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가속도 가팔라져..정부 부동산 대책도 '빌미'

가계 빚 1천조원 시대가 본격적으로 문을 열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작년 4분기 증가액은 28조원에 육박해 2001년 4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3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은 1천21조3천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27조7천억원 늘었다.

가계신용은 가계부채의 수준을 보여주는 국내 가장 대표적인 통계로 예금취급기관은 물론 보험사, 연기금, 대부사업자, 공적금융기관 등 기타 금융기관의 대출과 카드사의 판매신용까지 포괄한다.

이미 지난 10∼11월 사이에 1천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지만 분기 통계인 만큼 공식적으로는 이번에 처음 1천조원을 돌파했다. 이로써 2004년 말 494조2천억원이던 가계부채는 9년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가계신용의 증가폭은 2011년 72조9천억원대에서 2012년 47조6천억원 수준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57조5천억원대로 커졌다.

무엇보다 지난해 4분기의 증가액은 지난 2001년 4분기 수치인 24조8천906억원 이후 2년만에 최대일 만큼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가계부채의 증가는 정부의 4·1 부동산대책, 8·28 전월세 대책 등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부문별 대출 증가액을 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3분기 2조1천억원에서 4분기 8조4천억원으로 늘었다. 4분기 증가액 가운데 6조7천억원은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폭도 3조6천억원에서 6조7천억원으로 커졌으며 연기금, 보험, 국민주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도 7조원에서 9조원까지 확대됐다.

문제는 최근 소득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계의 소득 대비 빚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12년말 개인 가처분소득에 대한 가계부채 비율은 13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한국은행은 작년 6월말 기준으로는 이 수치가 137%로 더 악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이 지표는 2003년에는 107%였으나 카드 사태의 여진이 수그러들면서 2004년 103%로 떨어진 후에는 주택담보 대출과 가처분 소득 증가의 둔화 등 요인 때문에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상승했다.

특히, 비은행 가계대출·자영업자·다중채무자 등 특정 부문은 가계부채에 특별히 취약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대출 비중의 확대, 월세 소득공제의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구조 개선 촉진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최근 한 강연에서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정책적으로 취약한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정부의 큰 정책 기조인 주택 거래 활성화와 가계부채 감축 대책이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며 “소득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중앙뉴스 /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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