 경제부총리 등도 교체해야 된다는 얘기가 돌고있다.

윤 전 장관의 경질로 잠잠했던 개각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형국이다. 다음 타깃은 누구냐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취임 2년째를 맞아 그동안 성과가 좋지 않았던 장관을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김기춘 비서실장의 긴급 브리핑을 통해 "지금은 내각이 추호도 흔들림 없이 힘을 모아 국정을 수행해야 할 때여서 전혀 개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수면 아래로 들어갔지만 언제든지 바뀔 가능성은 크다.

무엇보다 현 경제팀에 대한 말들이 많다. 국무조정실도 최근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경제팀이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업무능력 논란의 대상이 됐던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다시 위험해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카드 사태 수습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준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서 나타나듯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개각은 없을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인적 쇄신만으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기 때문이다.그러나 한편에서는 박 대통령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개각설이 끊이지 않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3월 개각설이 증폭되고 있는 이유다.

개각과 관련해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역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선거를 앞두고 인사청문회가 자칫 야당의 정치공세 장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6월 지방선거에 임박해 인사청문회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고, 야당의 공세가 불을 보듯 뻔해 새누리당으로선 무척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며 “윤 전 장관 경질로 인한 ‘원포인트 개각’이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와 맞물린 시점이어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3월 개각은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8월 개각이 유력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사의설이 나돌았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1년을 채우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실장이 사석에서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며 ‘1년은 채우고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때문에 김 실장이 지난해 8월 취임한 만큼 오는 8월까지는 비서실장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결국 8월 개각이 유력하다는 얘기다.“유정복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본인이 고사(固辭)를 하고있어‘불출마’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 장관의 불출마 이유가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썩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야권은 국무총리도 교체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고 있다. 결국 여론과 청와대 사정상 8월 비서실장과 현 부총리 등에 대한 개각은 불가피하다는 게 여권 내의 진단이다.

현 부총리가 교체될 경우 그 후임자로 최경환 원내대표,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 최근에는 정 총리도 개각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여기에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정 의원이 서울시장에 낙마하면 국무총리를 자리를 제안할 것이라는 이른바 ‘빅딜설’이 청와대와 여당내에서 나돌고 있다.

이 외에도 국토교통부 장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에도 현역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안고 가기에는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다.

개각을 하고 안 하고는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있다. 결정은 대통령의 고유의 권한이다. 개각을 논하기 이전에 국무위원들 한사람 한사람 모두가 대통령과 국민들을 위해 정말 처신을 잘해야 한다. 높은 자리에 올라 갈수록 서민의 가슴을 멍들게 하거나 상처를 주는 어처구니 없는 말실수는 없어야 한다. 그래서 공직자가 어려운 것이다.

이제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후임 인선과 청문회 등을 둘러싸고 또다시 정치권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 과정에서 허비되는 시간과 비용 등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따라서 청와대와 정부 당국은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기 위해서라도 경질사태의 철저한 원인분석과 대안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