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국선전담변호사제도가 도입되어 현재는 전국적으로 230명의 국선전담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국선전담변호사제도가 도입되기 이전 국선전담변호사제도는 형식적으로 운영이 되었는데 ‘국선전담변호사제도’가 시행된 이후 이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국선전담변호사’라는 말에 ‘국선’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처럼 ‘국선전담변호사’는 국가가 선발한다. 구체적으로는 사법부가 더 구체적으로는 고등법원의 국선변호감독위원회가 이 일은 한다. 재판을 하는 곳이 법원이므로 사법부가 국선변호사를 선발하고 평가하는 것은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 이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국선전담변호사를 법원이 로클럭의 ‘경력쌓기용’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데에 있다. 기존의 국선전담변호인은 한번 선발되면 2년간 직무를 수행하고, 별다른 과오가 없을 시 2회연임하여 6년근무가 가능하지만, 6년 후에는 다시 다른 지원자와 경쟁을 하여 선발된다. 그런데 올해 6년이 만료된 지원자들 중에 다수가 탈락하고 로클럭들이 이 자리를 차지했다. 서울의 경우 5명의 국선전담변호 경력변호사가 탈락하고 4명의 로클럭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 선발과정의 공정성에 대해 국선전담변호사와 국선변호감독위원회 위원 간에 논쟁이 있었지만 본질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법원이 국선변호사제도를 로클럭의 경력관리를 위해 이용하게 된 것과 현행제도처럼 국선변호사의 선발과 평가를 법원에서 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입장은 그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위철환)는 지난 16일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 회장단들의 회의인 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를 열고 ‘국선전담변호사제도, 즉시 사법부에서 독립시켜야 한다’는 제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를 채택한 이유는 국선전담변호사의 선발과 평가를 법원에서 하는 것은 국선변호사의 본질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국선전담변호사들의 위촉 및 관리가 전적으로 사법부에 의해 이뤄지는 것은 국선변호사제도의 본질에 반한다. 모든 국민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변호사를 선임할 자력이 없는 변호사에게 국가가 변호사를 선임해 주는 제도가 ‘국선변호사’ 제도이다.

국선전담변호사제도나 혹은 국가가 이런 변호사단을 운영하는 것은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법원은 개인 변호사나 변호사 단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변호사 단체에 국선대리인 선정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는 공익변호사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가 국선변호사를 선발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변호사단체와 계약에 의해 일을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단위변호사회가 국선변호 희망자 명부에서 국선변호인을 인선·추천하고 재판장이 선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국가가 국선변호사를 선발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있다.

국선변호사는 국가가 선임하여 주는 변호사이며 족한 것이지, 국가가 국선전담변호사단을 조직하고 이를 선발하고 평가하는 방식은 우리나라에 유일한 방식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도 제대로 운영하면 좋은 효과가 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국가가 국선전담변호사단을 조직하고 이를 선발하고 평가하고 보수를 주는 것은 ‘변론의 독립성’을 해한다. 이런 방식은 변호인의 ‘국가에 대한 독립성, 사법부에 대한 독립성’을 해한다. 국선변호인의 선임권을 사법부가 가지고 있는 한 국선변호인은 판사들의 입맛에 맞는 변론만이 가능하다. 이것은 단지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현재 국선변호의 현실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한 범죄, 사법부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변호가 전혀 불가능하다고 본다.

국선전담변호사제도를 국가가 운영하는 것은 지나친 국가중심적인 사고의 산물이다. 국선전담변호사제도를 운영하고자 한다면, 그 선발과 평가는 중립적인 기관에 맡기고, 국가는 중립적인 방법으로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바른 길일 것이다. 국선전담변호사제도를 로클럭의 경력관리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선변호제도’가 왜 존재하는지 망각한 것이며,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므로 즉시 취소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영역에서 국가중심적인 사고가 만연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을 언제나 선대할 것이라는 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지는 역사를 통해 입증됐다. 국가는 국민에게는 객관적인 법적인 주체이며, 언제라도 국가는 괴물이 될 수 있는 존재이다. 국가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이것은 재판에 있어서도, 국선변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국선전담변호사제도’ 자체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데, 로클럭들을 국선변호인으로 선임하여 재판관의 경력관리를 하게 한 것은 ‘국선변호’가 무엇인지를 이미 잊어버린 것이다.

국선전담변호사의 선발과 평가권한이 사법부에 있는 것은 변호사의 ‘변론의 독립성’을 침해하므로, 국선전담변호사 선발과 운영의 주체는 변호사협회 등에 넘겨주어야 한다. 더 나아가 ‘국선변호’라는 제도 자체를 재검토하고 국선변호사가 아니라 ‘공익변호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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