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이 선제적 금융사고 적발과 즉각 대응으로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금융사가 곪아 터진 뒤에 수습에 나섰다면 최근에는 환부를 미리 제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금감원의 감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지난해 4월 최수현 금감원장 취임 이후 '선제적 대응'과 '관용없는 처벌'이 금융권에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금융사에 대한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저축은행을 포함해 금융권에 상시감시시스템을 전격 도입했다.

기존에는 수동적인 정기 종합 검사나 사고 발생 후 검사에 의존하다 보니 금융 사고에 대한 사전 대응이 사실상 어려웠다.

이런 문제를 간파한 최 원장은 그동안 축적된 자료와 금융사와 의 실시간 연동으로 이상 징후를 포착해 사전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도록 한 것이다.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과 박세춘 부원장보로 이어지는 은행 감독·검사 라인은 금융사 이상 징후 포착 시 즉각적인 특별 검사를 통해 금융권 리스크 최소화에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금감원은 지난해 상시감시스템 운영 이후 처음으로 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서 이상한 징후를 포착했다.

즉시 특검팀을 구성해 정밀 검사한 결과 도쿄지점 직원이 20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수사를 인계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금융청과 처음으로 공동 검사를 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BCC) 은행의 부실도 지난해 상시감시스템을 통해 조기 포착해 금감원 임원이 사상 처음으로 카자흐스탄까지 방문해 현장 점검을 했다.

이를 통해 BCC의 부실이 관리 가능한 수준임을 확인해 국민은행 리스크를 크게 줄였다.

최근에는 KT의 자회사인 KT ENS 직원 김모씨가 납품업체와 공모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에서 3천여억원의 사기대출을 한 사건도 상시시스템을 통해 사전에 발견했다.

사기 대출에 사용된 법인 인감마저 진짜였던 데다 위조 서류 또한 정교해 상시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이들 혐의자를 적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으로부터 사기대출 정황이 크다는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면서 "서류상으로도 완벽했고 대출 자체에도 문제가 없어 자체 적발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최근 일부 은행과 카드사 정보 유출 대응도 비교적 신속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부 직원이 고객 정보를 훔친 경우여서 상시감시스템으로 걸러낼 수 없었지만 금감원이 사고 적발 직후 총력 대응 체제로 전환해 고객의 2차 피해를 막았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적발한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고객 정보 13만건 유출건은 금감원의 즉각 대응이 돋보인 사례다.

지난해 12월 11일 창원 지검이 대출모집인에게 고객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한국씨티은행과 한국SC은행 직원을 구속하자, 금감원은 곧바로 창원지검에서 정보 유출 내역이 든 USB를 입수했다.

300만건의 정보가 든 이 USB에는 고객 계좌번호나 비밀번호, 카드 유효번호 등 민감한 정보는 없었고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 대출 이자율 등이 무작위로 나열돼 있었다.

IT검사국 인력이 총동원돼 보름간 밤낮으로 휴일까지 반납하며 선별 작업을 벌였다.

이 데이터에는 이름도 은행도 없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수작업으로 비교해야 하므로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후 검찰의 양해까지 얻어 한국씨티은행, 한국SC은행 등과 함께 USB 분석 작업을 벌였고 특별 검사팀까지 파견해 내부통제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1월 카드사 1억여건 정보 유출 사고의 경우 곧바로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를 대상으로 특별 검사에 돌입했고 관련 인력 100여명을 투입해 카드사 재발급 등을 지원해 '카드런'을 최소화했다.

한 달여 간 이어진 카드 사태 후속 조치로 연일 밤을 새우면서 일을 하다가 금감원 간부 5~6명이 탈진해 입원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금감원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부 나옴에 따라 최수현 금감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뼈를 깎는 마음으로 금융사 감독에 힘쓰자"며 분발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올해 금융권 상시감시스템 강화와 현장 검사 확대를 통해 이상 징후 금융사에 대한 집중 점검을 통해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로 했다.

금융권의 자체 점검도 상시화해 미흡한 금융사에 대한 경영진 면담과 더불어 현장 점검을 통해 내실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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