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범행 동기와 수단·정황 등을 고려할 때 무기징역 부당치 않다”

나주의 한 초등학생의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은 성폭행범에 대해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화학적 거세를 명령하며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 고개숙인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 고모씨가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7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강간 등 살인)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영리약취·유인)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모(25)씨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대법원은 원심과 같이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과 성충동 약물치료 5년, 전자발찌 부착 30년도 함께 명했다.

여기서 성충동 약물치료는 화학적 거세를 말하는데 이는 성적 활동이나 성욕을 감퇴시킬 목적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으로 성 불구로 만드는 물리적 거세와 다른 방법이다.

특히 대법원에서 화학적 거세 명령이 인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흉악한 죄질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법조계는 분석했다.

앞서 재판부는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할 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어 재판부는 “고씨가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범행했고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며 “범행 이전부터 성도착증세는 물론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보여온 점을 고려할 때 복역 도중 성도착증세가 완화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워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고씨는 지난 2012년 8월 30일 오전 1시 30분께 전남 나주의 한 주택에서 잠자던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8)를 이불에 싼 채 납치해 인근 영산대교 밑에서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하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뿐만 아니라 고씨는 범행 후 도주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영산휴게소에서 현금 33만원과 담배 등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1·2심은 모두 고씨에 대해 무기징역형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 성충동 약물치료 5년,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8월 항소심 당시 재판부가 선고 한달 전에 이미 없어진 법 조항을 적용해 판결했다며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파기환송심 심리를 맡은 광주고법은 지난해 9월 개정법을 적용해 다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중앙뉴스 /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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