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의 실종 영웅들이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귀환했다.

군은 침몰 20일만인 15일 오전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772함 함미를 인양해 실종 장병 수색작업을 진행, 44명의 실종자 중 36구의 시신을 수습하고 신원을 확인했다.



나머지 실종 장병 8명의 시신 수습을 위해 철야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폭발 충격으로 일부 실종자가 산화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군은 실종자 수색을 위해 바지선에 탑재된 함미를 순직자들의 소속 부대인 평택 2함대사령부로 이송하려던 계획을 수정, 연기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이날 오후 3시55분부터 오후 10시30여분까지 6시간30여분 가량 서대호 하사(21), 방일민 하사(24), 이상준 하사(20), 이상민 병장(22) 등 36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생존장병과 해군은 함미 쪽에 실종자 44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8명의 시신은 찾지 못했으며 이들은 절단면 근처에 있다가 폭발과 함께 산화했거나 조류에 휩싸였을 가능성, 함수에 갇혀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해군은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영현낭에 안치해 태극기를 덮은 뒤 헬기를 이용해 평택 2함대사령부로 옮겨 안치했다.

가장 먼저 수습된 서 하사를 시작으로 수습된 시신 2함대에 속속 도착하자 부모들은 자식의 영현낭을 부여잡고 통곡했으며 곳곳에서 남편과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후 안보관련 청와대 수석회의를 긴급소집해 인양상황을 보고받고 "희생자 가족들이 애통함 속에서도 어려운 결단을 내림으로써 무엇이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길인지 보여줬다"면서 "희생 장병과 가족들의 헌신과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국가는 이들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애도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이미 국제협력 속에 원인 규명과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철저하고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국민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은 이날 인양된 함미 절단면을 1차 조사한 결과 함미 좌.우현의 절단면이 C자 형태로 파괴되고 왕관모양으로 치솟은 것을 확인했다.

특히 선체 바닥면이 안에서 밖으로 터지듯 휘어지지 않고 매끈했으며 파공 흔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직격(직주) 어뢰가 아니고 '버블제트 어뢰' 등의 외부충격에 의한 것으로 1차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합조단 현장조사팀이 바지선에 탑재된 함미의 절단면을 조사한 결과 선체 바닥이나 좌.우현 절단면에서 구멍이 뚫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는 내부폭발 또는 선체를 외부에서 직접적으로 타격한 것이 아니라 해저에서 강력한 충격이 있었다는 추정이 점점 굳어져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민.군 합동조사단에서 절단면의 파편 흔적과 화약성분을 정밀 조사했다"면서 "일부 유의미한 증거를 찾아내 내일 중 정밀 감식을 의뢰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군과 민간 인양팀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12분까지 백령도 남방 1천370m 지점 해역에 가라앉아 있는 함미를 대형 크레인선과 연결된 세 가닥의 체인을 이용해 끌어올려 바지선에 탑재했다.



군은 오후 2시50분부터 3시5분까지 해난구조대(SSU) 40여명을 투입해 함내에 작업등을 설치하고 통로를 개척했으며, 오후 3시5분에는 합조단 과학수사팀 4명을 승조원 식당으로 들여보냈다. 오후 3시20분에는 실종자 가족 4명과 과학수사팀 4명이 함내에 진입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진행했다.



인양에 앞선 오전 8시44분에는 사고 해역의 독도함에서 실종자 가족 대표 11명과 생존 장병 등이 참석한 가운데 모든 실종자를 수습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위령제가 열렸으며, 주변의 해군 전 함정은 15초간 애도의 기적을 울렸다.

실종자 수색을 마친 함미를 탑재한 바지선은 고속정 2척과 초계함 1척의 호송을 받아 2함대로 이동을 시작했다. 바지선의 속도가 시속 5~7노트(9~12㎞) 정도로 느리기 때문에 150마일(240㎞) 거리의 평택항에는 16일 오후 4시 전후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은 이날부터 수중 잔해물 탐색을 위해 폭발 원점 반경 500m 이내를 정밀 탐색 중이며 무인탐사정인 '해미래호'를 투입했다.

민.군 합조단도 이날 함미가 탑재될 바지선에 현장조사팀 38명을 투입, 본격적인 조사 활동에 돌입했다.



현장조사팀은 군 인사 26명과 민간인 10명, 미국 조사요원 2명으로 구성됐으며, 민간은 윤덕용 공동조사단장을 비롯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요원 2명, 함정구조 전문가 4명, 폭발유형분석 전문가 3명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절단면을 중심으로 선체 전반에 대한 정밀영상을 촬영하는 등 선체 절단 원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한편 분향소 설치와 장례문제는 함미와 함수에서의 희생자 발견이 모두 끝난 다음 가족들과 원만한 협의를 마쳐야만 장례절차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함미에 이어 함수 인양작업이 24일 진행될 예정이어서 다른 변수가 없는 한 희생자 장례식은 빨라야 이달 말께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순직장병(수습순)
▲서대호 하사(21) ▲방일민 하사(24) ▲이상준 하사(20) ▲이상민 병장(22) ▲안동엽 상병(22) ▲임재엽 중사(진급예정.26) ▲신선준 중사(29) ▲강현구 병장(21) ▲서승원 하사(21) ▲박정훈 상병(22) ▲차균석 하사(24) ▲박석원 중사(28) ▲김종헌 중사(28) ▲김선명 상병(21) ▲김선호 상병(20) ▲이용상 병장(22) ▲민평기 중사(34) ▲강 준 중사(29) ▲손수민 하사(25) ▲조진영 하사(23) ▲심영빈 하사(26) ▲문영욱 하사(23) ▲이상희 병장(21) ▲최정환 중사(32) ▲조지훈 일병(20) ▲문규석 상사(36) ▲정종율 중사(32) ▲이상민 병장(21) ▲이재민 병장(22) ▲장철희 이병(19) ▲안경환 중사(33) ▲나현민 일병(20) ▲김경수 중사(34) ▲정범구 상병(22) ▲김동진 하사(19) ▲조정규 하사(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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