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는 수필가 홍도숙 씨가 문학평론가 임헌영 씨의 작품해설을 붙인 두 번째 수필집 ‘보리바다’를 출간했다.

저자는 사랑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보내는 저 우주의 입김 같은 것들로 이번 수필집 속내를 드러냈다. 생애에 두 번씩이나 수필집을 묶어 낼 수 있게 한 행운에 가슴 설레며 감사하다는 저자이다.

찬란한 빛의 잎새들이 땅에 떨어져도 저를 밟고 가주기를 애원하는데, 저자는 다 밟고 가진 못하지만 보이는 모든 잎들을 밟으며 포옹하며 간단다. 잎새들이 바로 미처 영글지 못하고 땅에 떨어진 자신 글의 형해로 보기 때문이다.

- 생의 끝자락에 와서야 알게 된 숭고한 일상들

가을 깊은 바람부는 장터에서 아무도 사가지 않을지도 모를 설익은 열매들을 부끄러워하며, 그래도 장하게 여기며 난전을 폈다는 저자. 창작의 모진 고통과 희열을 반복하며 빚은 그릇들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유의 파편들을 저자는 늙은 도공의 애틋한 가슴으로 사랑하며, 측은히 여기며. 대견스러워하며 사바의 창문 밖으로 떠나보낸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수필들은 지식이나 문자로 쓰인 게 아니라, 저 우주의 입김 같은 것에 의해 쓰인 것이다. 불완전하나마 누군가 이 걸 읽으면서 좋은 친구를 만나 즐거울 때처럼 시간 밖에서 온전히 쉴 수 있기를 저자는 간절히 바란다.

요나 콤플렉스(Jonah complex)의 안식처

라파엘의 화폭처럼 우아한 묘사로 가득 찬 수필집 ‘보리바다’, 첫 수필집 이후 7년 세월이 어린 손자 키 크듯이 훌쩍 변해버렸지만 작가의 향수(鄕愁)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은 조금도 시들지 않고 있다.

홍도숙은 첫 번째 작품집에서 그렸던 애틋한 향수를 두 번째 작품집에서는 더 정교화 하여 세밀화(細密畵)로 그려준다. 이 작가에게 고향은 요나 콤플렉스(Jonah complex)의 안식처이자 이상향으로 어머니의 환생인 각시붓꽃의 연가이다.

요나콤플렉스를 애이브러햄 마슬로우(Abraham H. Maslow)는 자신의 운명이나 사명을 회피하려는 강박관념으로 풀이했고, 라코크(Andre & Pierre-Emmanuel Lacoque)는 입은 은혜와 서원을 망각하고 용서와 관용을 모르는 행위로 해석했지만,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모태귀소본능(母胎歸所本能)의 아늑함과 평화로움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았다.

홍도숙의 요나콤플렉스는 바로 바슐라르의 시학적(詩學的)인 것(공간의 시학)으로 디아스포라(Diaspora)적인 현대인의 뿌리 뽑힌 삶 속에서 이상향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이 작가에게 고향이란 태어난 곳만이 아닌 이상향으로 자연과 인간이 일체감을 이룩하는 평화와 행복의 보금자리이자 어머니와 같은 다정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홍도숙의 수필세계는 어떤 글에서도 요나콤플렉스의 색채가 진하게 스며있다.

수필가 홍도숙(洪道淑)은 강원도 평강 출생이다. 2004년 동서커피문학상 수상하였고, 2005년 [책과 인생]으로 등단했다.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로 제1수필집 ‘검불랑 내사랑’ 출간하였다. 한국산문작가회 회원이며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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