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안씨 성을 가진 세 사람이 단연 우리 사회의 화제를 집중시키고 있다. 그 중의 한 분은 이미 세상을 뜨신 분이고 다른 두 사람은 현재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살아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세상을 뜨신 분은 안중근 의사라는 것을 대뜸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안중근이 1909년 하얼빈역에서 이등박문을 쏴 죽인 ‘조선의군 총참모장’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가 일제의 간악한 재판에 의해서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아직까지도 시신을 찾지 못하여 허묘(虛墓)를 모시고 있는 안타까운 심정은 우리 국민 모두가 가슴 아파하는 사연이다. 그를 새삼 우리의 기억에서 불러낸 것은 박근혜대통령에 의해서다.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에게 하얼빈 역두에 표지석을 설치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뜻밖에도 안중근의사기념관으로 큰 보답을 받았다. 그것도 중국인민이 모두 안중근의사를 존경한다는 중국정부의 공식성명과 함께.

한국과 중국이 이처럼 찰떡궁합을 맞추게 된 것은 순전히 일본의 우경화 때문이다. 그들은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사형선고를 받은 범죄자로 폄하했고, 20만 명을 살해한 남경대학살은 조작된 것이라고 하면서 전범자를 모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한중 양국을 음양으로 희롱했다.

이에 분노한 양국국민들이 모두 아베를 규탄하며 ‘안중근’을 떠올린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정치인으로 등장한 안철수가 새로운 당을 만든다고 하면서 연일 히트를 치고 있다. 새정치연합이라는 정당이 발기인대회를 갖고 오는 6월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기존정당의 뺨을 후려칠 기세로 내닫고 있다. 안철수의 개인인기는 여론조사를 통하여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개인 안철수가 가지고 있는 인기와 신당의 인기가 비례할 것이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회의를 가지고 있는 듯해서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안철수는 서울시장과 대통령선거에서 연거푸 양보하는 통에 한 때 불임(不姙)딱지가 붙었으나 노원구 보선에서 재기하여 정치계의 기린아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금 러시아 소치에서 동계 올림픽이 거행되고 있어 밤잠을 설치는 이들이 많다. 마침 2018년에는 한국 평창에서 겨울 올림픽이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어 국민들의 관심이 유난히 크다. 특히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느냐 하는 것은 초미의 관심꺼리다.

모든 평가에서 최고의 선수로 꼽히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금메달을 딸 것으로 짐작하지만 국민들의 초조감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진다. 그나마 이상화가 500m 빙속 경기에서 올림픽 2연패를 성취하는 통에 메달 가뭄을 면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상화 역시 이제까지의 기록으로 볼 때 금메달을 확신하고 있었으나 막상 경기에 임해서 힘차게 뻗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환호성을 지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른 선수 때문에 자빠지는 사고를 겪은 박승희가 동메달, 심석희가 은메달을 단 것으로도 대견한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지만 남자선수들이 부진했다.

기대했던 모태범이나 노장선수 이규혁 등이 모두 역주를 거듭했지만 상대선수들이 더 빠른 걸 어떡하란 말인가. 아직도 계주(繼走)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기에 그들의 건투를 빌 따름이다. 문제는 남자선수들의 부진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사실이다.

그것은 또 한 사람의 안씨 성을 가진 안현수 때문이다. 그가 한국선수로 활약하면서 보여준 기량은 단연 세계1급이다. 오죽하면 그의 별명이 쇼트트랙 황제이겠는가. 그는 이미 10년 전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을 달성했으며 그 이후에도 세계선수권 등에서 다른 선수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았다. 세계가 눈독을 들일만한 탁월한 실력으로 제패했다. 그런 선수를 빙상연맹의 학벌싸움에 팽개쳤다.

한 때 부상을 입어 네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고 하지만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예선전에서 경기조차 참여할 수 없도록 시기를 조절하는 우여곡절 끝에 안현수는 올림픽을 포기해야 했다. 그는 운동을 하고 싶어 러시아로 국적까지 바꿔가며 이제는 빅토르 안이 되었다.

그가 이번에 새로운 조국 러시아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올림픽이 끝날 때쯤이면 3관왕도 가능하다는 기대를 받는다. 그의 러시아 귀화에 대해서는 박대통령까지도 관심을 가지고 빙상연맹의 속 좁은 처사를 거론하고 나섰다.

한국의 빙상경기를 지금만큼이라도 끌어온 공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체육계 일반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파벌의식과 금전거래 등 국가이익과 배치되는 부정행위가 자행되었다면 당연히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빅토르 안에 대해서는 인터넷상에 매국노라는 욕설까지 등장했다고 하는데 이는 큰 잘못이다. 오히려 안현수가 러시아까지 제패한 한국인으로 기억해야 하며 그를 격려하는 것이 그나마 방기(放棄)한 책임을 느끼는 일이다. 주한미국 대사인 성 김은 한국인이지만 미국에 귀화하여 모국의 주재대사까지 하고 있다.

안현수 역시 러시아에서 맘껏 클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돕는 것이 우리의 책무다. 이러쿵저러쿵 행여 찧고 까부는 일이 없어야만 그나마 그가 가지고 있는 부채의식을 사라지게 할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어를 잘하면서도 한국어로 당당하게 답변하고 있는 안현수를 감싸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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