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은 없다”…은퇴 후 새로운 삶 도전

“큰돈은 아니더라도 내 돈으로 손주들 용돈을 줄 수 있는 것이 좋아요. 무엇보다 내가 아직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 뿌듯해요.”

박상희(68·경기 남양주시) 씨는 서울지하철 강남구청역 근처의 카페 싱‘ 그로브’ 주방에서 보조 셰프로 활약하고 있는 ‘워킹 우먼’이다. 싱그로브는 보건복지부와 강남구청이 함께 운영하는 시니어 카페다.

하루 4시간, 주 4일 근무라서 임금은 얼마 되지 않지만 종일 근무보다 체력 부담이 적고 계획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 등 장점이 많다고 한다.

4개월째 이곳에서 일하는 박 씨는 대학 졸업 후 20년간 집에서 살림만 하다 46세에 혼자가 된 후 두 남매를 키우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화장품회사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관리직까지 올라갔지만, 나이의 벽에 부딪쳐 다시 전업주부가 됐다.

“편하게 사시라”는 자식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박 씨가 5년 만에 다시 일에 복귀하게 된 계기는 2013년 방송된 KBS 1TV의 특별기획 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건강하게 나이 드는 법>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피실험자로 참여해 노동이 노년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확인한 박 씨는 프로그램 피실험자로 3주간 실버 바리스타 견습생으로 일했던 싱그로브를 다시 찾아 “무슨 일이든 하고 싶다”며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펼쳐 지금의 일자리를 갖게 됐다.

시니어들이 장기간 갈고 닦은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생각한다면 50~60대에 일을 그만두는 것은 우리 사회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박상희 씨처럼 은퇴 후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시니어들을 위해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들을 마련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도 일자리에서 배제되고 있는 시니어은퇴자의 재취업을 위해 도입된 시‘ 니어 인턴십 사업’은 최근 박물관·미술관 등에서 안내와 설명을 하는 도슨트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장년층(만 60세 이상)을 인턴으로 고용할 경우 최대 3개월간 월 45만원 한도에서 지원하며, 장기근로계약(6개월 이상) 체결시 3개월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는 ‘시니어 인턴십 사업’은 ‘일하는 장년층’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니어 은퇴자와 마찬가지로 취업전선에서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에 대한 지원책도 풍성하다. 2013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혼인·결혼·육아 등에 따른 경력단절 여성은 195만5천명으로 전체 기혼 여성의 20퍼센트를 차지했다.

경력단절 여성 채용기업에 세제 혜택·고용지원금 지급

이에 정부는 ‘여성이 경력단절을 겪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지 아래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지원, 일·가정 양립문화 조성,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육아 돌봄·보육 지원 등의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아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에 탄력을 주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재진입을 위해 공공기관에 경력단절 여성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을 늘리도록 했으며 경력단절 여성에게 컨설팅 및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채용기업에도 세제혜택과 고용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014년도 업무보고를 통해 여성인재 활용 및 양성평등을 위한 민관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경력단절 여성의 재진입 기회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니어를 위한 좋은 일자리도 늘어난다. 제2의 인생 출발이 더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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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뉴스 / 신영수 기자 / youngsu4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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