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에게 김일성을 찬양하는 이적표현물을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라는 과제를 내준 대학교수와 이 교수에게 북한 정치지도자들의 위대성 등을 표현한 자작시를 전송한 소설가에게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울산지법은 2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울산대학교 이모 교수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소설가 서모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4월을 각각 선고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 131명에게 김일성 회고록인 '세기와 더불어'를 읽게 하고 감상문을 제출받은 혐의를 받았다.

세기와 더불어는 북한이 대외선전용으로 발간한 책으로,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미화·찬양하는 내용이다.

이 교수는 또 동료 교수 2명에게 세기와 더불어를 이메일로 전송하고, 이적단체인 '조국통일 범민족연합 남측본부' 관계자에게 김정일의 선군사상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낸 혐의도 받았다.

서씨는 이 교수 등에게 자신의 자작시인 '조선이 없는 지구는 필요없다'와 '두 자루의 권총이' 등을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시는 김일성 부자나 북한사회주의체제의 우월성을 찬양·선전하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김일성 회고록 감상문을 과제로 제시하고 배점을 부여한 것은 이 교수의 대북관·대미관 등 정치적 사상이나 견해를 학생들에게 전파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이 교수가 전공과목 강의에서 '전복적 사고력 배양'이라는 미명 아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배치되는 자료를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도록 하고, 자신의 사상에 맞추어 작성되도록 직·간접적으로 유도한 것은 대학 자율권이나 학문·강의 자유를 남용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교수는 강의시간의 절반 이상을 현 정부 비판이나 김일성 부자 옹호에 할애했고, 주한미군 철수나 핵개발 등 북한 대미·군사정책을 지지하는 발언도 자주했다"면서 "학생들 사이에는 김일성을 찬양하는 쪽으로 감상문을 쓰거나 시험에서 친북·반미 성향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학점을 잘 받는 것으로 알려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교수가 소지한 표현물 중 일부는 전공과 관련해 학문적 연구자료로 사용될 여지가 있는 점 등을 감안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씨에 대해서는 "미국에 대항하는 북한 정치지도자들의 위대성과 핵 보유 등 군사정책의 정당성을 일반에 홍보하기 위해 이 교수 등과 접촉한 점에 비추어 죄가 무겁지만 사상적으로 의견을 같이하는 특정 인사들과 메일로 자료나 의견을 주고받았고, 이 범행으로 촉발된 실질적 위험성이 중대하지 않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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